박물관 100배 더 즐기기 12
보스톤코리아  2012-12-03, 11:33:10 
창덕궁 후원 농수정에서 고종, 1884, 보스톤박물관 소장
창덕궁 후원 농수정에서 고종, 1884, 보스톤박물관 소장
지난 100 여년 동안 세계의 도시들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매우 비슷 비슷한 모습을 띄게 되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세기 광복과 남북전쟁 이후 한국은 식민지시대와 아픈 전쟁의 과거를 뒤로하고 치열하게 모던화된 사회를 향해 달렸다. 그 결과, 불과 50여년 전만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생활한복과, 흙, 나무, 돌 소재의 초가집, 기와집들은 일상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서양식 패션과 거대 건물이 대신하게 되었다. 19세기 이전까지는 국가들이 문화적 교류 속에서도 서로간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수 천년간 이어져내려온 독자적인 문화를 계승해 온 것을 생각하면 이는 실로 놀랍고도 급격한 변화이다.

필자는 최근 보스톤 박물관의 학예연구실 서가에서 우연히 조선후기 근대화의 바람이 몰아치기 전 서울의 풍경을 담은 빛바랜 흑백사진을 만나게되었다. 그 사진은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 1855∼1912)이 한미수호조약이 체결되었던 1884년 조선을 방문하여 찍은 것으로 도시 안밖과 궁궐의 모습을 담고 있다. 책에 소개된 60장의 원본 사진은 보스톤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퍼시벌 로웰의 집근처 풍경
퍼시벌 로웰의 집근처 풍경
 천문학자로 많은 이에게 더 잘 알려져있는 로웰은 보스톤 명문가문 출신으로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10년 간 동북아시아 지역에 머물며 다양한 외교활동을 하였다. 한국에서는 1884년 미국 외교관을 지내며 고종이 최초로 미국에 파견한 보빙사(한국의 외교사절단)의 미국 여행을 안내하기도 하였다.
특히 로웰은 1884년 고종(高宗)의 사진을 처음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방인의 카메라 렌즈 앞에서 선 고종의 모습에서 곧 다가올 비운의 역사를 예견하지 못한 애잔함이 느껴진다 .

“왕은 무척 호감을 주는 인상이었다. 첫 만남의 순간부터 좋은 느낌을 주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좋아하게 되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는 조선의 평균 남성보다 키가 작았고 그의 웃음은 특히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로웰은 그의 저서에서 고종황제를 이렇게 회상했다. 고종은 로웰과의 사진 촬영 이후, 사진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며, 자신의 사진을 대한제국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외국인에게 하사품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1905년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가 아시아순방단 일원으로 조선을 방문했을 때는, 황제를 상징하는 황룡포 차림의 사진을 하사하였는데, 그 사진은 훗날 스미스소니언미술관에 기증되었다.

로웰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시간 동안 사진뿐만 아니라, 동북 아시아의 문화를 소개한 다양한 저서를 남기게된다. 그 중 한국기행문 ‘조용한 아침의 나라’ (Chosö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A Sketch of Korea, 1886)는 본격적으로 한국의 문화가 서양에 소개되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대한항공이 사용하는 ‘모닝캄’이란 일등석 회원명은 로웰의 책제목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된 것이다. 그는 아시아에서 돌아온 후에는 천문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하였고 미국 애리조나주, 플랙스태프에 로웰천문대(Lowell Observatory)를 세우고 명왕성 발견에 여생을 보냈다.

참고문헌
Lowell,P.(1886). 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 A Sketch of Korea, Ticknor and company
코디최. (2006). 20세기 문화 지형도, 안그라픽스
사진자료: 국립문화재연구소. (2004).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


문화/예술 컬럼니스트 장동희
Museum of Fine Arts, Boston 강사
보스톤 아트 스튜디오 원장
167 Corey road, suite 205, Boston MA 02135/ph) 857 756 2557
[email protected]/ www.bostonartst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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