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對話) 의 묘 (妙) 5
보스톤코리아  2012-10-22, 12:40:31 
지난 네 편에 걸쳐 대화의 기술과 예의를 대강 훑어 보았다. 요는, "말하기 보다는 듣기를 더 하자. 험담과 자랑은 그만두고 칭찬을 하자. 모두에게 흥미가 있는 공동의 화제를 찾고 유머를 곁들이자.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을 이해하자" 였다. 이번 마지막 회에서는 육체적인 면을 간단히 이야기한 후에, 대화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으로 들어간다.

이야기할 때 얼굴 표정도 중요하다.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하면 자연히 목소리도 명랑하게 되고 방 분위기까지 밝아진다. 특히, 전화로 대화할 때에는 자신의 표정을 보여 줄 수가 없기 때문에 더 명랑하게, 더 큰 목소리로 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데일 카네기 (Dale Carnegie) 에 의하면 미소 지으며 전화를 하면 그 미소가 전화를 통해 전달이 된다고 한다.

이야기하면서 무의식적으로 한 두 사람만 쳐다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마주 앉아 있는 사람이나 친한 사람한테만 눈이 간다. 또는 자기를 쳐다보며 열심히 듣는 사람한테, 또는 그 자리에 중요한 사람한테 만 눈이 간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잘 모르는 사람을 쳐다봐 주지 않으면 그분은 요즈음 말로 왕따 당하는 기분이다. 이 기분은 마치 상대방이 악수할 때 눈을 안 주거나, 악수하면서 부터 시선이 옆 사람한테 갈 때 무시 당하는 느낌 같은 것이다.

몸짓과 손짓에도 한번 쯤 신경을 써 보는 것이 좋겠다. 자신만의 버릇 때문에 또는 유행하는 동작에 자연히 동화되어 같은 제스추어를 반복하면 바라보기에 그리 좋지는 않다. 연단에 설 경우가 아니더라도 거울을 보며 자신의 동작이 어떤지 알아보면 고칠 점을 찾을 수 있다. 반면에 효과적인 동작을 익혀 두는 것이 좋다. TV를 보면 배울 점이 많다. 예를 들어서 "첫째도 연습, 둘째도 연습, 셋째도 연습..." 이라고 말할 경우에 손가락을 한개, 두개, 세개를 펴 보여주는 것이다.

식사 중에 이야기할 때는 입 속에 있는 음식을 비우고 나서 말을 해야겠다. 그러지 않으면 음식이나 침이 말과 함께 튀어 나오기 쉽다. 평소에도 침을 튀기면서 말하는 분이 있다. 간혹 듣는 분의 면상에까지 침이 튀긴다. 보는 앞에서 침을 닦을 수도 없고 안 닦자니 꺼림직하다.

구취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식사를 끝내고서는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질을 해서 마늘 냄새 김치 냄새를 없애고 나서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이다. 우선 평소에 구강관리를 잘 해서 상대방에게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도록 하여야겠다.

이상 열거한 대화의 기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태도 (attitude) 라고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에게 많은 흥미를 갖는 태도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상대방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 주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상대방을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이 결론은 어느 웹사이트에서 읽은 것인데 다음과 같은 좋은 예도 들어 놓았다.

19세기 때 영국에 글래드스톤 (Gladstone) 과 디즈레일리 (Disraeli) 가 수상직을 두고 선거전을 펴고 있었다. 어느 여인이 각 후보와 따로 따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것을 알게된 한 신문기자가 이 여인에게 두 후보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 여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글래드스톤과 식사를 하고 나서는 그가 영국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디즈레일리와 식사하고 나서는 내가 영국에서 제일 현명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대화를 잘 하려면 훌륭한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된 마음으로 상대방을 존경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분의 의견을 존중하며, 말에 앞서 생각을 먼저하고 겸손한 태도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대화의 "아트" (art) 의 핵심이라고 한다. 대화에 관한 책을 쓴 저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포르니 (Forni) 에 의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과 상관없이 행복해질 수도 있지만, 대개는 다른 사람으로 인해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된다. 대화야 말로 다른 사람과의 상호 작용에 제일 중요한 매개체 역활을 하기 때문에, 대화가 얼마나 많이 우리들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다.

후기: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우리에게 모범이 되는 대화를 하시는 김은한 박사님께 초고에 대한 평을 부탁 드렸다. 우선 이 기사가 본의 아니게 훈계조의 기사가 된 것 같아서 ‘보스톤 코리아’독자들한테 선보이기를 주저하고 있었는데 용기를 주셨고, 기사의 구성과 내용에 대해 좋은 조언을 주셨을 뿐만 아니라, 대화에 관한 책들을 많이 빌려 주셨다. 결과로, 수정을 많이 해서 내용이 풍부해지고 질이 높아졌다.

다음으로, 귀한 지면을 많이 할애하여 주신 ‘보스톤 코리아’와 편집으로 수고하여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전립선 암으로 수술하게 된 것이 새옹지마가 되었다. 수술 날짜를 잡아 놓고 불안한 마음을 떨쳐 버리려고 쓴 것이 ‘그리스를 다녀와서’였고, 수술 후 누워 있으면서 무료함을 없애려고 쓴 것이 이 ‘대화의 묘’ 이다. 이 두편을 통해서 ‘보스톤 코리아’ 독자 여러분과 접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끝)


장 용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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