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올림픽 |
보스톤코리아 2012-08-25, 22:30:16 |
올림픽이 끝났다.
한국은 세계에서의 실제 위상보다 충분히 더 높은, 집계방식에 따라 세계에서 다섯 번째, 또는 아홉 번째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한국축구는 염원하던 첫 메달을 땄고, 그때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는 잔치의 마지막에 이르러 사람들에게 올림픽이 가진 정치성과 국가주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올림픽은 원래부터 국가주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국가주의란 개인의 정체성에 국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국가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시 하는 사상이다. 우리는 올림픽에 국가를 대표해서 참가한다. 승리의 보상으로 국가가 연주되고, 국가별로 메달이 집계된다. 국가는 오늘날 전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단위이며 구성원에게 안전과 생활의 발판을 마련해 준다. 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소속감과 애국심을 다시 일깨울 수 있으며, 진정한 애국심은 정의로운 국가, 아름다운 국가, 평등한 국가를 자신의 이익보다 앞세움으로써 결국 이웃과 인류의 행복에 기여한다. 이 정도가 올림픽이 가진 국가주의에 대한 최선의 변명일 것이다.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이 세계의 평화와 문명간의 이해를 도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던 당시는 제국주의가 횡행하고 민족간의 투쟁을 정당화 했던 사회진화론이 위세를 떨치던 시대였다. 힘 있는 나라가 힘 없는 민족을 수탈하는 일이 하루가 다르게 벌어졌고, 민족주의는 제국주의라는 더 큰 악에 맞서는 진보적인 사상이었다. 그리고 쿠베르탱은 올림픽을 통해 국가간의 경쟁을 전쟁에서 스포츠로 잠시나마 돌려보겠다는 이상을 가졌고, 이는 그 시대에 어울리는 진보였다. 따라서 올림픽은 필연적으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내재한다. 한편으로 오늘날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는, 타자에 대한 거부를 불러일으키고 약자에 대한 폭력을 눈감게 하는 인종주의를 동반한다. 또, 개인보다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집단주의가 가진 위험성마저 띄고 있다. 그리고 올림픽은 이런 현상을 자신들의 영향력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과연 올림픽을 전후한 기간의 외국인 혐오범죄는 올림픽의 이상에 걸맞게 줄어들었을까? 오히려 올림픽이 야기한 경쟁심과 대결주의로 인해 더 늘어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오늘날 올림픽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 올림픽은 필연적으로 다가올 다문화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오늘날 세계는 더 빠른 속도로 섞이고 있다. 기술과 제도의 발전은 물리적 이동의 어려움을 사라지게 했고, 경제적 요구는 무엇보다도 강하게 인종과 민족의 벽을 넘어 우리에게 우리와 다른 문화를, 다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일상에서 대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예일대 법학교수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는 외부인에 대한 관용이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일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자신과 가족을 방어하기 위해, 즉 잠재적인 안전이라는 이익을 위해 이방인에 대한 거부와 폭력을 본성의 하나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의 최신작 ‘우리 안의 천사본성’은 문명과 이성이 이룩한 21세기의 극적인 폭력의 축소를 이야기한다. 국지전은 극소수 지역을 제외하고 사라졌고, 교육은 인류의 대다수에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전쟁의 위험을 스포츠로 대신했던 폭력의 유연화가 아니라, 보다 문명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우리 안의 천사를 이끌어내어 폭력의 싹을 제거할 새로운 세계적인 잔치이다. 이제 21세기의 쿠베르탱이 나와야 한다. 새로운 올림픽은 국가라는 표지를 떼고, 순수하게 개인을 기본단위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체와의 일체감, 동료애, 단체경기를 위해 가치관, 이상, 주의주장들을 바탕으로 하는 팀들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팀에 참가할 수 있고, 자신만의 팀을 만들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자유’와 ‘평등’의 팀이 있고, ‘사회주의’, ‘생태주의’, ‘여성주의’라는 팀들이 나올 것이다. 새로운 올림픽은 세계 평화에 진정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 전 단계로는 분쟁의 소지를 가진 각 지역들이 연합으로 팀을 만들어 올림픽을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남북한과 일본이 한 팀을 만들고,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발칸 반도의 국가들이 한 팀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경쟁과 응원은 이전과 다를 것이다. 그때 한-일 연합팀의 응원 구호를 ‘독도는 우리땅’으로 하는 것이 어떨까.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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