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를 벗어나는 길
보스톤코리아  2011-10-03, 15:35:33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토정비결을 앞에 놓고 금년 한해 운명을 점칩니다. 그것이 미신이던 통계학이던 사람은 불안한 미래를 알고 싶어하고 그래서 위안도 얻고 답을 얻으려 하지요.

운명론이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운의 방향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지요. 운명이란 말그대로 자기 명을 나르는 것. 운명이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것. 천기에 해당하는 것. 여기서부터는 한마디 한마디가 목숨만큼 소중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막힌 것도 뚫을 줄 알고 할 수 없는 것도 해내고야마는 불가사이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파란만장한 운명을 타고 난 사람도 도가에 몸을 담으면 운명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답니다.

왜냐하면 기라는 것이 주변에 있는 사물과 일어서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하는데 처자도 부모도 없고 세속인연 다 끊어버렸으니 갈 곳은 한군데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힘없고 배움이 젊은 우리같은 백성은 그래도 산답니다. 자기 감정대로 울고 (슬프면)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사람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 떨어진답니다.

문제는 자기 자신을 존경하는지 자학하는 지가 갈림길이 된답니다. 스스로 학대하는 사람은 운명의 노예랍니다. 여기서 기독교와 다른 불교의 오계를 살펴봅시다.

첫째, 생명을 죽이지 마라. 함부로 정을 움직이지 말아라 입니다. 하늘이 낸 생명은 저마다 업을 가지고 있는 것. 제 스스로 존재이치가 있으니 함부로 소홀히 판단해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결국 남을 죽이는 건 나를 죽이는 것이지요.

둘째, 훔치지 마라. 이건 네 죄를 쌓지 말라는 뜻입니다. 네 것이 아닌 것은 가지지 말아라. 가진 것이 많을수록 업이 무거워지니까. 가질 것은 도밖에 없느니라.

세번째는 음행이니라. 마음이 삿되어 행하는 것은 다 음행이니라. 목말라 물을 찾고 배고파 먹을 것을 찾는 것도 지나치면 음행이니라. 남녀의 교접이란 번식을 위함인 즉 쾌락으로 쓰면 음행이니라.

네번째는 거짓말 하지 말라. 말을 거꾸로 하는 것과 뒤집는 것 만이 아니라 터득하지 못하고 남이 깨닳은 것을 입으로만 전하는 것도 거짓말 이니라.

다섯번째, 술을 마시지 마라. 이는 한 순간도 정신을 놓지 말라는 것이다.

어렵습니까?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데 뭐 적당히 살지 어렵게 힘들게 사느냐고 하실지는 몰라도 법이나 규율이라는 것이 우리를 옭아매는 동아줄이 아니라 우리를 보호하는 방패막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우리는 하늘에는 알 수 없는 바람과 비, 땅에는 행, 불행이라는 예측할 수 없는 흐름 사이에 있으니 각오해야 되겠죠. 깨달음에는 목적지가 없어요. 거울 없이 자기 얼굴을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정해진 수순을 밟아야 되겠지요.

잘되면 내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으로 돌리시면 갈 곳이 없어요. 그래도 한 평생 올 곳이 정신줄 놓지 않고 똑바로 살다가면 안될까요? 그게 힘듭니까?

또 한가지 운명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답니다. 그건 봉사랍니다. 남을 위해 사시는 분은 그 생각까지도 버리고 사시는 불들은 하늘도 건드리지 못한답니다.

이상한데 그런 분들은 하나같이 가난하고 걸친 옷이 초라한 모양새가 간단하신데 그 얼굴에는 평화가 있고 그 미소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진달래처럼 수줍지도 않고 개나리처럼 요사스럽지도 않고 한 여름의 뜨거움을 예감하는 붉음으로 저 홀로 당당하고 조용한 모란처럼 살다가 가시죠. 공연히 흔적 남기려 마시고 바람같이 물같이 살다가세요. 운명이란 뭘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떻게 딜을 하느냐 입니다.

서일
(뉴햄프셔한인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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