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감나무
보스톤코리아  2008-04-14, 14:35:43 
감나무
함민복(1962~)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에 온몸이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잘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 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 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해설
여기 감나무의 생이다. 삶의 여정은 감나무나 인간이나 파란만장한 파도를 타고 넘는 일. 늙은 감나무에게도 오래 세상사는 삶의 지혜와 처세가 번뜩이는 구나. 그리하여 저리도 눈부신 열매를 매달고 있음에 어찌 숙연해지지 않으리.

함민복 시인은 충북 중원 출생. 199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우울氏의 一日> <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산문집으로<눈물은 왜 짠가><미안한 마음>이 있으며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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