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통해 한국문학 세계에 소개하는 사이트 Koreanlit.com
전승희, 고유진 번역가와 유희주 시인에게 듣는다
보스톤코리아  2017-04-10, 14:07:35 
한국문학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Koeanlit.com 의 설립자 유희주 시인(좌)과 전승희 번역가(가운데), 고유진 교수(우)가 한 자리에 모여 한국 문학을 번역해 세계에 알리는 Koeanlit.com의 현주소를 논의했다
한국문학을 영문으로 번역하는 Koeanlit.com 의 설립자 유희주 시인(좌)과 전승희 번역가(가운데), 고유진 교수(우)가 한 자리에 모여 한국 문학을 번역해 세계에 알리는 Koeanlit.com의 현주소를 논의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현천 기자 =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The Vegetarian)’ 영문판이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 이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쓴 소설 ‘소년이 온다(Human Acts)’ 영문판이 미국 서점에 진열되는 등 한국문학이 세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이루어져 가고 있는 이 때, 매사추세츠 주에서 설립된 Koreanlit.com도 한국에서 관심있게 봐야 할 시인들의 시를 속속 번역해 발표하고 있다.

Koreanlit.com은 [매사추세츠민간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한국 현대문학을 세계로”에 뜻있는  번역인들이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진 문학 번역 웹사이트다. 

현지 전문 번역인, 영문학 교수, 치과의사, 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작가를 선택해 작가와 교류하며 번역해 놓은 이 작품들이 훗날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 문학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게 되지는 않을까. 

Koreanlit.com의 설립을 주도한 유희주 시인과 자원 봉사 번역을 맡은 전승희 씨(전문 번역인; 잡지 아시아 편집위원), 그리고 번역 감수를 맡은 고유진 씨(웰슬리 대학 교수)와 인터뷰를  나눴다.  

이 일에 동참하게 된 동기가 어디 있나?
전승희: 해외에 한국문학을 균형있게 소개하는 이 일에 기여하고 싶었다. 
고유진: 한국문학에 대해서 좀 배우고 싶었다.  

지금까지 Koreanlit 에서 번역한 작가를 알려달라.
유희주: 장석주, 이재무, 한혜영, 이산하, 권순자 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리고  이호준, 오인태, 김응교 시인의 산문, 이기형 시인의 시 10편이 번역 진행중이고, 그림을 그리는 시인으로는 김주대 시인의 그림을 시리즈로 소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김혜주, 유수례 화가의 그림과 글을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다.

한국문학 번역이 국가적 차원에서는 시도되고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인데, 이 프로젝트의 긍정적인 면과 함께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전승희: 문학의 기능 중 하나는 공동체에 대한 바람직한 비전을 사람들에게 암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간 중심의 프로젝트는 이와 같은 문학의 근본적인 기능을 구체적인 아젠다가 있는 국가보다 잘할 수 있는 면이 있다고 본다. 이런 뜻에 동참하는 개인이나 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튼튼하게 꾸려갈 수 있다면 좋겠다. 

고유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원이 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번역인들은 모두 자원봉사 차원으로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조직력이 부족하다. 이 일을 총괄 지휘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려면 재정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Koreanlit 의 번역가들이 한국 번역가 협회, 문학번역원의 번역가와 어떤 점에서 구별된다고 보나?
유희주: 한국에 있는 번역가도 모두 훌륭한 분이겠지만 우리는 아마추어와 전문가가 함께 협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벤트를 통해 미국인들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번역이 정적인 번역이라면 Koreanlit은 동적인 번역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마추어들이 번역을 시도 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다.

한강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는 등 한국 문학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많은 작품들이 영어권, 유럽권, 중국어권 등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Koreanlit.com이 번역한 작품들을 세계에 알리려면 웹사이트 외에 어떤 일을 부차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나? 
고유진: 첫번째는 홍보이고, 두번째는 영어로 하는 학문적인 연구를 확대 (expand)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링크를 참조하길 바란다: http://korea.fas.harvard.edu/event/tbd. 몇 몇 미국 내 대학에 있는 한국학 연구소 같은 기관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승희 씨는 이재무 시인의 작품을 번역하기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승희: 이재무 시인은 현대적인 삶 속에서도 공동체적인 감수성, 그리고 한국 고유의 말이나 문화에 밀착한 감수성을 가진 시인이다. 평소 즐겨 읽던 분이고 높이 평가받는 분이지만 그동안 해외에 활발하게 소개가 안 된 분이라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번역과 원작가의 의도가 빗나갈 수 있는 문제는 어떤 관점으로 보나?
전승희: 발터 벤야민이 말했듯이 어떤 의미에서는 원작도 원작이라기보다 어떤 아이디어를 번역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번역도 원래의 이 아이디어로서 존재하는 원작에 충실하려고 노력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원작자와 상의해서 가능하면 그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유진 씨, 번역을 감수하면서 한국문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됐나?
고유진: 역시 한국 문학을 번역한다는게 어려운 작업이란 것을 새삼 느꼈다.  한국시의 독특성을 다시 실감하게 됐는데, 어감이나 정서 등이 충분히 전달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번역가의 창작성은 번역을 통해 빛을 발한다.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좋겠다. 
http://koreanlit.com/whats-lost-and-found-in-translation-korean-poetry-and-the-case-of-ko-un/?lang=en

한강 작가의 해외 조명은 작품성과 완성도 높은 번역, 현지 마케팅 등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 완성도 높은 번역 작품이 나오려면 어떤 상황이 조성되어야 하는지, 그 점을 위해 Koreanlit.com이 번역가에게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고유진: 그런 상황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영어가 모국어인 분들 또는 영어에 능숙하신 분들이 한국 문학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같다
유희주: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번역비가 지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모두 현지인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지원이 된다면  우리가 세운 다음  계획들을 위한 또 다른 자원봉사자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재정적인 면 외에는 어떤 점이 필요하다고 보나? 
유희주: 이제 기본적인 것은 갖추었고 여기에서 진일보 하려면 인적재원이다. 하지만 인적재원도 결국엔 재정적 문제에 봉착한다.

이 일이 한국 문학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되리라 기대하나?
유희주: 한국에서 번역되는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이미 많이 상업화 된 작품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는 한국 문단에서 정치적, 사회적 성향을 띄었다는 이유로 묻힐 수 있는 작품도 소개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부분이 우선 문학적으로 승화돼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떤 작품들은 다소 정치 이념적이거나 (부패한 권력)에 대한 고발을 담고 있는데,  어찌보면 민감할 수 있는 이 작품들을 세계 공통언어로 소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유희주: 한국이나 미국의 정치적 상황이 워낙 민감해서 어떻게 내 마음을 정리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난 한국이 고향인 미국인이니까.   전승희 씨의 말 처럼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한국에 대한 정치적 입장도 정리를 해야 했고, 미국에 대한 정치적 입장도 정리를 해야 했다.   그래야 소신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으니까.   마음속의 결정은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외교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100년 부패 정권과 맺은 미국의 외교에 대하여 새롭게 조명해야 하고, 그러려면 한국 정치의 적폐청산이 먼저이다. 그래야  부패 정부와 외교관계가 있었던 일본과 미국을 향해 정당한 관계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역사가 바로 잡혀가고 있어서 희망이 보인다. 이런 시기에 한국에 대한 정보를 문학을 통해 정확하게 알리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기타 자유로운 생각이 있다면 말해 달라. 
유희주: 생각했던 것보다 프로젝트가 스스로 진화를 해서 아주 훌륭해 졌다고 생각 한다. 앞으로도 관계된 모든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면 더 멋지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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