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수중 (守中)
보스톤코리아  2023-08-28, 11:27:29 
수졸재守卒齊. 한국 어느 저명인사의 서재이름 이다. 이름이 재미있어 사전을 뒤적였다. 수졸은 수비하는 병졸이라 뜻이다. 한편 다른 수졸守拙도 있다. 사전에 나타난 뜻이다. 1. 어리석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우직한 태도를 고집하여 본성을 고치지 않음. 2. 순수한 사람의 본성 그대로 지킴. 또한 바둑에선 초단을 수졸守拙이라 일컫는다고도 했다. 수졸이란 말이 어지간히 자주 쓰이는데, 수졸守卒이건 수졸守拙이건 모두 그럴듯 하다.  

몇해전 이다.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수중守中.  글자들을 조합하고자 했는데, 내가 워낙 중中자를 좋아하긴 한다. 억지로 번역/해석한다면  중심을 잡거나 지키며, 치우치지 않는다 쯔음 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수守자는 두텁고, 중中자는 무겁다. 하긴 무거워야 중심을 잡을 수도 있겠다.

학교적 친구에게 호號로 수중守中을 보냈다. 붓장난 삼아 삼성타블렛으로 써서 같이 보냈던 거다. 곧 회답이 왔다. 감사하다만 말과 함께 원전이 있는가 질문이었다. 아차 싶었다. 깊히 찾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긴 수중이라 단어가 어딘가 고전에 등장할만 했다. 궁금증이 도져 일단 인터넷을 먼저 뒤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노자老子가 이 단어를 썼다. 혹시나 하는 마음과 미덥지 않아 내가 갖고 있던 책을 뒤졌다. 책은 삼성출판사에서 출판된 세로쓰기의 수십년된 책이다. 다언삭궁多言數窮 이요 불여수중不如守中 이니라. (노자/장자 도덕경, 5장)

책을 뒤척이며 다른 몇구절을 훑터 봤다. 눈에 띄이는 대목이다. 불주이객不主以客 이요 불진이퇴不進以退. 궂이 해석한다면 다음과 같다. 주인이 되기 보다 객이 될것이며, 나가기 보다 물러날 지니. 주석자는 한마디 더붙였다. 싸움을 거는 사람主이 되지 말것이며 오히려 싸움을 맞는 방어객客이 되라.

수守자도 좋다만, 놓을 방放자도 괜찮다. 불교에선 방생放生이라 한다니 놓아 준다는 뜻일게다.  정호승 시인이다. 짐도 내려놓고, 눈물도 내려 놓으란다. 

둥근 달이 떠 있다/짐을 내려놓아라
푸른 별이 떠 있다/길을 건너라
눈물을 내려 놓아라
마르지 않았느냐
(정호승, 외나무다리 중에서)

역시 지킬것은 지켜한다만, 놓을 것은 놓아야 한다.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마태 11:2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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