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20) : 외부와 내부의 시각으로 본 오늘의 중국(1)
보스톤코리아  2011-01-31, 14:42:40 
출신국이면서 외국같은 중국
나는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도 중국국적을 소유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20여년(일본에서 21년, 미국에서 2년) 거주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중국이 거의 외국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본인스스로 중국과 멀어지려는 것이 아니여도 생활환경이 중국과 떨어져있으니 자연히 중국실정에 어두워지고 가끔씩 귀국하여도 어떤 때는 오히려 외국에 온 것 같은 당혹감을 느낄 때가 있다. 필경은 중국이 출신국이고 형제와 친척들이 다 거기서 살기에 왕래가 끊어질 수는 없고 중국이 나한테 완전한 외국일 수도 없다. 그러니 나의 의식 속에서는 중국이 출신국이면서도 외국같은 그런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나는 2009년 7월과 8월 사이에 학술회의차 중국에 가서 곤명, 북경, 연변에서 한달간 체류하였다. 남부의 도시인 곤명, 수도인 북경, 동북쪽 변방인 연변을 돌면서 변화해가는 오늘의 중국의 모습을 많이 관찰했다. 그리고나서 곧바로 미국에 왔다. 이 글에서는 그때 중국에서 보고 느낀 점, 일본에서 오래동안 관찰해 본 중국의 변화, 그리고 미국에 와서 다시 발견하는 중국의 모습을 가미하면서 오늘의 중국의 실상에 접근해보려 한다.

곤명에서 열린 국제인류학・민족학대회
2009년7월27일, 나는 일본 니가타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가서 거기서 다시 대한항공의 비행기를 바꾸어타고 중국의 남부도시인 곤명(昆明)으로 갔다. 내가 곤명을 방문한 것은 국제인류학・민족학연합회 제16차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국제인류학・민족학연합회는 인류학과 민족학 분야의 최대의 국제학술조직으로 5년에 한번씩 국제대회를 개최하는데 중국에서는 2008년에 개최하기로 예정되었다가 그 해 3월에 티벳에서 대규모 소동이 발생하면서 연기됐다가 2009년에 개최하게 되었다. 운남성이 중국에서 소수민족이 제일 많은 성이고 민족관계가 비교적 안정된 지역이라는 점이 곤명시가 이 국제대회의 개최지로 정해진 주요 이유인 것 같았다.

이 대회는 중국측에서 중국인류학・민족학연구회, 운남대학교, 운남민족대학교가 공동주최를 하고 중앙정부의 민족사무부서와 운남성정부가 전폭지원을 하면서 개최 되었는데 참가하면서 놀라운 것은 주최측의 계획이 너무나 방대한 점이었다. 참가자 4000여명을 예상하고 200개의 분과회를 설치하였다. 이렇게 방대한 국제학술회의가 과연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작 참가해보니 결석자가 속출하고 분과회도 200개가 다 제대로 열렸는지 의문스러웠다. 5일간의 학술대회기간에 중국과 외국의 저명학자들의 강연이 다수 예정됐는데 정작 기대를 품고 들으러가니 부득이한 사정으로 강연자가 올 수 없다면서 직전에 취소되는 사례가 여러번 있었다. 그러면 왜서 겉모습은 방대하지만 내실이 부족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규모가 좀 작더라도 알차게 학술회의를 했었으면 좋았겠다. 곤명에서학술회의를 마치고나서 연변에 가서 두차례의 학술회의에 참가했는데 그 때도 발표예정자들이 직전에 참가를 취소하는 혼동이 적지 않았다.

일본과 미국에서 학술회의에 참가해보면 특별한 사연이 없는한 발표예정자가 참가를 취소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미국에서 대학교 연구소에 있다보면 여기서는 한학기에 한번씩 학술회의 일정을 학기초에 미리 공개하는데 수많은 학술발표가 일정대로 진행되고 취소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사회의 내실을 다져가는 면에서는 아직도 중국과 선진국들과의 차이를 크게 느끼게 된다.

이 대회가 규모가 큰 국제회의이었기에 운남성정부가 위신을 걸고 성공을 후원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곤명시내에는 마치 올림픽이라도 개최하듯이 이 대회를 홍보하는 선전물이 많이 보이고, 대회기간중에는 참가자들이 아이디카드를 보여주면 공공교통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고, 안내를 전담하는 경찰이 시내각지에 배치됐다. 대회장으로 사용된 운남대학교 캠퍼스에는 각 출입구마다 경찰이 배치되어 신분증을 체크하고 회의장에 출입할 때 짐검사를 하면서 안전대책을 철저하게 강구했다. 내가 참가한 ‘human migration and diaspora’ 분과회에서도 7월30일에 회의를 마치고 주변에 있는 스탭과 대화를 나누어보니 사복한 경찰이었다.
대회가 규모가 큰데다가 민족학이라는 주제와 관련있고, 중국 민족관계의 안정성을 어필하려는 의도에 2008년과 2009년에 티벳과 신강에서 민족문제로 소동이 일어나면서 보통학술회의와 달리 특히 안전대책에 신경을 쓰는 회의가 됐다.

대회기간에는 곤명주변의 소수민족촌, 곤명민족박물관, 곤명민족원(園) 투어도 개최되어 주최자측에서 중국의 안정된 민족관계를 보여주려는 고심을 엿볼수 있었다. 회의참가자들에게 소수민족촌투어가 특히 인기가 있어 예약권이 일찍히 매진되는 바람에 나도 참가하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했다.
대회 마지막 날 이 지역의 소수민족복장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꽃을 들고 나타나기에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해외에서 참가한 대회주석단 멤버들에게 꽃을 증정하기 위해서였다. 국제학술대회에서 꼭 이런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지, 왜서 소수민족이 이런 행사에 동원돼야 하는지, 이런면에서는 중국 소수민족의 한명인 나로서는 찹잡한 심정이었다.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E-mail:[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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