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읽는 미국사 : 챌린저 호 폭발의 비극은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보스톤코리아  2011-01-31, 14:41:05 
스푸트니크의 충격과 아폴로 계획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향후 십 년 내에 달에 가고, 또 다른 일들을 하기로 했습니다. 달에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라서가 아니라, 어려운 일이기에, 달에 간다는 목표야말로 우리의 모든 역량과 기술을 한데 모아 가늠해보는 일이 될 것이기에, 그러한 도전이야 말로 우리가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가 성취하고자 하는 그러한 도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J.F. Kennedy, 1962년 라이스 대학 연설 중

어렵기 때문에 도전한다는 말, 곱씹어도 참 멋지다 (생각해보니 지난 번 칼럼도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라 해도 헛될 수만은 없다고 갈음했었다). 하지만 심하게 멋진 정치적 수사법들은 약간의 번역이 필요하겠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연설은 미-소간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나왔다. 프론티어 정신으로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걸겠다는 이야기로 들리는 저 연설을 했던 장본인 케네디는 사실 미사일 경쟁에 더 열을 올렸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1957년, 소련은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이후 2개월 만에 최초의 무인 인공 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도 성공하면서,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미국인들에게 강렬히 심어졌던 자국의 과학기술에 대한 자부심은 완전히 구겨졌다. 참고로 스푸트니크의 충격 덕분에 미국의 교육환경도 영향을 받았다. 학생의 욕구와 필요에 기반하여 생활 세계와 교육을 일치시키는 전인교육을 강조시키던 교육계의 경향이 소련보다 미국의 과학기술의 경쟁력이 뒤떨어진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수학, 과학 등의 기초 학문을 한껏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상처 입은 자존심은 차치하고서라도 소련이 언제라도 핵무기를 장착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미국을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상당했다. 덕분에 우주 개발 계획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에도 불구, 미국은 전국민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소련과의 우주 개발 경쟁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우주 개발 경쟁은 “냉전”패러다임의 결과이자, 냉전 상태를 강화하는 치어리더 역할을 하기도 했던 셈이다. 1960년대 초, 케네디 대통령이 10년 내에 유인 우주 비행을 실현하겠다는 아폴로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주 개발 경쟁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그리고 실제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착륙한 최초의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성조기를 꽂았다. 이후1972년까지 예닐곱 차례의 유인 우주비행선 아폴로호가 발사되고 나름의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지만 미국의 재정을 위협할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아폴로 계획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점점 시들해졌다. (돌이켜보면 비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폴로계획을 추진시킨 케네디 대통령이 대책 없긴하다.)

발사 73초 만에 전세계인의 눈 앞에서 폭발한 챌린저호
어쨌거나 미국이 달에 착륙하는 데 성공, 달 표면에 성조기를 꽂자, 이제 소련은 지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암스트롱이 달에 착률한지 1년여만에, 소련은 세계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호를 발사했다. 여기에 질세라, 미국은 아폴로 계획의 종결 후 달탐사 로켓보다 비용이 절감되고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왕복선 개발을 추진했다. 익히 들어본 컬럼비아호, 챌린저호가 바로 그 예.

그리고 1986년 1월 28일. 그날은 1983년부터 이미 아홉 차례 달에서의 몇 가지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되던 날이었다. 특히 이날의 10차 챌린저호 발사는 미디어의 관심을 (혹은 한때 시들해졌던 우주개발 계획에 대한 미 국민들의 관심을) 진작부터 받았었다. 고등학교에서 역사와 사회과목등을 가르치는 크리스타 매컬리프가 일반인 우주인으로 선정되어 “우주에서의 강의”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그날의 챌린저호에 탑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기억하다시피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힘차게 발사된 챌린저 호는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73초만에 어이없이 공중에서 폭발해버렸다. 매컬리프를 포함 승무원 7인도 산산조각난 챌린저호와 함께 전원 사망하면서 미국은 애도 분위기에 휩싸인다.

사고 직후 폭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랐다. 고체 연료 로켓 추진체의 연결부의 이음새를 마감하는 O-ring이 추운 날씨의 영향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 가장 크게 부각된 사고의 원인이다. 얼마지 않아 접수된 또 하나의 사실은 이미 챌린저호가 발사되기 전 날씨의 영향으로 비행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현장 엔지니어의 지적이 묵살된 채 비행이 진행되었다는 것. 그렇다면 챌린저호 폭발이라는 비극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O-ring 의 제조사? 엔지니어? 매니저?
다시 한 번, 우주 개발은 냉전의 산물이었다. 역사적인 시각으로만 보자면, 비극의 책임은 무엇을 위한 도전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은 채 정복과 경쟁의 대상으로서 우주를 바라봤던 바로 그, 시대에 있지 않았을까?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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