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넷, 그 꿈의 색깔과 빛깔은... |
신영의 세상 스케치 681회 |
보스톤코리아 2019-02-04, 10:41:37 |
일흔아홉에 방송통신대학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해 여든넷에 졸업을 하게 되었다. 미국에 40여 년이 다 되도록 사시다가 10년 전 자식들 다 자리잡을 만할 때 두 분은 한국에 가셔서 살고 계신다. 늘 미국에서도 공부하시는 것을 좋아하시던 시아버님께서 10년 전부터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시는 것을 뵈었다. 그런데 그저 취미삼아 지나는 공부가 아닌 일흔아홉에 방송통신대학교의 문을 두드리시고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부를 시작하신 것이다. 그리고 만 4년만에 젊은이들도 중도에 포기하는 공부(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게 되신 것이다. 할아버지의 공부에 대한 열정과 끈기에 우리 온 집안의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큰 박수로 할아버지를 응원하였다. 연세 신 어른의 그 열심과 기가 손자·손녀들의 삶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무엇인가 도전하는 그 정신은 나이를 거슬러 가슴에서 솟구치는 꿈과 열정의 불꽃인 것이다. 그것은 자식과 자손들뿐만이 아닌 주변의 젊은이들에게 삶에 대한 태도와 자신감을 선물하는 것이다. 또한, 나이든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에게도 새로운 삶의 색깔과 무늬를 나누는 것이다. 이렇듯 4년 만에 졸업을 할 수 있었던 것에는 공부하는 학생만(시아버님)이 아닌, 곁에서 조용히 내조한 아내(시어머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식의 대학입학을 위해 밤낮없이 신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그렇게 팔순을 넘긴 남편의 공부를 위해 당신의 몸도 챙기기 버거우셨을 텐데 묵묵히 그 시간을 함께하신 것이다. 그 공부를 감당하신 시아버님도 자랑스럽지만, 그 곁에서 내조하신 시어머님은 더욱 존경스럽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삶과 인생이 당신들의 삼 남매에서 이어져 일곱 손자.손녀들에게 얼마나 큰 자랑인지 모른다. 몇 년 전 팔순 잔치를 위해 미국 후로리다에서 온 가족이 모두 모이자는 의견이 있었었다. 시아버님과 시어머님께서 동갑이신 까닭에 팔순잔치의 의견이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라 여겼다. 손자·손녀들도 학업을 모두 마치고 직장에 있는터라 모두 빠지지 말고 모이자는 의견을 모았었다. 큰 아들은 와싱턴에 살고 딸은 프랑스에 살고 막내 아들은 보스턴에 살고 있으니 생신이 겨울이니 후로리다에서 만나면 좋은 선택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아버님의 학업으로 미뤄지고 말았었다. 그렇게 한 번 시간을 내면 젊은이들과의 학업에서 따라가기가 힘들것 같다는 말씀에서였다. 한국에서 학업에 열중하시느라 시아버님께서는 몇 년 동안 미국에도 안 오시고 공부에 열심이셨다. 젊은 사람도 어려운 공부를 팔순이 넘어서 하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하시고 존경받으실 일인가. 며느리 자식인 내게도 시아버님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끈기가 용기가 되고 꿈이 된다. 우리 집 세 아이에게도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의 자랑이시라고 일러주었다. 우리 가족의 뿌리가 되시고 초창기 미국 이민자 가족의 역사가 되어 대대손손 잊히지 않을 유산이 된 것이다. 생각하니 참으로 감사하고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어른이심을 또 깨닫는다. 1969년도에 처음 미국에 이민을 오셔서 얼마나 많이 힘들고 버거우셨을까. 세 자녀를 참으로 멋지고 자랑스럽게 키워놓으셨다. 큰아들은 US Air Force Academy(미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공군 대령으로 예편했다. 그리고 지금은 와싱턴에서 목회자가 되었다. 둘째인 딸은 코넬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 졸업하고 경제적인 중심지 뉴욕의 Wall Street에서 일을 하다가 20여 년 전 프랑스로 가서 같은 직업으로 일을 계속하고 있다. 막내아들은 코넬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후 비지니스 공부를 하다가 비지니스 현장에 뛰어들어 계속하고 있다. 이렇듯 세 자녀를 자신의 잘 키워놓으셨다. 또한, 7명의 손자·손녀들이 이제 모두 대학을 마쳤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자리매김하며 살고 있다. 그중에는 미공군 대위가 있고 변호사가 있으며 비지니스를 하는 손자가 둘이나 된다. 또한, 대학원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일하는 손녀도 있고 공대를 졸업하고 계속 연구하는 손자도 있다. 이번 보스턴 방문을 하신 시부모님을 뵈면서 참으로 두 분의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봤다. 팔순을 훌쩍 넘긴 연세에도 자식에게 기대지 않으시고 당당하게 사시는 모습이 자랑스럽고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기도한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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