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미꾸라지
보스톤코리아  2019-02-04, 10:40:19 
정치는 말言이다. 정치인중에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정치인이 될 수없다는 말과 같다. 단서가 붙는다. 말은 말이로되, 격조갖춘 말이 되어야 한다. 또한 당연한 것처럼, 뭘 알고 말해야 한다. 

한국 청와대 대변인이 했다는 말이다. ‘우리에게 그런 유전자는 없다.’ 전후前後 문장과 말을 직접 읽고 듣지 않았으니 막연하기는 하다. 한동안, 첫눈이 내리면 놓아주겠다는 시적이며 낭만적인 말투가 회자된 적도 있다. 이젠 말이 생명공학으로까지 번져나갔다. ‘현정부는 그와 같은 일을 벌이지 않는다.’ 라고 해야 맞다.

미꾸라지라 했다. 전직 청와대 하급관리를 지칭한 말이다. 한국 세검정은 미꾸라지 양식장이 된 모양이다. 요즈음 한국엔 추어탕집이 성시盛市인가? 소주한잔에 그럴듯 하다. 하긴 어느 청와대 공직자는 회식후 음주운전으로 걸려들었다 했다. 혹시 회식을 추어탕으로 했는지 그건 모르겠다. 원래 미꾸라지는 진흙탕 흐린 물에서 산다. 그곳은 물이 그닥 맑지는 않은 모양이다. 세검정물은 여전히 맑을 것이다. 

미꾸라지는 양식장에서 기른다. 유전공학적 양식養殖은 하지 않을 거다. 시인 권달웅이 읊었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내동댕이 쳐졌다고 했다. 

한여름 마당에 내동댕이쳐진 
미꾸라지 한 마리, 
소나기 그치고 햇빛 쏟아지자 
한 종지만 남은 마당 빗물 물고 
구불구불 몸부림치더니 
다시 봇돌로 가버렸는가. 
(권달웅, 생명 중에서)

궁금한게 있었다. 대변인이 말한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우리’는 같은 유전자를 가졌을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 아닌 너희는 과연 누구냐? '고결한 유전자'가 따로 있는게 아닐진대, 품위 있는 말과 행동이 있을 뿐이다. 지난 몇주 사이, 손모某라는 한국 국회의원이 다시 미꾸라지가 되었단다. 다른 국회의원이 그를 미꾸라지라 지칭했으니 말이다. 한국엔 요사이 미꾸라지가 창궐하는가. 아니면 미꾸라지 유전자가 따로 있던가. 애꿎은 미꾸라지만 억울하다. 

청와대 캐비넷 문서. 그럴리 없을 거라고 믿고 싶다. 국가기밀문서를 함부로 아무 캐비넷에나 방치했을리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남겼으니 가상하다 하겠다. 설사, 그게 되돌아와 독毒이 되었을 망정 남겼으니 말이다.
세검정은 청와대 뒷편에 있다. 

그의 아버지 이삭이 그에게 이르되 너는 누구냐  (창세기 27:3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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