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선택과 결정 '재혼'
보스톤코리아  2008-06-02, 22:38:56 
"차라리 옷을 새로 만드는 게 낫겠다." 하며 가끔 옷 수선을 맡기면 투덜거리는 세탁 비지니스를 하는 동네 친구가 있다. 무엇인가, 넉넉한 옷감으로 내 생각에 맞게 자르고 붙이는 디자인 하는 일은 어쩌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동네 친구의 말처럼 이미 만들어졌던 것을 뜯어내고 다시 붙이고 잇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잠깐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에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오랜 경험이 있는 전문적인 수선인(Professional Alteration/tarlor)이 필수라는 것이다.

삶의 색깔과 모양이 요즘은 많이 독립된 한 사람의 선택이 되어가는 성향이다. 보편적인 예를 빌리자면 한 가정에서 자라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꿈을 펼칠 장을 마련하면서 배우자를 만나고 결혼을 하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이야 선택에 대한 자유로움과 본인의 결정에 대한 책임이 확고한 당당한 세대들이다. 그 어떤 것으로부터 속박되거나 강요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들의 자신만만하고 멋진 생각이다. 또한, 선택에 대한 책임도 결정도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는 세대인 만큼 젊은 세대의 이혼율이 높은 요즘이기도 하다.

요즘은 이혼에 대한 이야기는 일상에서의 자연스런 얘기가 되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친구 부모의 이혼 얘기가 자주 오가곤 한다. 또한, 동네 친구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흔히 있는 미국 가정의 이혼 얘기가 아니더라도 한국 가정에서의 이혼율도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 가정의 이혼율이 높아진 만큼 '재혼'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나올법한데 아직은 '재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주변에서 이혼하고 혼자 지내는 몇 분을 알기에 가끔 재혼에 대한 얘기를 드리면 선뜻 쉬운 대답을 듣기 어렵다. 본인에게 있어 경험했던 '이혼의 상처'가 아직도 짙게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가깝게 지내는 동네 아저씨 한 분이 이혼 후 10여 년이 넘도록 아이들 남매를 키우고 대학을 보냈는데 벌써 졸업을 했단다. 우리 부부는 곁에서 그분의 생활을 지켜보며 이혼이라는 선택에 대한 자유스러움 보다는 생활의 불편함과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분뿐만 아니라 이혼에 있는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에 있을 문제이기도 하다. 혼자라는 것이 편안하고 자유스럽기는 하지만 때로는 외로움과 적적함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는 것이다. 중년의 나이 지천명을 훌쩍 넘긴 나이에 자식들은 제 갈 길을 찾아 나서고 홀로 남긴 쓸쓸함이야 어찌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있겠는가.

인생 여정 중 '이혼'이라는 결정이 어렵고 힘들었던 만큼 '재혼'이라는 선택과 결정도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만혼의 '초혼'이라면 달린 식구가 없어 쉬웠을 테지만 '재혼'이라는 것은 양쪽 모두의 '달린 자식'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이 천년만년 부모를 위해 살아줄 것도 아니고 아직은 괜찮지만, 더 늘그막이 수족이라도 쓰기 어려우면 곁에서 시중들어 줄 따스한 손길이 그리워지는 것이리라. 자식들도 어려서는 부모의 재혼에 대한 반대가 있을지라도 자라서 보면 홀로된 부모의 쓸쓸함이 안쓰러워 '재혼'을 찬성하며 축하해 주는 것이다.

오래도록 혼자 지내시던 동네 아저씨가 아는 지인으로부터 한 여자분을 소개 받아 연락하며 지내오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그 여자분을 동네 친구들에게 소개도 하고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슬쩍 쑥스런 표정을 건넨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소식이 왔다. "나 '재혼'하기로 결정을 했어!" 하신다. 오래전 재혼할 기회가 있었지만, 딸아이의 부탁으로 없었던 일로 미룬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두 남매도 아버지의 '재혼'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면서 기쁜 마음으로 '재혼'을 결정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이다. 서로 어려운 선택과 결정을 했을 '재혼'이 두 사람과 그의 가족들에게 갑절의 '행복한 시간'이길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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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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