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 딸을 위한 기도?
보스톤코리아  2007-11-25, 02:18:46 
세상이라는 울타리 밖을 나가보지 않은 아이를 이제는 저 울타리 밖의 세상으로 보내야 합니다. 철없이 아이처럼 뛰놀던 딸아이는 어제처럼, 오늘도 부모의 가슴에는 아직도 여린 아기입니다. 투정을 부릴 때마다 들어주려 애쓰던 부모가 곁에 있었습니다. 엄마가 야단하면 아빠가 다가와 안아주고 아빠의 엄한 타이름에 딸아이가 눈물을 꿈적거리면 모르는 척 안아주던 엄마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울타리 안에서 아름다운 우리의 노래였습니다. 딸아이가 이제는 어느덧 고 3이 되었습니다.

고 3 자녀를 위한 기도
詩 /신 영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아들 딸들에게
짤깍이는 초침 바늘에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이른 새벽의 캄캄한 하루의 시작과
어둠이 내려앉은 밤의 하루를 닫으며
홀로 터벅이며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들릴 때
소리 없는 걸음으로 함께 걸었을 내 어머니

자식을 위해 노심초사 안절부절 못한 어머니
종종걸음으로 자식을 위해 바삐 걸었을 부모
햇살을 등에 걸고 고개 숙인 아이들의 얼굴
마주 보며 바라보는 것은 잃어버린 서로의 얼굴
서로에게 던져진 상처 난 날카로운 조각들의 언어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었을까.

너의 기다림 속에 함께 머물던 어머니
새벽 별이 숨어들 때 어머니의 환한 별이 오르고
가로등 불빛 사이 그림자로 함께 걷던 아버지
새벽과 밤사이에서 우리는 언제나 동행자
겨울 이른 새벽이 시리지 않았던 이유이지
따끈한 도식락에서 모락이던 김은 어머니 사랑.

사랑하는 아들들아, 딸들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함께할 감사의 손길
어젯밤의 어둠은 오늘의 아침을 준비하듯
긴 기다림의 수고와 견딤은 내일의 꿈이란다
푸른 꿈과 희망이 넘실거리는 내일의 날.
그 어떤 빛깔의 꿈일지라도 아름다운 거란다.

오늘은 저 넓은 들판을 네 마음대로 달리는 날,
저 파란 하늘을 한없이 오르며 날아보는 날,
바라다보이는 바다를 네 온 가슴으로 안아보렴.
달려가다가 비바람에 넘어지고 상처도 날 테지만
사랑하는 아들들아, 딸들아!
그것도 너의 들판이고 하늘이고 바다란다.

가만히 생각하면 어찌 이리 세월이 빨리 흘렀을까. 커다란 기저귀를 차고 뒤뚱거리며 걷던 예쁜 딸이었습니다. 이제는 아가씨가 다 되어서 거울을 보며 요리조리 모양을 냅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이였습니다. 엄마의 몫마저 할머니가 다 가져가셨을 만큼 딸아이를 그렇게 예뻐하셨습니다. 이제는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섭섭하지만 언젠가 홀로서기를 해야겠기에 이제부터 혼자서는 연습을 딸아이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잘할 것이라고 믿어보지만, 못내 마음이 서운한 것은 딸을 가진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너무도 부족했던 엄마로 살았습니다.
딸아이는 공부도 성격만큼 합니다. 누구를 의식하거나 샘을 부리는 아이가 아니라, 늘 자기만큼 공부를 하는 아이입니다. 가끔 이 아이를 보면 혼잣말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는 세상 살기 편해서 좋겠다!" 하고 말입니다.
이 아이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늘 그렇게 살았습니다. 여자아이지만 두 남동생을 두어서일까. 사내아이처럼 덜렁거리고 익살을 부리는 아이입니다. 세 아이 모두가 한 살 터울이지만, 두 남동생은 누나의 말이라면 듣는 시늉을 합니다. 그만큼 누나를 신임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대장 노릇을 하는 누나에게 졸병 노릇을 해주나 봅니다.
딸아이가 밤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합니다. 책상을 놔두고도 밥 먹는 넓은 식탁이 책상이 되었습니다.
책과 노트, 연필 그 많은 소도구가 가득 늘어져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딸아이가 고마워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너무도 부족한 엄마였는데, 잘 자라주어 고맙고 늘 딸아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친정 가족이랑 떨어져 살면서 많이 외로웠던 시절에 짝꿍을 만나 결혼을 하고 많은 시댁 가족들 사이에서 사는 일이 버거웠습니다. 그 버거움에 힘겨울 때마다 속상하면 이 아이에게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아이 가슴에 남았을 상처가 늘 엄마의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둘이서 조용히 여행을 떠나 며칠 밤 얘길 하고 싶습니다. 다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들을 꺼내어 하나하나씩 서로에게 남은 상처가 있다면 서로 나누는 따뜻한 사랑으로 치유해주고 치유받고 싶습니다.

지금은 울타리 안의 따뜻한 품에서 지내지만, 부모의 따뜻한 둥지를 떠나게 될 때에도 그 사랑이 힘이 되어 울타리 밖에서도 '義'에 굶주리는 아이로 자라길 기도합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세상 사람의 눈치를 살피기보다는 '바른 길'과 '옳은 길'에 설 줄 아는 사람이길 기도합니다. 나 아닌 남의 슬픔과 기쁨에도 동참하며 살 수 있는 '참사람', 그 '참사람'의 길은 좁고도 험난한 길임을 알기에 오늘도 마음의 간절한 바람의 기도를 올립니다.
작성자
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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