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마도...
보스톤코리아  2007-10-21, 00:47:12 
어제는 밤늦도록 김밥을 말았다. 며칠 전부터 약속했던 아이들의 김밥 타령에 며칠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시금치 다듬기를 싫어하는 나는 "김밥에 꼭 시금치를 넣어야 하는 것인지..." 불만의 마음이 있다. 하긴, 가끔 오이를 절여 넣는 일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자기 기호에 따라 싸먹는 것이 김밥은 아닐른지. 괜스레 '정통 아닌 정통' 체면 차리느라 김밥이 운다.
이유는 다른 데 있으니 시금치 다듬기를 싫어하는 나는 며칠 전 한국 식품점에서 시금치 몇 단을 사다가 깔끔하게 다듬어 삶아 놓았던 터였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하루를 더 지난다면 다듬었던 수고와 아까운 음식이 걱정이 되어 얼른 김밥을 만들지 않으면 낭패다. 우리 집 큰 녀석은, 금방 만들어 놓은 김밥은 별 관심이 없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학교 갈 준비를 하며 스토브에 불을 켜고 후라이팬을 올려놓고 올리브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린 후 달궈지길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밥공기에 계란 둘을 수저로 꽁 찍어 깬 후, 한참을 젓는 모습은 아주 익숙한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김밥을 예쁘게 써는 것은 무리인지 늘 부탁을 해온다.
"엄마, 김밥 좀 썰어 주세요." 하고 말이다. 엄마가 썰어 놓은 김밥을 하나씩 섞여진 계란에 묻혀 지글지글 소리 내며 달궈진 후라이펜에 얹어 놓는다. 냄새가 온 부엌을 요동치며 진동한다. 이층에서 학교준비로 바쁜 누나와 동생은 코를 킁킁거리며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하는 말.
"음, 이거 무슨 냄새야?" 하면서, 주방에서는 식당 주인이 주인이 아니다. '주방장'이 주인인 것처럼 큰 녀석의 내리깐 목소리로...
"먹을래?" 하며 의젓한 모습을 취한다. 먹는 것 앞에서야 서열이 있을 리 없는 우리 집의 풍경, 동생의 오빠같은 말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래, 맛있겠다!" 하며 식탁의자에 날름 앉는 누나와"냄새 좋은걸?" 하며 장난기 많은 동생도 함께 앉는다. 이 풍경으로 아침이 고마운 날이다. 아이들이 김밥 계란말이에 기분 좋은 아침을 맞았다.

그리고 짝꿍과 조카에게 2롤씩 점심으로 싸주었더니,"아하, 컵라면과 함께면 더욱 좋겠는데..." 하는 우리 짝꿍. 컵라면은 가까운 마트에서도 살 수 있다고 김밥만 들고 하루를 시작하러 나갔다. 여자 조카 하나가 오늘은 몸이 감기 기운이 있는지 집에 남아 학교를 못가고 잠을 자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보내고 나니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또 하나 있었다.
"음, 김밥 말아 놓은 것을 세어보니 몇 남지 않았는데..." 가까이에 어릴 적 친구가 하나 살고 있다. 부부가 함께 비지니스를 하니 늘 바쁜 친구다. 늘 열심히 사는 친구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친구 집으로 전화를 넣으며...
"뚜뚜~~  메세지를 남겨주세요!" 하고 응답기에서의 목소리...
"얘, 너 벌써 나갔니? 내가, 너 셀 폰으로 전화 넣어볼게" 하고 손 전화기의 번호를 누르며...
"또, 감감 무소식~~"
"뭐야, 얘는~~"
다시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전화를 한 번 더 넣는데...
"뭐야”, 하며 전화를 받는 이 못된 친구를...
"야, 어제 밤새 김밥을 만들었는데 가져가라고...!"
"철커덕~~ "
아침은 언제나 급한 목소리의 친구이다. 어찌 이리 바쁘게 사는지 금방, 우리 집 앞으로 차 소리가 나더니 도착을 했다.
운전으로 7분이면 오가는 거리에 살기에 더욱 고맙다. 우선, 김밥 하나를 썰면서...
"얘, 네가 여기 와서 김밥을 썰어라"
"나는 커피 메이커에 커피를 올릴 테니..."
우리는 이렇게 나누는 얘기가 늘 즐겁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특별함이 바로 이런 일임을 알기에, 둘이서 물 한 잔을 놓고 마셔도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25 여년이 흐르도록 서로의 정이 소리없이 흘러 흘러서 예까지 왔다. 기쁘고 행복할 때도,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함께 하는 친구이다. 모두가 바빠서 일주일 동안을 보지 못해도 늘 반갑다. 서로 마음속에서 함께 교통하기 때문이리라. 가끔은 기뻐서 서로 눈물을 흘린다. 때로는 슬퍼서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닦아준다.
"타국 멀리 이 땅에서 네가 없었으면 내가 어찌 있었으리!"
우리는 늘 서로에게 이 말을 해준다.
"네가 있어서 오늘 내가 있는 거란다."
"오늘이 그래서 행복하고 즐거운 이유야, 알지?" 하고 말이다. "사랑은 아마도... 이런 게 아닐까?"
주고 또 주어도 더 주고 싶은 마음, 줄 수 있는 것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줄 것을 받을 사람이 있어 더욱 행복한 일 말이야. 사랑은, 이렇게 주는 일인 게야. 어제 주어도 오늘 또 주고 싶고, 내일 또 주고 싶은 마음 말이다. 사랑은 아마도...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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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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