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숨
보스톤코리아  2007-06-27, 22:31:25 
요 며칠 그리운 얼굴이 있습니다. 늘 그리움으로 남은 한 사람의 마음이 내 곁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끔은 이 그리움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따뜻했던 그 사랑이 그리운가 봅니다. 쉰에 얻은 막내 딸, 아들을 낳고도 기르지 못한 恨많은 한 여인,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난 한 여자 아이 기쁨과 슬픔은 늘 함께 한다는 생각입니다. 태어난 생명의 기쁨과 환희만 있으면 좋으련만, 세 아들을 낳고도 키우지 못한 죄에 사로잡힌 여자, 그 여자에게는 늦둥이 딸은 기쁨이기보다는 환희이기보다는 차라리 슬픔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恨많은 여인의 뱃속에서, 아니, 그 여자의 자궁을 빌려 태어난 아이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슬픔과 서글픔에 있었던 어머니의 아픔을 들었습니다. 세 사내 녀석을 낳고도 키우지 못했다는 얘기를 그리고 딸이 제 위로 언니가 셋이나 있었습니다. 딸만 있는 집에 또 '딸 년'이 태어난 것입니다. 어머니가 제게 말씀해 주시더군요. 아버지는 그 막내딸이 예뻐서 그저 안아주셨다고 말입니다. 처음 아이를 낳고 섭섭한 마음을 씻을 길이 없었는데, 아버지는 목욕을 깨끗이 하시고 두루마기를 챙겨 입으시고 기도를 올리셨다 합니다. 건강하게 복되게 자라게 해달라 말입니다. 그 말을 들어서일까? 늘 아버지를 유난히 좋아했습니다. 쫄랑쫄랑 늙은 아버지를 따라다녔습니다.

언제나 옆에서 함께 해주셨던 '내 아버지~' 어려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가끔 상장을 타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공부를 잘하여 상장을 타온 적은 없어도 늘 그림 그리기는 내 몫이었습니다. 그때마다 행복해 하시는 아버지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밥을 먹으면 늘 옆에서 지켜봐 주셨던 아버지! 좋아서 그저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셨던 내 아버지! "그래, 그래하시며 밥이 인삼이란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배추김치와 무김치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음식에 대해 설명을 아끼지 않으셨던 아버지셨습니다. 그토록 채식을 좋아하시고 권하셨던 분이셨는데, 가끔 음식을 먹다가 아버지가 꼭, 옆에 있는 것 같아 힐끗 고개 돌려 보기도합니다. 언제나 자상하셨던 그 모습 잊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늘, 마음에 안식으로, 쉼터로 남아계신가 봅니다. 이런 아버지 사랑 탓에 어머니는 늘 강한 존재로 있었습니다. 때론 엄한 어머니로 말입니다. 그리고 일찍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습니다. 어려서 일찍 떨어져 살다가 또 이국만리, 늙은 부모님과 생이별을 또 했습니다. 가끔씩 찾아가면 늘 안타까움이 반가움 앞에 먼저 서 있었습니다. 늙은 부모님들 가슴에 여린 막내딸로 돌아올 때면 또 가슴앓이를 서로에게 남기며 그렇게 살았습니다. "잘 챙겨먹어라~!" "때가 되어서 먹어야지 병이 생기지 않는다"늘 그 말이 귀에 남았습니다. 유난히 딸만 키우신 어머니는 걱정이 많으셨습니다.

가끔은 아버지를 무척 그리워합니다. 어쩌면 남편에게 아버지처럼 포근하고 푸근한 사랑을 기다리나 봅니다. 늘 든든한 변함없는 짝꿍(남편)은 사랑표현도 자기만큼만 합니다. 짝꿍(남편)이 아주 어려서 이민 온 탓일까? 아니면, 늦둥이 막내로 자란 내 환경 탓일까? 가끔은 어린아이처럼 철없이 사는 내 자신을 보면 언제나 변함없는 남편의 사랑이 고맙기만 합니다. 미치도록 연애를 했습니다. 보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연애가 18년을 살다보니 무덤덤해지는 면이 많아짐을 느낍니다. 그것이 편안함일지도 모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사랑법'일지도 모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일, 바로 그것이 사랑일 것입니다.

살다가 정말 보기 싫을 만큼 남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얼른, 연애 적 재미있던 일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토록 사랑했었는데 그런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바라봅니다. 지금도 40이 넘은 우리 부부의 사는 얘기는 동네 부부들에게 인기가 넘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늘 오늘이 행복하면 최선의 최고의 인생이라 여기는 내 자신의 작은 '삶의 철학'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끔은 그 이유로 짝꿍(남편)이 화를 내기도 하지만 "걱정없는 것이 걱정인 사람이 바로 하늘이'라구요~!" 그러니, 어쩝니까?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그리고 약속을 열심히 지켜가야 할 우리들인 것을요.

몇 년 전 내 속에서 꿈틀거리는 그 어떤 것을 만났습니다. 바로 그것은 내 아버지에게 있었던 '끼'가 내 몸 속에서 흐르고 있다는 느낌들이었습니다.처음에는 무엇일까?몹시도 당황 했더랬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그토록 하고 싶으셨는데 참으셨던 그 '끼'를 제가 대물림 하고 있다는 생각 말입니다. 창을 좋아하시고 피리를, 농악을 좋아하셨지만, 많이 자제를 하셨더랬습니다. 세상의 때를 잘 만난 것에 감사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다 풀지 못했던 그 '예술혼'을 내가 대신 풀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또한 내 삶의 색깔이고 모양일 것입니다. 가끔 아버지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끓어오르는 '예술혼의 꿈틀거림을...' 이런 가슴일 때는 몹시도 아버지가 더욱 그립습니다. 내 아버지가, 늘 곁에서 함께 해주시는 아버지의 숨이 내 심장에서 펄떡거림의 결로 파도를 만듭니다. 쉼 없는 열정이...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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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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