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의 시 <새벽>과 현대 작곡가들, 보스톤에서 만나다
보스톤코리아  2016-09-12, 12:19:36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편집부 =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김소월( 본명: 김정식, 1902-1934)의 시 <새벽>을 가사로 만들어진 현대 가곡 발표회와 토론회가  9월 18일 (일) 오후 4시에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론지 음악학교(Longy School of Music at Bard College)에서  열린다. 

보스톤 작곡가들의 모임인 워드송(WordSong)과 보스턴 한미예술협회가 함께 기획하고 준비한 이번 음악회에는 작곡가 하워드 프레이진(Howard Frazin), 톰 슈나우버(Tom Schnauber), 김빛나(Binna Kim) 그리고 애덤 사이먼(Adam Simon) 씨가 참여한다. 이들은 한국어 또는 영어로 번역된 소월의 시 <새벽>에 곡을 붙여 연주한다. 콘서트 후 한국문학 박사과정에 있는 이바나 씨의 통역을 통해 시와 음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갖는다.

연주회를 앞두고 작곡가들과 <새벽>을 영어로 번역한 남세교(Sekyo Nam Haines)씨를 만나 미국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조합의 콘서트와 소월의 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및 정리=소프라노 우상원) 

• 워드송(WordSong) 그룹은 어떤 모임이고 어떤 활동을 해왔나? 
하워드 프레이즌: 워드송(이하 WS)은 2008년에 나와 톰 슈나우버가 시작했다. 보스톤에 활동 기반을 두고 있고, 하나의 가사를 놓고 여러 사람이 곡을 만들어 발표하는 새로운 콘서트 포맷을 제시했다. 작곡가와 연주자, 그리고 청중이 직접 의사 소통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있다. 작은 규모의 살롱 연주부터 대중을 위한 교육 포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활동해 왔다.  

지난 8년 간 WS는 11개의 포럼 시리즈를 진행했다. 뉴잉글랜드 전역과 뉴욕, 미니애폴리스, 워싱턴  DC, 밴쿠버, 불가리아에서 다양한 시를 주제로 50회 이상의 공연을 했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작곡가 50명 이상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근래에는 락포트 뮤직 페스티벌, 모나드나크 뮤직 페스티벌, 밴쿠버 국제 가곡 인스티튜트 등 좀 더 큰 규모의 행사로 활동의 범위가 넓어졌다. 

•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나? 
톰 슈나우버: 2013년에 한국인 시인이고 번역가인 남세교씨가 저희 연주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남세교씨가 우리 콘서트를 보고 한국 시를 번역한 것으로 같은 방식의 콘서트를 진행해 보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다. 그 후 한미예술협회의 김유경 씨와 한인 작곡가인 김빛나씨를 소개받았고, 여러 차례 만나서 식사와 토론을 하다가 김소월의 여러 시 중에 <새벽>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남세교: 예전부터 소월의 시를 번역해왔고 일부는 출판도 했고 낭독회도 했었지만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아 안타까웠다.  2013년에 참석했던 WS 콘서트는 김소월의 시를 북미 지역에 소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되었다. 톰 슈나우버에게 저의 제안을 이야기 했을 때, 톰은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는 한국에서 입양한 딸이 있어서 한국에 대한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미예술협회의 김유경씨를 알게 되어 함께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기획에만 1년이 걸렸다. 작곡가들이 김소월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그 과정 전체가 저에게는 아주 감동적이었다.  

• 어떤 계기로 김소월의 시를 번역하게 되셨나? 
남세교: 미국에서 두 딸을 키우며  느끼는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영어는 사실 저에게 세 번째 언어다. 저는 한국에서 나고 성장한 뒤,  1969년에 간호사로 독일에 이주했다. 릴케와 헤르만 헤세 등 독일 문학을 정말 좋아했다. 미국으로 다시 이주하여 살면서 부족한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영어로 시를 쓰고 번역을 했다. 소월의 시는 발음의 운율이나 그 서정성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번역을 통해 잃게 되는 것도 일부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원시에서 보여지는 음악성과 구조를 살리고자 노력한다. 

• 이전에 작곡했던 다른 시들에 비교해서 김소월의 시가 달랐던 점이나 특별했던 점이 있었나?  
하워드 프레이즌: 남세교씨가 번역한 <새벽>은 WS가 처음 작업한 번역시다. 또한 처음으로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여 발표한 콘서트다. 세 곡은 번역된 영어로 썼고, 한 곡은 한국어로 썼다. 원시가 한국어라는 것과 김소월이 한국에서 잘 알려진 중요한 시인이라는 점은 참여한 모든 작곡가들에게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두 가지 언어로 노래할 수 있는 좋은 성악가를 찾는 것도 힘들었다. 

• 번역시로 작곡하는 것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톰 슈나우버: 김소월은 한국 사람이 아니라면 모르기에 영어권 작곡가 3명에게 어려웠던 점은 번역시에서 음악적인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시의 일부 구절을 놓고 남세교씨와 함께 작업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얼마나 좋은 번역인가에 상관없이 일단 영어 번역본은 그  자체가 원본과는 다른 하나의 완전한 시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논은 더욱 깊이 있는 말과 음악의 상호작용으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 김빛나씨에게는 어떠한 경험이었나? 본인의 음악은 어떤 스타일인가? 
김빛나: 이 시를 처음 받고 읽었을 때 지나가는 장면이나 감정, 소리 등이 있었다. 김소월 시인 특유의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되었지만 떠오른 장면들은 어두움과 고독함, 한의 정서 등이었고 그런 이미지를 소리로 담아보았다. 음악적인 스타일은 개인적으로  고집하는 스타일이 있지는 않고, 프로젝트마다 그 주제나 주어진 악기의 편성에 맞게 새로운 소리를 탐구하려고 한다. 어떤 특정한 이미지나 상황 설정에 따른 소리를 상상하고 그 소리를 표현하도록 노력한다. 

• 일반 청중에게는 현대 음악이 어렵다는 인식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현대곡을 잘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하신다면? 
김빛나: 현대 음악은 청중들에게 익숙하거나 친숙한 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좀 어렵게 느끼실 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을 반영한 음악이므로 마음을 열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듣다보면 현대 음악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으시리라 생각한다.
 
하워드 프레이즌: 음악을 들을 때 그냥 직관적으로 느껴보라. 이것이 바로 WS가 원하는 것의 핵심이다. 청중이 스스로의 감각을 신뢰하고 느끼도록 만드는 것과 스스로의 취향을 표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는 처음부터 빨간 구두가 있었고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있었지만, 그것을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여러가지 모험을 경험해야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WS는 청중들이 자신의 귀와 마음을 신뢰한다면 현대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다고 믿는다.   

• 마지막으로 한국인 청중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가? 
톰 슈나우버: 많이 오셔서 들으시고 솔직한 느낌을 있는 그대로 말씀해 달라. 무엇을 들으셨고,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안 좋았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청중의 적극적인 반응과 참여가 없다면 우리가 음악을 통해 보여드리는 것들은 모두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자 약력 
하워드 프레이즌 (Howard Frazin): WordSong의 공동 창립자 및 디렉터로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에서 작곡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보스턴 아츠 아카데미에서 보스턴 클래시컬 오케스트라의 상주 작곡가로 활동 중. 

톰 슈나우버 (Tom Schnauber): WordSong 의 공동 창립자 및 디렉터로 현재 임마누엘 칼리지의 공연예술학부 과장이다. 미시건 대학교에서 작곡 및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다수의 상을 수상. 

김빛나 (Binna Kim):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현재 뉴잉글랜드 컨서버토리에서 박사 과정 중. 2009년 피츠버그 심포니의 젊은 작곡가를 위한 리딩 세션에 참여하였고, 2013년 아스펜 음악 페스티벌에 작곡 펠로우로 참여.  

남세교 (Sekyo Nam Haines):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1973년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간호사로 일함. 고다드 칼리지에서 미국 문학을 공부하였으며,  고(故) 오토네 M. 리쵸에게 사사. 번역한 작품이 다수의 책에 수록되어 출판됨. 

김소월의 <새벽> WordSong 콘서트 
일시: 2016년 9월 18일 (일) 오후 4시  
장소: Pickman Hall, Longy School of Music 
        27 Garden St., Cambridge, MA  
입장료:  무료, 도네이션 환영 
문의: 781-223-4411 
(일요일에는 미터 파킹이 무료이며 레지던트 전용 구역에도 주차 가능)

hsb@bostonkorea.com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민주평통 보스턴협의회 전체회의 북 미사일 발사 규탄 2016.09.12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편집부 =   보스턴 민주평통은 3일 토요일 이가그릴에서 개최한 전체회의와 미사일 발사규탄대회를가졌다.이날 전체회의는 4월 이..
"복수국적 취득자격 55세로" 국적법 개정안 재발의 2016.09.12
원유철 의원 “만 41세로 하향 조정해도 무방… 급격한 제도변경 부작용, 국민정서 등 감안
칩 크레딧카드 단말기로 바꿔야 하나요? 2016.09.12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  대부분의 한인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마이크로 칩이 내장된 크레딧 카드와 데빗카드를 우송받았다. 이 카드는 바..
김소월의 시 <새벽>과 현대 작곡가들, 보스톤에서 만나다 2016.09.12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편집부 =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김소월( 본명: 김정식, 1902-1934)의 시 을 가사로 만들어진 현대 가곡 발표..
중견 성악가 이유라 초청 "휴식 같은 콘서트" 2016.09.12
보스톤 한미문화재단 2016 가을 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