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386회
보스톤코리아  2013-02-25, 14:37:17 
사람은 늘 만나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는 관계 속에서 산다. 이렇게 저렇게 이리저리 얽히고 설켜 때로는 그 복잡함에서 벗어나고픈 때가 있다. 차라리 남남이라면 보기 싫을 때 비켜가면 그만일 테지만, 그렇지 않고 가족이라든가 가까운 친구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다면 더욱이 그 상황에서 서로에게 주는 상처와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 불편한 마음으로 있었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고 이럭저럭 지내다 보면 세월이 약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실감이 날 때도 있다. 세월 속에 서로 마음에 남았던 앙금도 조금씩 가라앉고 억울했던 울분도 사그라든다.

우리들의 삶 속에서 정이 많은 감성적 성격의 사람일수록 받는 상처도 많고 더 깊고 오래간다. 냉정한 성격의 이성적인 사람들은 그 어떤 일이나 사람을 대할 때 길고 짧고 재어보는 만큼 자신을 방어할 준비와 능력이 감성적인 사람에 비해 뛰어나다. 그렇다고 그 어떤 성격이 좋고 나쁘고는 없다. 다만, 주변에서 그동안 겪고 경험했던 이들의 보편화된 얘기를 나누는 것뿐이다. 그 속에는 나 자신도 속해 있어 이렇듯 글을 써 내려가며 객관적인 입장이 되어 나 자신을 바라보고 느껴보는 것이다. 참으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서로 표현하며 사는 복잡한 세상이다.

삶 가운데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일들이지만, 이상하게도 어느 자리에서든 마주하면 편치 않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모임에서든 상대에게 내 속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써도 애쓴 만큼 이미 상대방은 알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적이기 때문에 느낌으로 이미 알고 있다. 그런 모임의 자리에 있을 때 참 불편하지 않던가 말이다. 때로는 나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참으로 어처구니없지만, 뭐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특별히 개인적인 감정이 없으니 그저 안쓰러운 마음에 스쳐 지나간다.

삶을 경험하며 때로는 사람에 대해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고 그러다 믿음이 흔들리면 서로 상처받게 된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나면 섭섭함보다는 상대에 대한 연민으로 또다시 한 번 믿어보는 것이다. 이제는 나아졌으려니 하고 말이다. 이렇게 믿어보며 다시 또 실망하길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다음에는 절대로 상대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해보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성적인 성격의 남편은 아내의 사람에 대한 미련과 연민에 대한 갈등에 못마땅해한다. 그 사람에게 이제는 더는 미련이나 연민 그리고 믿음을 버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람의 천성은 버릴 수 없는 모양이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고치려 애써도 고쳐지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또한, 다른 사람의 행동에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 사람 역시 고치기 어려운 부분임을 안다. 다만, 길들여진 그 사람의 버릇과 습관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은커녕 불편함만 준다면 적어도 관계 개선을 위해 잠시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삶 속에서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타고난 천성은 쉬이 바뀌지 않을뿐더러 다른 사람에 의해서는 더욱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삶의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처한 상황이 예전보다 많이 어려워졌을 때 안쓰러운 마음에 모르는 척 지나치기 어려워 다시 챙겨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또 옛 성격이 그대로 나타나고 행동은 변함이 없고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라면 실망은 거듭되고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일을 여러 번 겪다 보면 정말 사람이 싫어질 때가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나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일 게다. 다만, 내 입장에서 얘길 풀어가려니 다른 이를 얘를 들 수밖에 없는 것뿐이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었으니 더 나아지겠지 하고 기대하지만, 여전히 실망이 더 커진다.

그런가 싶다. 인간은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고 긴 세월을 지나 많은 사건을 겪고 경험을 해도 그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가 싶다. 다만,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길만이 사람에 대한 실망이나 믿음과 신뢰에 대한 상실을 적게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실망을 주었을 것이고 믿음과 신뢰에 대한 어긋남을 겪게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누구를 이해하려 애쓰며 살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기대치를 낮추며 살고 싶다. 나 자신이나 상대방이나 사람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 깨달은 까닭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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