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칼레이몬 소세지 가게
보스톤코리아  2012-06-11, 12:34:02 
저 북해도의 입구,하코다테에 모토마치라는 마을이 있다.
하리토리스 러시아 정교회의 희고 둥근 돔 지붕이 올려다 보이는 언덕길. 가을의 단풍이 물들면 이 언덕길에서 항구가 내려다보인다.
바로 그 언덕길의 한 모퉁이에 독일식 3층 흰 건물이 하나 서있다.

칼 레이몬드 소세지 가게. 이 가게가 사실상 일본 최초의 소세지 가게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게에 들어서면 60종의 소세지가 진열장에 단정하게 넣어져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게가 문을 연 것은 1924년. 독일인 칼레이몬에 의해서였다.

칼레이몬(1894-1987)은 지금은 체코땅이 된 오스트리아 보헤미아 지방의 카를로스버드에서 태어나 식품가공 마이스터 과정을 마치고 소세지 기술자가 되었다. 이후 그는 유럽과 미국을 돌면서 소세지의 가공기술과 경영학을 배우게된다.

미국에서 독일로 가던 중 그는 잠시 일본에 들르게 되었는데 거기서 그만 덜컥 <동양 캔>이라는 통조림 회사에 스카웃되었다. 그 회사는 미국과 일본이 합작해서 만든 회사. 거기서 그는 그 회사의 북해도 하코다테 지점에 부임했다. 거기서 그는 가쓰다 고우라는 일본여인을 만났으나 2년 뒤 혼자 고향 독일로 돌아가 소세지 가게를 열었다.

그러나 그는 가쓰다 고우를 잊지못해 다시 하코다테로 돌아왔고 그녀와 결혼했고 역전에 독일 소세지 가게를 열었다. 가게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5년뒤 첫 번째 공장이 8년 뒤 두 번째 공장이 세워졌다. 그러나 1938년 중일전쟁이 터지면서 그의 공장들이 강제몰수당하자 그는 바로 오늘날의 모토마치에 살림집 겸 가게, 공장을 차리고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198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약 50년간 그 가게에서 일하면서 일본에 소세지와 햄의 발전에 이바지했고, 지금도 그가 세운 가게는 과거 그가 만들던 소세지와 똑같은 맛의 소세지를 팔고 있다.

<자연 본래의 맛을 살려라>,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 듯 만들어라>
그는 그런 신념으로 소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내가 만든 소세지는 본래의 맛을 손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내가 만든 햄은 고기의 세포를 일시적으로 잠들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소세지가 인간의 위로 들어가면 그 세포가 다시 살아나고 병도 치료되는 힘이 나온다>
그의 소세지 제조비법이다.

칼레이몬드는 세상을 떠났으나 그가 만든 소세지와 햄의 맛은 여전하 실아있다.
어떠한 인공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맛이 살아있다.
오늘날 그의 가게는 손자에게 전해져 이제는 종업원 75명의 작은 공장도 가지고 있다.

내가 그 가게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세지는 차조기잎을 섞어서 만든 소세지이다. 6개에 760엔으로 우리돈으로 만원 가까이 하지만, 두개째 먹을 때는 조금은 느끼하게 되는 소세지의 맛을 쌈박한 차조기잎이 가시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아주 담백하고 순수한 절정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오늘날 일본은 음식의 대국이 되었다. 프랑스의 음식 가이드북 <미슐랭> 도쿄 편에서는 별 3개 만점을 맞은 식당이 8개가 탄생했다. 미국의 뉴욕도 단 2개만이 별 세 개 만점을 맞았는데 무려 8개 식당이 만점을 맞은 것이다.

일본이 음식 대국이 된 것은 남의 나라 음식 문화를 제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혀와 눈과 코와 귀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 섬세한 혀와 그 눈의 관찰력과 냄새에 대한 민감함과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귀가 있다는 것이다.

칼레이몬는 소세지를 만드는 법을 일본인들에게 가르쳐주고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후손들은 1924년 생산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 순수한 맛을 그대로 지키면서 소세지를 만들고있다.

작년 12월, 오랜만에 가게의 한쪽 귀퉁이 카페에 앉아 차조기잎이 들어간 소세지를 먹었다. 벽에는 칼 레이몬의 커다한 대형 흑백 브로마이드 사진이 걸려있었다.
소세지를 입에 넣자 마치 칼레이몬이 내 옆에 앉아 <맛이 어때요?>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과연!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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