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이제 그만 !
보스톤코리아  2012-06-11, 12:16:06 
우리는 흔히 ‘하나 둘 셋’이라고 하며 사진을 찍곤 한다. 가족사진, 혹은 이렇게 신호를 주는 주는 것이 그룹사진을 찍을 때는 도움이 되지만, 일반적인 인물 사진을 촬영할 때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번 컬럼에선 인물사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어떻게 촬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얘기해 보자.

초기에 사진촬영의 주목적은 인물사진 촬영에 있었다. “사진은 인물사진에서 시작해서 인물사진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듯이 인물사진은 사진의 여러 주제 중에서 가장 으뜸이다. 초기 인물사진은 초상화적인 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석고상 같은 인물사진을 촬영했다. 그러나 최근 인물사진은 내면 속에 흐르는 인간미나 인간상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따뜻한 감정이나 인간의 표정이 얼굴이나 형태로 시각화하는 작업이 주로 이루어 지며, 인물사진에서는 일상의 실제 표정을 그대로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자연스러운 스냅사진은 캔디드(Candid-솔직한, 정직한) 사진이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 정면에 세워놓고 천편일률적인 자세와 표정을 찍는 것 보다는 조용히 옆에서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자연스럽게 찰칵찰칵 담아 내는 게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을 담는 것이 좋다. 대화를 하며 사진을 찍는 것 또한 추전한다. 즉, ‘음 좋아요’ '지금 표정 정말 예뻐요', '머리카락 넘겨보세요, 오, 훨씬 더 예쁘네요' 등의 말을 건내면 카메라 앞의 인물은 미세하게 표정이 다 달라진다. 이런 순간을 잘 포착하면 자연스럽고 이쁜 사진이 많이 나온다.

때론 인물의 느낌을 담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걸음걸이를 찍는다거나, 역광을 이용해 찍어보는 것도 좋다. 이런 사진은 또렷한 모습보다 오히려 더욱 아름다운 사진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며, 때론 핀 나간 사진이 느낌이 좋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인물의 모습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온다. 인물의 발이 예쁘다면 발을, 가방 끈을 쥔 손, 찻잔을 만진 손 등을 찍는 것도 좋다. 손이나 발 등 신체 일부가 얼굴이나 몸동작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기도 한다. 때론 연속촬영 모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좋은 표정을 잡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정관념을 깨면 인물사진이 보인다. 흔히 가족 나들이를 나가서 사진을 많이 찍곤 하는데, 배경 좋은 곳을 골라 그 앞에 아이를 세운 뒤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셔터를 누른다. 아이가 눈을 감으면 다시 한 번 더 찍는다. '김치(치즈)'라고 외치며 웃음을 유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진은 어떤 장소에서 찍으나 비슷한 모습밖에 담기지 않는다. 다양한 사진을 얻으려면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야 한다. 아이의 정면 모습을 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면 훨씬 다양한 사진 찍기가 가능하다. 정면뿐 아니라 옆모습, 뒷모습 등 모든 각도에서 아이를 바라보자. 분명 생각지 못한 느낌을 발견할 것이다. 사진 속에 아이 위치를 바꾸는 것 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이 난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배경과 인물을 함께 찍으려는 욕심을 버리자. 이 둘을 다 담으려다가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찍지 못한다. 인물을 배경 바로 앞에 세우지 말고 멀찌감치 떨어지게 만든 후,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고 조리개를 개방하여 배경을 흐릿하게 찍으면 한결 생동감이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리고 인물사진 촬영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좋다. 사진 속에는 글은 없지만 메시지는 있다.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고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 낱장의 사진을 잘 묶으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가족 나들이'라는 막연한 주제 보다는 포옹, 교감, 행복, 따뜻함 등 다양한 키워드를 정해 느낌을 표현해 보자.

마지막으로, 기억해 두자. 인물사진은 모델의 표정이 제일 중요하다. 표정이 좋은가 좋지 않는가는, 인물이 카메라를 의식 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이다. 그래서 되도록 모델과 거리를 적당히 두고 망원으로 살짝 땡겨서 찍어라. 프로모델이 아닌 이상, 누구든지 카메라를 의식하고, 그러다 보면 표정이 딱딱해 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둘 셋’은 이제 그만하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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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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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5, 12:21:07
옙!!
양성대 선생님의 말씀 잘 기억해 두었다가 적용해 보겠습니다.
매 주마다 올라오는 칼럼이 어쩌면 이렇게 모두 제게 제때 필요한 내용인지
놀라고 있습니다.
혹시.. 독심술도 연마하셨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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