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410 회 |
보스톤코리아 2013-08-19, 13:39:08 |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야 누가 누구보다 특별하다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뿐일 게다. 우리 집도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아빠를 유독 좋아하는 딸아이와 딸아이를 정성스럽게 챙기는 아빠 두 부녀를 보노라면 잠시 샘이 날때가 있다. 그 순간은 사이 좋은 두 부녀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지금은 세상에 아니 계신 깊은 그리움으로 남은 '내 친정 아버지'를 떠올려보는 시간이다. 내 아버지의 사랑이 더욱 그리워 눈물 짓는 것이다. 우리 집의 가장인 남편 딸아이의 아빠인 이 사람은 무뚝뚝한 성격에 자신의 속마음으로 밖으로 아니 입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 속마음의 따뜻한 온도는 아내뿐만이 아닌 세 아이가 잘 알고 있다. 특별히 딸아이에 대한 아빠의 지극한 사랑은 곁에서 봐도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자식은 늘 부모에게는 걱정과 염려로 있게 마련이다. 아직은 다 키웠다고 말할 수 없지만, 대학을 졸업한 나이에 있는 세 아이를 보면서 지금까지 맑고 밝게 자라주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아빠 엄마의 지극한 정성인 까닭이리라. 세상 나이 쉰에 얻은 늦둥이 막내딸을 두셨던 내 아버지의 그 극진했던 사랑과 정성처럼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한없는 바람인 게다. 하지만 어찌 부모님께 받은 그 크신 사랑을 갚을 수 있을까 말이다. 다만, 그 받은 사랑과 정성을 내 자식에게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니던가. 그래서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내리사랑'이라고 했지 않았겠는가. 부모님의 그 높고 깊고 넓은 그 사랑을 어찌 자식이 헤아릴 수 있으며 감당할 수 있을까 말이다. 사랑도 받은 사람이 베푼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세상을 살면서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8월 말 시작하는 학기부터 우리 집 큰 녀석이 보스턴의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어 다른 친구들과 룸메이트를 하던 누나와 둘이서 아파트를 얻어 지내게 되었다. 어찌 보면 아이들은 조금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만, 남매가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것이 부모로서는 마음이 조금은 놓이고 감사한 일이다. 아파트를 얻는 과정에서도 무엇보다도 딸을 생각하는 아빠의 깊은 마음이 들어 있음을 아이들도 알고 있었다. 곁에서 두 부녀의 끈끈한 정을 지켜보는 아내인 나와 엄마인 나는 흐뭇하면서도 갑자기 막내 기질이 불쑥 튀어나와 왠지 모를 질투가 스쳐 지난다. 어쩌면 세 아이가 많이 부러운지도 모른다. 세 아이가 연년생으로 자라며 장난감을 서로 가지려 싸움도 많이하고 맛난 것도 서로 더 먹으려고 다툼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친구처럼 늘 셋이서 오손도손 소꿉놀이를 하고 밖에서 물장난을 치고 학교 공부를 서로에게 묻고 답해주던 모습은 엄마인 내게도 아주 좋은 추억이 되었다. 내 어린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 언니들과 나이 터울이 많았던 나는 늘 외로웠던 아이였다는 생각을 한다. 세 아이의 시끄럽고 정신없는 속에서 가끔은 부러워하면서 나의 유년 시절을 끼워 넣고 그 외로움을 달래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들 틈에 끼어 앉아 엄마는 없고 어린아이가 되어 남편에게 아버지의 그리움을 달래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남편에게 가끔 농담으로 던지는 말에는 "딸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능청스럽게 말을 던지면 피식하고 웃음 하나 건네주는 남편이 늘 고맙기만 하다. 요 며칠 남편의 오래전 말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빨리 자라니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엄마의 사랑을 나눠줘야 한다고..."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대꾸 삼아 던지고 말았던 그때의 풍경이 스쳐지나며 참으로 귀한 귀띔이었음을 깨닫고 말았다. 우리 집 풍경은 이렇게 늘 아빠는 돈에 대한 관념이 투철한 '주이시 아빠(Korean Jewish)', 엄마는 자유분방한 '집시 엄마(Gypsy Mom)'로 조화를 이루며 25년이란 결혼 생활을 잘 해오고 있다. "얘들아, 너희는 엄마 아빠에게 고맙다고 해야 해!" "25년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너희도 잘 알지?" 하고 말이다. 이렇듯 자유분방함 속에 질서가 있고 빡빡한 듯함 속에 넉넉함이 있어 가정이란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며 사는가 싶다. 내 남편에게 내 딸아이가 사랑스러운 딸인 것처럼 나도 내 아버지의 사랑스러운 딸이었음을 기억하며.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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