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부터 해야하는지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교회 행사가 혼자서 하는 일이 분명 아님을 알면서 미리부터 혼자 걱정이 가득합니다. 우리 교회의 창립 35주년 기념예배 행사가 있어 여선교회에서는 만찬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한 달 전부터 끙끙거리며 준비했던 행사(03/25/2012)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집안의 큰일이 있을 때에는 시어머님께서 계시니 어머님 곁에서 심부름 해 드리고 도와드리는 것이 전부인 내게 교회의 한 부서의 책임이 맡겨지니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치르며 곁의 많은 분의 따뜻한 마음과 부지런한 손길 그리고 서로의 기도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또 배웠습니다.
이렇듯 교회 일은 서로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또 느꼈습니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는 익히 들어왔던 성경 말씀이 이번 행사를 통해 내 몸과 마음으로 절실히 느꼈던 시간입니다. 여선교회의 선배 되시는 다른 임원분들(권사님)께서 지침과 귀한 자료를 남겨두었기에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선교회는 예년에 비해 세대교체라는 말을 듣는 시점에 있어 더욱 조심스러웠는지도 모릅니다. 교회 창립 35년을 지내오는 동안 많은 분들이 여선교회 일을 맡아 해왔지만, 우리 나이보다 위에 있던 분들이 거의 20여 년을 쉬지 않고 청년의 나이부터 오십 중반까지 이 일을 오랫동안 맡아 해왔던 것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제일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나이가 40대이지만, 기혼의 여성들은 가정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바쁘니 교회 일에 참여해 활동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동안 그 어려운 일들을 맡아 해오셨던 교회의 선배님(권사님)들이 어찌 그리도 크게 보이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교회를 오랫동안 다니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만 골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가 하지 않았던 일을 하려니 엄두도 나지 않았거니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두서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아직은 서툴지만, 교회의 부엌에 무엇이 있고 어디에 있는지 찬찬히 눈 여겨 보며 그곳에 머물렀던 다른 분들의 손길에 감사가 느껴집니다.
한 교회의 교인으로 함께 지낸다고 해도 같은 모임에 있지 않으면 서로 속내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저 눈인사로 지낼 때가 많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서로 부탁을 주고받으며 몸과 마음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되고 그 관심은 사랑의 씨앗을 심게 합니다. 삶에서 서로 자신의 얘기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일상생활 뿐만이 아닌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까닭에 조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렇듯 서로 만나 나누고 때로는 부딪히면서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면서 마음을 열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입니다.
주일날 아침 2부 예배를 마치고 각자 맡은 부분에 역할을 담당하며 발걸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각 속별로 음식을 준비하고 예배를 마친 후 친교(식사)를 위한 테이블을 정리하며 테이블보를 깔고 꽃장식을 위해 꽃을 준비하는 손길을 보며 감사했습니다. 모두의 마음에는 교회의 행사를 위해 정성과 최선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각자에게 책임지어진 만큼 열심으로 애쓰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창립 35주년 기념예배(장로 취임식 외)를 축하하기 위해 오신 외부 손님을 합해 300여 명이 넘는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에는 음식이 모자랄까 싶어 마음이 조급해 오기까지 했습니다.
신앙생활을 함께 하지않는 남편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이번 주일날에는 행사가 있으니 하루 온종일 교회에서 있을 것이라고 미리 얘기를 해두었습니다. 남편은 신앙생활을 함께하지는 않지만, 아내가 교회에서 활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너그럽고 편안하게 해주는 편입니다. 어쩌다 한 번 정도 남편이 투덜거리는 때는 자신의 몸이 많이 불편할 때일 것입니다. 이렇게 교회에서 맡은 직분과 책임은 가정의 책임과 신뢰에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남편에게 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어 말 한마디에도 사랑과 정성을 담아 전달하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삶이란 것은 이렇듯 특별한 것이 아닌 나의 평범한 일상임을 또 깨닫습니다.
이번 행사에 장로 취임식이 있어 더욱 감사했던 날입니다. 그것은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뵙던 분이시며 두 분 모두 조용하시지만, 늘 곁에서 내게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으시던 존경하는 남자 권사님이 장로님이 되셨습니다. 이 두 분을 뵈면 얼마나 기쁘고 고마운 마음이던지 곁에서 뵙는 것만으로도 감사가 넘치는 분들이십니다. 아마도 교회에서 많은 분이 아니 교회 밖에서도 많은 분이 이 두 분(부부)을 좋아하실 것입니다. 삶 속에서나 교회의 신앙생활에서 자신의 몫을 잘 담당하며 사시는 분들이십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분들이십니다. 이번 교회 행사를 무사히 마치며 더욱 감사가 차오릅니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룬다는 그 말씀이.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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