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가 걸렸다. 시카고 컵스 월드시리즈 우승
보스톤코리아  2016-11-07, 15:13:34 
컵스의 선수들이 10회 말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컵스의 선수들이 10회 말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김시훈 기자 = “시카고 컵스는 더 이상 내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조 벅 폭스스포츠 캐스터), “월드시리즈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은 다 나온 것 같습니다”(한명재 MBC스포츠+ 캐스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역사상 가장 명승부로 기록될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대결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컵스의 우승으로 막이 내렸다. 107년과 67년, 우승을 어느 팀보다도 가장 간절히 원하던 두 팀의 최종승부였던 만큼 야구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이 겹치며 엎치락뒤치락했다. 컵스의 우승으로 컵스는 MLB에서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못한 팀이라는 꼬리표를 뗀 반면 클리블랜드는 MLB에서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못하고 있는 팀이라는 불명예를 컵스로부터 넘겨받았다.

6차전까지 양 팀 3승 3패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양 팀이었던 만큼 마지막 7차전은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먼저 선취점을 따낸 팀은 컵스였다. 컵스는 1회 초 컵스의 1번타자 덱스터 파울러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때려냈다. 이에 맞서 클리블랜드도 3회 1사 3루 상황에서 카를로스 산타나의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컵스는 이에 질세랴 4회 희생플라이와 적시 2루타로 두 점을 달아나 3-1을 만들었다. 

컵스는 경기 초반 무려 3개의 잇따른 수비 실책과 기록되지 않은 유격수 포구 미스로 자멸하는 듯 했다. 하지만 컵스의 선수들은 실책을 하고도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며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컵스의 2루수 하비에라 바에즈는 1회 말과 3회 말 수비에서 각각 악송구와 공을 떨어뜨리는 실책을 범지만 이내 5회 초 솔로 홈런을 날려 자신의 두 번의 실책을 만회했다.

컵스가 한 점을 더 벌어 점수를 5-1로 벌린 상황에서 클리블랜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클리블랜드는 5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컵스의 바뀐 투수 존 레스터를 상대로 포수 실책과 폭투로 단숨에 안타 없이 5-3을 만들었다. 특히 포수 실책으로 2사 1루가 2사 2, 3루가 되자 흔들린 레스터의 폭투 때 홈까지 전력질주한 2루주자 제이슨 킵니스의 상황판단이 돋보였다.

컵스는 5회 말 실책을 기록했던 포수 데이비드 로스가 6회 초 공격에서 솔로홈런으로 한 점을 만회하여 6-3, 3점차로 다시 벌려 여유를 되찾았다. 8회 말 2아웃 상황에서 레스터가 내야안타를 허용하자 컵스의 매든 감독은 아롤디스 채프먼을 올렸다. 그러나 클리블랜드의 타자들은 채프먼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브랜든 가이어가 1타점 2루타, 라자이 데이비스가 투런 홈런 쏘아 올리며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9회까지 경기를 마친 양팀은 연장전 돌입을 준비했다. 그러나 연장 준비중 강해진 빗줄기에 양팀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야 했다. 우천으로 15분간 지연된 경기는 흐름을 다시 컵스쪽으로 바꿔놓았다. 컵스는 연장 10회 초 벤 조브리스트의 1타점 2루타와 미구엘 몬테로의 좌전 적시타로 두 점을 달아나며 8-6을 만들었다. 클리블랜드는 연장 10회 말 2아웃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볼넷과 도루, 적시타로 기어이 한 점을 따라갔지만 더 이상의 안타가 터지지 않아 최종 스코어 8-7로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실망스러운 컵스 감독, 우승 날려먹을 뻔
컵스가 108년만에 우승을 거머쥐는 감격을 맛보았지만 조 매든 감독의 경기운영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투수 교체였다. 컵스의 선발 카일 헨드릭스는 3회 한 점을 내주긴 했지만 타선의 공격 지원아래 이후 피안타 없이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러나 승리에 조급했던 매든 감독은 헨드릭스가 5회 2사 상황에서 볼넷을 허용하자 투수를 즉시 레스터로 바꿨다.

물론 매든 감독은 7차전 경기 전부터 선발투수인 레스터를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시점이 문제였다. MLB 통산 308경기에서 불펜경험은 단 1경기에 불과한 그에게 등판하자마자 주자 1루에서 시작해야하는 상황은 익숙하지 않았다. 이어진 포수의 1루 송구 실책으로 주자 2, 3루 실점 위기상황을 맞이하자 레스터는 폭투를 던지고 말았다. 결국 그는 피안타 하나 없이 올라오자 마자 2실점을 허용했다. 

채프먼이 올라온 상황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5회를 힘들게 넘긴 레스터지만 6회와 7회에는 에이스답게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매든 감독은 그가 8회 투아웃 상황에서 안타를 허용하자마자 바로 채프먼 카드를 꺼내든다. 채프먼은 시속 105마일을 던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의 사나이지만 이미 이번 시리즈에서 4번의 경기출장으로 지쳐있었다. 특히 5차전에서 2.2이닝동안 42구를 던진 채프먼이 전날 6차전에서 굳이 5점이나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올려 체력을 소진시킬 이유가 없었다. 결국 감독의 판단의 결과는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동점 투런홈런이었다. 우승팀 감독답지 않은 최악의 선택만 골라 한 것이다.

저주덕에 얻은 승리?
재미있는 사실은 양팀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홈경기보다 원정경기에서 더 많은 승리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컵스는 올 시즌 홈에서 57승 24패, 원정에서 46승 34패로 홈에서의 승률이 더 좋았다. 클리블랜드도 마찬가지로 홈에서의 기록(53승 28패)이 원정기록(41승 39패)보다 월등히 좋았다. 

그러나 월드시리즈에서는 컵스가 4승 3패로 이중 홈에서 얻은 승리는 단 1승이다. 클리블랜드도 3승 4패중에 3패를 홈에서 당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컵스의 염소의 저주와 클리블랜드의 와후 추장의 저주에서 홈에서 한 경기를 더 치른 클리블랜드가 더 많은 저주에 씌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016년은 곰의 해?
한가지 또 재미있는 사실은 올해 한, 미, 일 야구 시즌의 최종 우승팀의 마스코트는 곰이라는 것이다. 코리안시리즈의 우승팀 두산 베어스는 이름 그대로 마스코트가 곰이다. 재팬시리즈의 우승팀 닛폰햄 파이터즈의 마스코트는 ‘브리스키 베어’라는 이름의 곰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우승을 확정지은 시카고 컵스의 컵(Cub)은 새끼곰을 의미한다. 대만 프로야구의 경우 마스코트로 곰을 가지고 있는 팀은 현재 없지만, 올해 우승팀 이다 라이노스의 전신은 줜궈 베어스로 이 또한 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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