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가, 만들어 지는가
보스톤코리아  2008-03-05, 15:32:26 
겨울의 침묵으로부터 봄을 기다리며 기지개를 켜본다. 하얗게 눈이 쌓인 언 땅 저 깊은 아래에서 봄은 시작되리라. 벌써 기다림으로 새순을 틔우며 봄을 들고 일어나리라 그들은. 이맘때쯤이면 언제나처럼 내 안에서의 삶에 대한 물음이 더욱 깊어진다. 나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와 존재 이유와 사유를 묻고 또 묻는다. 인류를 위해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몸을 내어 놓은 그 사람과 나는 어떤 관계일까. 그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내 놓으며 인류를 건지고자 했던 참뜻은 어디 있는 것일까. 2천여 년 전의 그 일이 지금 나와는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시공간을 초월한 그 사랑의 참 의미가 가슴팍을 파고들 이 무렵에는 더욱 존재에 대한 물음이 깊어진다.

요즘처럼 편안하고 편리한 세상에서 상대적으로 걱정과 근심은 더욱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세상에 살고 있다. 풍요 속에서의 빈곤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뭐든 많아 고민하는 세상에서 어처구니없는 시간을 때로는 낭비하고 있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쉽게 가질 수 있기에 또한, 쉽게 버릴 수 있는 귀함을 잊어버린 세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을 바로 키우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키워야 할까.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 식의 아이들 교육은 너무도 진부한 어머니 세대의 묵은 내 나는 교육이다. 아이들조차도 들으려 하지 않을 뿐더러 케케묵은 잔소리쯤으로 여기기 십상이다.

여기저기 매스컴을 통해 던져지는 뉴스들은 날마다 새로운 기사로 정신 차리기도 벅차다. 지난해에 있었던 경악하고도 모자랄 미국 대학에서의 무차별 총격 사태인 버지니아 공대의 '버지니아 텍 사건'과 올해 초에 있었던 일리노이 주 더캘브 소재 노던 일리노이 대학(NIU)의 한 강의실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경악스런 일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일어나는 무서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염려는 끝이 없으리라. 하지만,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함께 나누지 못한 죄스러움이 가슴을 짓누르고 답답함으로 남는다.

우리는 이런 일들 앞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내 가족의 일이 아니기에 내 주변의 일이 아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일까. 그것은 너무도 소극적인 태도일 것이다. 사순절 기간에 있는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그 어떤 종교인들에게도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할 우리 모두의 '세상의 빚'은 아닐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 (성경 요한복음 8장 7절) 이 말씀은 특별히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남에게 탓을 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라는 말씀인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자신의 독립성을 찾아 바로 볼 수 있는 균형잡힌 자신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사건에 나 자신이 들어 있을 수도 있고 그 아이가 내 자식이고 형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돌로 던지며 탓하는 나에서 '세상에 빚진 나'를 비추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옛 속담에도 '열길 물속은 알 수 있어도 한 길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다'고 한 것처럼 그만큼 사람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보통 때 얌전하던 사람이 어떤 술자리에서 '주사'를 부리는 경우를 보지 않는가. 이처럼 평범한 사람이라도 어떤 특별한 '악한 상황'이나 '억울한 상황'에 놓이면 갑작스럽게 악한 마음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특별히 정해진 사람이 악한 사람이 아니고, 그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가의 그 모습이 중요하다. 그 누구의 마음도 들여다볼 수 없으니 답이 없을 뿐이다. 다만, 어떤 극한 상황에 처했을지라도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의 힘과 에너지를 키우는 것만이 균형잡힌 자신의 삶의 최선의 노력이고 책임이리라 생각한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의 현실이다.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어 오늘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어제 때문에 오늘을 낭비하지 말고 내일 때문에 오늘을 아껴두지 말자. 또한, 오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존재한다는 이유이고 사유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오늘에 있어야 하고 살아야 하는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나도 함께 있다. 하루 중에도 마음에서 싸우는 '선함과 악함'도 어쩌면 태어났는지도 만들어졌는지도 모른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그 선함과 악함도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선택'이며 그 '선택에 대한 나의 책임'이다. 중요한 것은 태어났는지,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어떤 선택을 했으며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 내게 있는가’를 물을 수 있기를...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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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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