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I)?'
양미아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보스톤코리아  2017-09-11, 11:32:19 
지난번 칼럼을 통해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용기가 오히려 더 정직한 이별법임을 피력했다.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핑계를 대면서 이별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는 얌체를 식별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가지지 못할 수록 느껴지는 '갈애' 때문이다. 갈애를 열망으로 착각하기 싶다. '열망'은 미래를 향한 희망과 함께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 반면 '갈애'는 어원적으로 '목마르다'에서 파생되었다. 사막에서 물을 못 구한다고 상상해보자.

물을 못 마시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애타게 물을 마시고 싶은 갈구가 생긴다. 이것이 갈애다. 사랑을 받고 싶은데 자신에게 대면대면해지는 그 사람, 자신을 외롭게하는 그 사람의 사랑을 더욱 갈구하다보면 자연히 '갈애'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나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 그에 대한 분노, 단 한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은 탐욕은 집착으로 전이되고 만다. 집착은 자신도 모르는사이 자신의 마음을 병들게한다. 설상가상 이별의 모습에서 지쳐가는 자신의 모습이 진짜 헤어지는 이유라며 자신의 진솔한 사랑은 기만당할 수도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수잔의 남편이 갑자기 이혼을 요구해왔다. 그 이유는 그녀의 성격이 원인이었다. 수잔은 남편 빌과의 이혼을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매달렸다. 그녀가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빌은 그녀를 더 밀어냈고 결국 빌은 집을 나가고 말았다. 3년간의 긴 여정의 이혼절차를 밟으면서 수잔은 마음도 몸도 지쳐갔다.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두 아이들을 잘 돌볼 수 도 없었다. 빌은 새 여자친구를 만나 그의 두번째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잔의 우울증을 이유로 아이들의 양육권마져 가져가려고 법정에 청구 중이었다. 어느 날 술이 심하게 취했던 빌은 새 약혼자에게 자신이 수잔을 떠난 진짜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술이 깬 후 빌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했다.  빌은 수잔과의 결혼 생활 중 불륜의 관계를 갖고 있었다. 빌은 교묘히 자신의 불륜을 합리화하면서 이혼의 이유를 수잔의 성격으로 몰았던 것이다. 이혼 후 그의 불륜녀와 결혼을 하려 했는데 그의 불륜녀는 그를 떠났다. 인과응보였다. 빌의 새 약혼녀 제시카는 필자의 클라이언트였다. 

제시카는 테라피 중 자신이 빌과 결혼을 진행시켜야 하는 지 고민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빌이 가지고 있는 얌체적인 성향으로 자신 또한 피해자가 될 거라는 판단에 빌과의 결혼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제시카는 빌에게 그의 비리를 수잔에게 알린다고 공표했다. 그 후 뒤틀렸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수잔의 빌에 대한 집착의 이유, 우울증의 이유가 밝혀졌다. 그리고 제시카는 수잔의 우울증이 많이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캐서린은 우연히 남편 죠우의 셀폰에 뜬 텍스트를 읽게되었다. '출장 후 잘 도착했냐'라는 문자였다. 짤막한 글이었지만 직감적으로 단순한 안부 문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왔다. 그 이후로 케서린은 남편의 셀폰을 몰래 보아야하나 말하야 하나 한참을 망설였다. 자신이 여태껏 믿고 지켜온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질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죠우는 너무나 완벽한 남편이고 자상한 아빠였다. 죠우는 아주 유능했고 캐서린으로 하여금 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다른 여자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여자로 느끼게 했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완벽한 결혼 생활이었다. 

죠우의 부인, 두 아이들의 엄마라는 자신의 주체성은 그녀를 행복하게 했고 당당하게 해주었다. 대학원의 고 학력을 지닌 소유자였지만 가정을 지키는 가정주부라는 그녀의 정체성은 자신의 생에 충분하였다. 그의 의문의 문자를 본 이후로 케서린은 더 이상 그녀의 궁금증을 참고 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남편이 잠든 후 몰래 그의 셀폰을 보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했지만 그의 문자를 보기시작하면서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남편 죠우가 근 몇년간 다른 여자와 다정한 문자를 나누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 내용은 매우 진지했다. 자극적이거나 성적이나 감각적이지는 않았지만 케서린은 자신의 남편이 그녀에게 주는 따뜻한 말, 진정한 말들을 읽으며 심한 질투를 느끼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던 그의 고민을 그녀에게 털어놓았고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딱히 불륜이라고 꼬투리를 잡기에는 충분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남편과 그녀가 나눈 대화는 서로에게 깊히 무언가에 빠져있음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또 다시 망설였다. 어떻게 죠우의 불륜의 증거를 확실히 잡아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그가 만약 그의 불륜을 시인한다면 자신이 지녀온 남편에 대한 특별한 자신의 가치는 어떻게 되는가? 자신의 정체성은? 여태껏 지녀온 경제적, 정신적, 사회적 안정감이 안전할까? 그리고 그녀의 가정은? 아이들은?

어디까지가 불륜인지, 불륜의 정의가 매우 애매한 시대가 왔다. 불륜의 역사는 태초 인간이 생겨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간음은 부부사이가 아님에도 성관계를 가진 것을 의미한다. 성경은 다른 배우자를 생각만 하는 것으로도 간음이라고 일침했다. 이렇게 간음은 불륜으로 지칭되어졌다. 성경말씀대로라면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치고 간음을 저지르지 않은 성인은 없을 것이고, 만약 결혼을 한 성인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불륜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저기 성을 자극하는 선정문구, 드라마, 영화를 보며 성적인 생각을 피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가 발달하면서 불륜의 정의가 좀 더 다양해졌다. SNS를 통한 감정적인 불륜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나누는 정서적인 교감과 대화를 비밀로 하고 있다면 '감정적인 불륜(Emotional Affair)'이라 지칭할 수 있다. 그런데 마치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로 '감정적인 불륜'을 자신의 삶에 활력소를 주는 긍적적인 에너지로 단정지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러할까? 

캐서린과 죠우부부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죠우는 고등학교 졸업 30주년 기념일을 갔다가 고등학교 시절 썸을 탔던 옛 여자 친구를 만났다. 자기 전문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한 그녀를 보면서 옛 시절의 호감이 다시 느껴졌다. 왠지 살아있는 느낌이 들고 젊어지는 생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동창회를 끝으로 헤어지는것이 아쉬워 옛 여친의 이메일 주소를 물으며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옛 여친과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왔다. 그러면서 그녀와의 대화시간에 대한 욕망(Desire)은 더욱 커져갔다. 자신의 바쁜 일정때문에 억지로 시간을 내야함에도, 철저히 비밀로 부쳐야 하는 죄의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의 대화는 짜릿한 마력이 있었다. 단 한번도 성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없고 자신들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일에 대한 이야기, 살아가는 생의 열정을 주고 받았지만 그녀를 생각하면 마치 성관계를 하는 것과 같은 강렬하고 황홀한 전율이 느껴졌다. 결혼 생활 중 단 한번도 다른여자에게 눈길을 주지 않을 만큼 죠우는 일부일처제를 몸소 실천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의 옛 여친과의 대화는 그에게 주목받고 싶은 욕망, 특별하다고 느끼고 싶은 욕망, 중요한 사람으로 느끼고 싶은 욕망을 채워주었다. 그녀를 절대 소유해서도 안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사실은 더욱 그녀를 갈망하게 했다. 

캐서린이 죠우에게 옛 여친과의 사이를 추궁했을때 자신은 옛 여친을 끊으려 했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집착했다고 자기방어를 했다. 케서린은 죠우에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옛 여친에게 끝내자는 문자를 자신의 앞에서 보내라고 강요했다. 죠우는 그의 옛 여친의 집착에 자신의 가정에 위기가 왔다고 다시는 자신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하며 자신의 '감정적인 불륜'을 은닉했다. 
(다음 칼럼에서 '당신과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의 칼럼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



양 미아  Licensed Psychotherap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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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Fruit St. Worcester, MA 0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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