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37
보스톤코리아  2016-07-11, 14:09:22 
공주와 왕후의 신분을 버리고 왕궁을 도망쳐 나온 숙명은 사랑하는 이화랑에게로 갔다. 그들은 이제 진흥왕이나 지소태후를 비롯한 주위의 모든 시선에서 해방되어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골적인 사랑은 이화랑를 죄인으로 만들었다. 숙명이 누구인가? 진흥왕의 왕후이며 지소태후의 아끼는 딸, 가장 사랑하는 공주였다. 그리고 이화랑은 수려한 외모에 문무를 겸비한 화랑도의 우두머리인 풍월주 다음가는 자리의 직책인 부제로 있었다. 그리고 그는 산천을 찾아 수련과 수양하기보다는 지소태후의 사랑을 받아 궁에서 지소의 침신으로 있었다(후일 그들 사이에서는 만호낭주萬呼娘主라는 딸까지 태어난다). 그런 직책과 관계로 얽혀있었는데 자신이 침신으로서 모시는 지소의 딸 숙명과 사통을 하다가 그만 궁궐의 담장을 넘게 하였으니 대역죄인에 버금갔다. 딸과 정인을 동시에 잃은 지소태후는 상심하여 눈물로 지새는 날이 늘어만 갔다. 게다가 이화랑의 아이까지 임신을 하고서… 

한편 숙명이 궁을 나가면서 동륜이 태자가 되었다. 동륜은 진흥왕과 사도황후 사이에서 태어났다. 진흥왕과 숙명 사이에서 태어난 정숙태자는 폐위되었다(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정숙태자에 관한 기록이 없다). 이렇게 숙명이 한 ‘출궁의 월담’이 동륜으로 하여금 태자가 되게하였다. 그리고 후일 동륜은 아버지 진흥왕의 후궁인 보명궁주와 계속되는 사통으로 어느날 밤 그녀의 궁으로 ‘입궁의 월담’을 하다가 개에게 물려서 죽었다. 동륜태자의 부인이 바로 지소태후와 이화랑 사이에서 태어난 만호낭주이다. 그들은 아들 셋을 낳았는데 장남이 제26대 진평왕 김백정이며 차남은 진정갈문왕 김백반 그리고 삼남이 진안갈문왕 김국반이다. 다시 딸과 정인情人의 배신으로 상심한 지소태후에게로 눈길을 돌려 보면, 진골정통으로 인맥姻脈을 이으려고 자신의 딸 숙명으로 하여금 자신의 아들인 진흥왕의 왕후로 만들었지만 그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았고, 총애하여 곁에 두었던 자신의 침신 이화랑과 사통을 하면서 궁을 나갔으니 죄주는 일만이 남았다. 그런데 진흥왕과 사도왕후가 상심한 지소태후를 지극정성으로 위로하고 보호하여 태후의 마음을 편하게 하였다(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숙명이 왕후가 되었다는 기록이 없다. 화랑세기의 기록으로 보면 동시에 왕후가 두 명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진흥왕의 입장에서는 어머니의 강권과 태종공의 영향력으로 어쩔 수 없이 숙명을 왕후의 지위에 두긴 하였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도왕후가 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지소태후는 숙명공주와 이화랑의 사랑을 인정하고 그들의 혼인을 허락하여 부부가 되게 했다. 

사랑을 찾아 궁궐을 월담하여 나온 숙명은 이화랑과 결혼하여 원광과 보리 두 아들을 낳았고 화명과 옥명 두 딸을 낳았다. 원광圓光법사는 13세에 출가하여 중국에 가서 오랫동안 공부하여 섭종론의 대가가 되었으며, 다시 신라로 귀국하여 펼친 그의 설법과 저작은 그를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여래장如來藏 사상가로 인정받게 하였다. 또한 화랑도들에게 윤리지침과 실천이념으로 삼아 수련하게 하였던 ‘세속오계’175) 는 지금도 줄이거나 버릴 것이 없다. 그들의 둘째 아들 보리菩利는 나중에 자신의 어머니의 손녀(정숙태자의 딸 만룡, 정숙태자는 숙명과 진흥왕 사이에서 태어났다)와 결혼하여 예원을 낳는다. 이 예원이 화랑세기의 저자 김대문의 할아버지이다. 그리고 그들의 두 딸 화명과 옥명은 나중에 진평왕의 후궁이 되었다(진평왕은 동륜태자의 아들이며, 진평왕의 어머니는 지소태후와 이화랑 사이에서 태어난 만호낭주이다. 정사에는 첫 남편 입종의 딸로 나온다).  

175) ‘세속오계’는, 사군이충事君以忠(충성으로써 임금을 섬기어야 한다), 사친이효事親以孝(효로써 부모를 섬기어야 한다), 교우이신交友以信(믿음으로써 벗을 사귀어야 한다), 임전무퇴臨戰無退(싸움에 나가서는 물러남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살생유택殺生有擇(살아 있는 것을 죽일 때에는 가림이 있어야 한다) 이다. 원광이 이 세속오계를 귀산과 추항에게 주었을 때 그들은 마지막의 살생유택에 대하여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질문하였다. 이에 원광은 “동물을 잡을 때는 반드시 필요한 만큼만 잡으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으로도 설명을 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별로 잡을 동물도 없고, 잡을 시기도 거의 없다. 먼저 육재일六齋日과 봄, 여름철에는 살생하지 말것과 말, 소, 닭, 개를 죽이지 말것 그리고 작은 동물은 죽이지 말것이며 꼭 필요한 만큼만 잡고 많이 죽이지 말라고 했다. 육재일은 불교에서 신자들에게 경건하게 보낼것을 권하는 매달 6일(음력 8, 14, 15, 23, 29, 30)이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삼국사절요,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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