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봄이 부서지다
보스톤코리아  2016-04-25, 11:55:28 
  벌써 4월하고도 중순을 지나고 있다. 올봄은 유난히 반갑다. 4월의 눈 속에서도 봄이 되살아 났기 때문일게다. 모두 봄을 즐기시는지. 독자제위의 안부를 묻는다. 

  김포공항으로 출입하던 시절이다. 공항에 내리면 찌르는 매연냄새가 났다. 코가 아플 지경이었다. 보스톤 로간공항에 내리면 같은 냄새가 난다.  그 시절, 서울로 출장가면서 시내호텔에 묵었다. 일은 오후에 있었다. 동행한 동료가 꼬였는데, 등산을 가잔다. 택시운전사에게 부탁했다. 관악산 입구까지 데려다 달라했다. 등산복장은 가관이었다. 구두에 셔츠차림이었고, 양복 윗도리는 걸치지는 않았다. 서울대 입구가 등정의 출발선이었다. 

완전 정복은 불가능한바, 포장된 길을 따라 산보하듯 올라가리라 했다. 막걸리집이 있다면 쉬어서 가기로 했던 거다. 꽤 높이 올라갔다. 그런데, 뭔가 달랐다. 숨쉬기에 가슴이 뚫린 듯 했으니 말이다. 그제야  이른 아침 내집 근처 공원 공기냄새가 났던 거다.  아, 신선한 공기내음이라니. 

  이젠 서울의 공기도 깨끗해 졌다. 하지만 중국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가 봄이면 걱정이란다. 중국에선 별걸 다 날려 보내는데, 여전히 맑은 공기를 마시기는 쉽지 않은 거다. 그래도 서울은 북경에 비하면 살기에 천국이란다.  먹거리도, 볼거리도, 교통도 모든것이 서울이 우세하다는 거다. 특히 공기가 청정하기는 북경은 애초에 비교할 수 없단다. 그런 서울에서도 뒷골목엔 여전히 퀴퀴한 냄새가 난다. 보스톤 다운타운에서도 같은 냄새가 난다. 

  때아닌 눈이 덮쳤더랬다. 얼었던 눈이 녹았다. 먹구름이 밀려 갔고, 푸른 하늘이 멀리 펼쳐졌다. 봄날 오후 햇살이 젖은 공기 방울을 끌어 올렸다. 톡하고 부러질듯, 햇빛에서 마르는 냄새가 난다. 젖었던 목련의 향내가 또 풍겨 올 거다. 하지만 어렵게 어렵게 온 봄이 부서질까 두렵다 했다. 조근조근 속삭이는데, 언제 다시 부서질지 은근히 걱정인게다. 이번엔 때 이른 여름때문에 부서질 것인가?

봄이 부서질까봐 
조심조심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최하림, 봄, 2016년 봄, 광화문 글판)

  우리동네는 촌이다. 시티도 아닌, 타운이다. 시市도 아닌것이 아직도 우리 읍邑인 게다. 그런 우리 읍내 거리엔 바람도 없어, 햇빛만 내리 쪼인다. 아까워라. 청정한 봄 햇빛과 공기냄새. 햇빛냄새가 바스라 지고, 햇빛이 튕겨져 올라 부서진다. 부서지는 햇빛은 오랜 시간 기다렸으니 맑은 공기속에 더욱 반갑다. 겨우내 공기도 햇빛도 얼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녹아내린듯 싶다.

   기회가 닿는다면 미니트맨 트레일을 한번 걸어 보시라. 그리고 깊히 심호흡 하시라. 봄내음 가득한 시골을 즐기시라. 이 트레일은 사시사철 즐길만 하다. 보스톤의 봄은 무지 짧을 테니,  봄도 곧 부서질 게다. 

그는 햇빛을 받고 물이 올라 그 가지가 동산에 뻗으며 (욥기 8: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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