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 역사 읽기 시리즈의 연재를 시작하며 : 비밀은 없다
보스톤코리아  2012-06-04, 14:04:18 
소피아의 <오늘, 다시 읽는 미국사> 칼럼이 US History의 AP 및 SAT Subject 테스트를 앞둔 수험생들을 위한 학습 팁 시리즈로 연재중입니다. Social Studies에서 주어진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이해하는 습관을 가지기를 원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칼리지 입학원서 에세이의 도움을 받기 위해 내게 찾아왔던 어떤 여학생과의 역사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화로부터 새로운 시리즈의 연재를 시작하고 싶다.

성실하고 밝은 성격의 모범생 Y양은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어느 명문 대학에 지원하고자 했다. 그 학교의 Supplement 에세이 주제 중에 그녀가 선택했던 주제는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었다. 그녀가 가져온 드래프트를 잔뜩 기대하고 펼쳐봤더니, <더 시크릿 The Secret>이라는 책이 얼마나 본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긴 에세이였다.

Y양의 에세이 덕에 알게 된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싶다면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그리고 이미 그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라, 어느 순간 이미 바라던 것을 이룬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어떤 일들만 생각한다면 그 행복한 일들은 우리에게 끌려올 것이다. 이 비밀은 부와 성공을 거머쥔 인류 1%가 알고 있는 비밀이다.”

그리스 신화에 천재 조각가이자 사이프러스의 왕이었던 피그말리온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자신이 조각한 아름다운 여인상에 감탄스러워하던 피그말리온은 조각상을 마치 현실의 연인처럼 너무나 소중히 아끼고 사랑했다. 왕의 간절한 사랑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감동시켰고, 아프로디테는 조각상을 진짜 여인으로 환생시켰다. 이에 피그말리온은 그녀를 아내로 삼았다.

이 신화는 학생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선생의 태도가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처럼 자신이 혹은 타인의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현상에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이유다.

정말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 성취의 충분조건이 될까? 만약, 내 자녀가 꼴찌를 했다면, 선생님이 내 자녀의 가능성을 믿어주지 않은 탓이니 소송이라도 할텐가? 선생님의 관심과 기대를 받는 학생의 성적이 향상되는 일이야 종종 일어나는 현실이지만, 선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하는 학생의 노력을 배제한 채 선생님의 기대만으로 “성적 향상”이라는 결과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담인데, 솔직히 신화 속 이야기니 망정이지, 나는 피그말리온에게서 중증 편집증과 정신착란 증세를 본다. 게다가 그는 조각상의 의중은 묻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자신의 사랑만을 밀어붙이는 스토커 기질까지 보여주고 있다.

물론,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 또 사람들이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게 되는 지가 많은 일들의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더 시크릿>과 같은 류의 자기 개발서에 “내 삶을 바꿔놓은 바로 그 책! 따라 해봤더니 저도 정말 성취했어요, 신기해요!”와 같은 어마어마한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합리적 이성이나 비판 정신은 마비된다.

유아에게는 성취감이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은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해야 한다. 만일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뜻하던 바가 성취되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면,“나는 그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이 부족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데에 그 원인을 돌려야 할까?

Y는 “나는 그 학교에 가고 싶다, 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자신의 의지를 점검하기도 했고, 때로는 그 학교 학생이 되어 있는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힘을 얻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 시크릿>이라는 책이 그녀의 삶에 끼친 영향이 컸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가고 싶어하는 ‘그’ 명문 대학은 그 대학 입학 자체가 목적인 학생을 원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그 학교는 공개적으로 이런 학생들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은 여러분들에게 분석적 글쓰기를 요구할 것입니다 … 호기심과 목적을 겸비한 독서 습관이 [여러분의 리서치와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주어진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글 쓰는 훈련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대학에서 크게 불이익을 당할 것입니다.”

“가능한 많은 역사과목을 수강하십시오 … 여러분들이 더 많은 역사를 공부할수록, 여러분들은 인간사의 복잡성과 다른 문화를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다문화 세계의 시민에게 근본적인 덕목들입니다.”

대학들이 텍스트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분석적 글쓰기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는 학생들을 선호한다면, 그런 능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책을 읽고 그 독서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지극히 정상적이어서 더뎌 보이는 방법이 정답일 뿐, <더 시크릿>같은 비밀은 없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나는 학생들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역사책들을 안내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안목과 비판적 사고 훈련에 작은 도움이 되어주고 싶을 뿐이다.

• 소피아의 <오늘, 다시 읽는 미국사> 칼럼이 “교과서 밖 역사 읽기”라는 여름방학 지면특강 시리즈로 나갑니다. 여름방학동안 중고생 자녀들의 독서지도를 고민하시는 부모님들과, 독서를 통한 분석적 독해 및 비판적 사고 훈련에 관심을 가지신 부모님들께 길잡이로 활용되었으면 합니다. 칼럼과 관련하여 궁금하신 점은 WisePrep 소피아선생님 (617-600-4777, [email protected])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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