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 305회
보스톤코리아  2011-07-11, 15:37:47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고운 노랫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풍성한 까닭이다. 눈망울이 말간 어린아이를 보면 생김새가 아니라 그저 아이라서 예쁘고 귀엽다. 그 어떤 이유나 목적이 있을 수 없다. 어떤 처지에 놓인 사람일지라도 우리의 눈높이는 같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환경이나 조건이 그 사람의 모두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을 바라보는 상대방의 마음만이 그 사람을 바라볼 뿐이다. 설령 어려운 환경 조건에 처해 있더라도 자신을 주눅이 들게 하거나 내리막길에 놓아두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2011년 1월부터 시작한 한인그룹 사역 중 '미국 노인 널싱 홈 방문'과 '미국 노인아파트 방문' 사역은 인생 여정의 중반기에 든 나의 삶에 큰 가치를 깨닫게 하였다. 소수민족인 한인들이 몇 구성원이 되어 백인 노인들을 찾는 일은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이었다. 그 어떤 사람도 그 누구 위에 군림할 수 없고 아래에 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또 깨달았다. 다만, 몇 사람이 만들어 놓은 하기 좋은 말 듣기 편한 말을 만들어 '보편화'라는 이름표를 달고 다수원칙이란 또 하나의 모순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나 자신 안에 머문 당당한 나를 자꾸 일으켜 세워야 한다.

노인은 노인이어서 아름답다. 긴 인생 여정의 삶을 통해 연륜이 쌓이고 그 경험과 이해로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저 멀리에 있는 강과 바다를 저 높이에 있는 산을 오르지 않고서야 그 느낌을 어찌 알 수 있단 말인가. 젊은이들보다 노인들은 인생을 더 깊이 더 높이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열린 것이다. 젊어서는 자신의 고집대로 물골을 트느라 서로 앞다툼을 하며 흘러왔을 테지만, 이제는 흐르는 물결을 느끼며 서로 만나 나누며 결을 따라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들에게서는 흉내 낼 수 없는 고요히 흐르는 평화가 있다.

이렇듯 계절마다의 샛길과 들녘에서 갖가지 꽃을 만나면 그저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어찌 그뿐일까. 각양각색의 꽃잎의 색깔만큼이나 꽃향기도 각각 다르니 그만 그 향기에 취하고 만다. 그러니 사람이야 그에 비할까. 다양한 생김새만큼이나 성격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쓰는 말(언어)과 얼굴 표정(웃음)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모두가 다르기에 더욱 아름다운 이유이고 창조주에 감사한 까닭이다. 서로 너무도 다른 모습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고 각지고 모난 모자이크 조각들이 하나 둘 잘리고 닦이며 채워져 아름다운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엊그제는 함께 활동하는 사역팀이 '알콜 & 마약 중독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다과를 나누고 게임을 즐기는 동안에는 그들에게서 우리들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그들은 잠시 자신과의 깊은 내면과 대면하는 중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긴 인생 여정 중에 타고 가던 버스나 기차를 갈아타고 싶은 마음에 버스터미널에서 혹은 기차스테이션에서 잠시 기다림으로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 무엇을 그들에게 나누고 올 수 있겠는가. 그들이 머문 기다림의 시간에 우리가 그들을 통해 배우고 돌아오는 것이다.

꽃이 꽃인 것은 꽃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길 가던 사람이 그 고운 향기에 취해 꽃에게 다가가는 순간 그 꽃의 의미는 더욱 달라지는 것이다. 김춘수님의 '꽃'의 시편처럼 사람도 그의 이름을 진실함과 신실함으로 불러주면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향기는 이루 말할 수 없으리란 생각이다. 그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일, 이보다 더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또 있겠는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존재가치에 대한 고백이고 감사이다.

존재의 인정이 아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가치의 창조주에 대한 감사의 고백이다. 이미 꽃은 꽃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이 우주 만물 가운데 인정받은 존재이다. 다만,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을 뿐 그 존재의 부재는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누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간에 그는 있었고 있을 것이고 지금에 있다. 저 들가의 들꽃도 저토록 아름다울진대 하물며 사람이야 무엇에 비할까. 그 무엇의 이름표를 옷에 달고 있던 간에 옷을 벗으면 그냥 사람이라는 것을. 바깥이 아닌 안의 그 속 사람을 봐줄 수는 없는지. 그냥 사람으로 봐주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일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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