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30) : 일본의 대지진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심정(2)
보스톤코리아  2011-06-06, 15:14:52 
내가 직접 피해자가 되고보니, 그리고 일본에서 나는 두차례 지진의 피해자가 된 적이 있다. 2004년10월23일 초저녁에 내가 살고 있던 니가타현의 중부지역에서 매그니튜드6.8의 지진이 일어났다. 나의 집이 마침 나가오카(長岡)라는 중부지역의 중심도시에 있었기에 그 지진의 피해를 많이 입었다. 그 지진이 일어난 후 한달사이에 6급정도의 여진이 4차례, 5급정도의 여진이 10여차례 발생하면서 사망자수가 68명이 이르고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난하고 16,000 여채의 건물이 무너지거나 손상을 입었다. 사망자수는 처음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 16명이었는데 그 후 빈번히 여진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여 고령자를 중심으로 54명이 지진후유증으로 사망하였다.

그 지진이 발생한 날, 나는 니가타를 떠나 도쿄의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는데 강의가 거의 끝날 무렵에 불시에 교실이 크게 흔들렸다. 아, 또 어디서 지진이 났겠구나 했는데 생각밖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큰 지진이 생겼던 것이다. 서둘러 강의를 마치고 도쿄역에 도착하여 니가타로 돌아가는 신칸센(고속철도)을 타려고 했는데 이미 니가타행 신칸센은 운행이 중지되고 많은 사람들이 니가타로 돌아가지 못하여 도쿄역에서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가족이 지진의 중심지에 있었기에 마음이 대단히 다급해졌다. 급히 공중전화를 찾아서 아들 핸드폰에 전화를 하니 겨우 전화가 통했는데 처음 지진이 일어난 후 밖으로 피해나와 집 근처의 도서관주차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녁을 먹었느냐 하고 물으니 이런 와중에 어떻게 저녁을 챙길수 있는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번 통화를 마치고 나서 다시 통화를 하려하니 지진 후에 전화통화 건수가 급증하면서 패닉이 생겨서 전화회사에서 통화를 제한하였기에 가족과의 통화를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그러려니 마음이 점점 급해졌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진지역에 남겨두고 도쿄에서 그대로 머무를수 없었다. 그리하여 신칸센을 타고 니가타의 도중까지 갔다가 종착역에서 기차를 타고 갈 방법이 없는가 물었더니 기차도 운행이 중지되었고, 버스와 택시를 물었더니 모두 다 운행이 중지됐다는 것이다. 즉 지진같은 대재난이 생기면 우선 거의 모든 교통이 파괴되어 외부에서 그 피난지역에 구조를 가려고 하여도, 피난지역에서 빠져나오려 하여도 생각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유일한 방법이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가는 것인데 보통사람들이 아무리 급하다고 하여도 이런 교통수단을 이용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 때 니가타에 가려고 기차역에, 버스회사,택시회사에 다 전화를 걸어봤는데 자기들 회사의 운행상황은 알려주어도 기차가 안 되면 버스가 통하는지, 버스가 안되면 택시라도 통하는지 이런 교통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즉 교통기관 사이에서 횡적인 정보공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런 종합적인 교통정보는 일본정부의 도로교통정보센터에 문의하여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해외에서는 일본인들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빈틈없이 처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지 일본에서 재난을 겪어보면 일본에서도 시스템의 허점이 많고 실수를 많이 하고 있었다. 특히 횡적으로 잘 연계하고 상황에 따라서 응급적으로 대처하는데는 일본사회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니가타에서 지진이 발생한 날 니가타로 돌아가지 못하고 도쿄에서 하루밤을 새우면서 속을 많이 태웠다. 전화통화가 제한되면서 가족과 통화가 거의 되지 않았다. 그 다음날 다시 도쿄역에 갔더니 니가타행 신칸센은 여전히 운행이 중지되었지만 니가타현의 이웃현인 나가노행 신칸센은 운행이 재개되었 기에 나가노현에 가서 다시 기차를 바꾸어타면 지진지역 가까이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나가노행 신칸센을 급히 탔다. 그날 오후에 나가노에 도착하여 거기서 다시 니가타행 기차를 바꾸어타고 내가 근무하는 대학교가 있는 가시와자키(柏崎)에 도착했다.

김광림
Professor, Niigata Sangyo University
Visiting Scholar, 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Harvard Univesity
E-mail:[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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