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점(占) : 토정비결
보스톤코리아  2011-03-14, 15:37:17 
▶▶지난 8호에 이어서

토정은 학자적인 위풍을 보이기보다 오히려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겼던 것 같다. 그가 빈한하였다고 하지만 토정은 임진왜란 때에 영의정을 지낸 북인의 영수 이산해(李山海)의 숙부이다.

사람들은 그를 기인(奇人)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그의 고상한 인품과 높은 학식, 그리고 뛰어난 술수는 모든 사람들의 존경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에 대한 일화가 적지 않게 전한다.

무쇠를 연마하여 철모를 만들어 쓰고 다니다가 때로 그것을 밥짓는 솥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살면서 좋아했다는 사실이나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작은 배를 타고 제주도를 세 번이나 다녀왔다는 사실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술수에 능통했을 뿐만 아니라 천문지리에도 통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토정을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에 비기는 사람도 있었다.

이조정랑(정3품의 벼슬)의 김계휘(金繼輝)가 동부승지 율곡에게 “중(토정의자)을 제갈공명에 비하면 어떠하겠습니까”고 물었다. 율곡이 대답하기를 토정은 적당히 쓸 수 없는 인물이요, 그를 만물에 비한다면 기화이초(奇花異草)이며, 진금괴석(珍金怪石)과 같으니 세상에 널리 통할 수 있는 숙속(菽粟)의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때 김계휘가 참찬관(정 3품의 벼슬)을 겸임하고 있는 동부승지 율곡에게 같은 서인인 토정 이지함을 천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지함이 과거시험에 응시했다는 말은 없다. 하지만 그의 탁행(卓行)이 높이 평가되어 그의 나이 50여세 때 정6품 벼슬의 포천현감에 임명되었다. 그리고 5년 후인 1578년에 아산현감으로 전근된다. 관운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포천현감으로 있을 때는 그 곳 농민들에게 밤나무를 심게 하여 부수입을 얻게 하였고, 아산현감으로 있을 때는 곶감과 대추, 그리고 밤을 제사상에 반듯이 올려 놓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농산품의 수요공급을 원활케 하여 농촌경제 부흥을 꾀였다는 것이다.

어려서 서당에 다닐 때 제사를 지내는 흉내를 낸다면서 제문(祭文)의 마지막 구절인 감소고우상향(敢昭告于尙響)이라는 문구를 바꾸어 곶감, 대추, 상향이라고 하면서 까불던 생각이 난다. 어쨌든 이지함은 농촌 경제를 원활케 하기 위하여 제사 때 쓰는 제물을 바꾸어 놓게 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토정비결’은 후대의 사주 점의 방법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혼사를 맺을 대 신랑 신부의 궁합을 알아보기 위한 사주 점이나 사업가들이 행운을 알아보기 위해서 치는 운세 점은 ‘토정비결’의 방법과 그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 ‘토정비결’은 생년월일만을 따져 가지고 그 해의 운수를 알아보는 방법인데, 사주 점이나 운세 점은 생년월일에 출생의 시(時)를 더하여 생년월일시를 가지고 점을 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러면 역술가들이 치는 사주 점이나 운세 점은 과연 맞는 점일까?
송나라 때의 유명한 주역학자인 소강절(邵康節)선생에게 어느 사람이 길흉화복을 알아봐달라고 찾아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강절 선생은 말하기를 길흉화복이란 어떠한 것인가. 여하화복 아휴인시화요, 이휴아시복(如何禍福 我虧人是禍 人虧我是福) 즉, 내가 남을 헐 뜯었을 때 그것이 화이고, 남이 나를 헐 뜯었을 때 그것이 복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참으로 도학자다운 명언이라고 하겠다.

점칠 무(巫)자는 속일 무 자이기도 하다. 역술가나 점쟁이들이 길흉화복을 알아봐준다고 하는 그 점이라는 것은 일종의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토정비결’은 주역의 원리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점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 점괘의 해석이 주역의 계사전이나 설괘전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노장(老壯)의 선학적(禪學的)잠언을 참고하여 만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도통한 혜안에서 창안한 점괘의 해석인지 깊은 연구가 없어서 그 진실을 알지 못한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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