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 3
보스톤코리아  2023-09-18, 11:21:31 
5번홀: 골프 그리고 선택과 결정
골프를 치다보니 골프란 운동은 매번 선택과 결정의 순간들이 연속되는 운동인것 같다. 또한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스스로 져야하는 운동이기에 골프란 운동이 더 매력적이기도 한것 같다.
자! 이제 5번홀 티 박스에 올라섰다. 5번홀은 약 200야드 언저리에 또랑이 있는 약500야드짜리 파5 롱홀이다. 첫 티샷, 어떤 클럽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드라이버를 꺼내 든다. 내 친구 선생이 말 한다. "너 저 해저드 넘길 수 있어?" 나는 물끄러미 또랑을 바라보며 속으로 웅어린다." 또다시 이어진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구나!."

내 드라이버샷은 아주 잘 맞으면 230야드 정도 보통은 190에서 200야드 언저리 물론 삑사리가 난다면 이런건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하지만 삑사리를 전제로 골프를 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아주 잘 맞아야 또랑을 넘기고 세컨샷을 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 또랑을 못 넘기더라도 조금은 긴 세컨샷을 치면 셈셈이 된다. 더욱이 파5 롱홀이기 때문에 어차피 두번에 그린에 올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안전하게 5번 아이언 정도 잡고 도랑에 되도록 가깝게 공을 안착 시킨 후 좀 긴 세컨샷으로 또랑을 넘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 상황이 이러한데 드라이버를 잡을 것인가 5번 아이언을 잡을 것인가.. 선택은 나에게 달려있다.

내 선택은 그래도 역시 드라이버… "인생 뭐 있어 무조건 가는거야" 인생에서도 이런 선택을 할것인가에는 내 스스로 의문이 들겠지만 그래도 목숨걸고 치는 골프가 아니고 재미로 치는 골프니 모험을 선택해 본다. 드라이버 샷을 멋지게 날려본다. "어 잘 맞았다. 공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쭈욱 날아간다. 하하 이거 왠일!!! 하지만 공은 여지없이 또랑에 쳐박힌다. 아주 잘 맞는게 아니고 그저 잘 맞은 공이다.

여지없이 벌타를 안고 세컨샷 아니 해저드 벌타를 먹었기 때문에 또랑 앞에서 서드샷을 준비한다. 안전한 선택을 했다면 또랑 근처에서 두번째 샷을 했을텐데 무모한 선택의 대가로 1벌타 후 또랑 도 못 넘긴 채 또랑 앞에서 세번째 샷을 하게 된다.

몇번의 헛방질과 삑사리로 5타만에 어렵게 그린에 공이 올라왔다. 운 좋게 그나마 칩샷(그린 주변에서 홀에 가깝게 붙이는 샷)을 잘 쳐서 홀컵 근처에 공이 놓였다. 거리는 약 15피트 내외. 또 다시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다. 홀컵을 향해 한번의 퍼팅으로 공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홀컵 근처에 공을 굴린 후 두번째 퍼팅으로 공을 넣을 것인가? 한번에 넣으려면 공이 홀컵을 지나가야 한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다. "버디(Birdie: 규정타 보다 한타 적개 치는 것)가 보기(Bogey: 규정타 보다 한타 많이 치는 것)된다" 즉 욕심 부리다 본전도 못찾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선택도 역시 골퍼 스스로의 선택이다. 나는 한번에 넣는 선택을 했다. 결과는? 하하, 홀컵을 지나 두번은 커녕 세번에 공을 넣어 트리플 보기로 5번홀을 마무리 했다.

자! 이제 5번홀 내 골프 플레이의 선택에 대해 분석해 보자. 첫번째 티샷 1번 드라이버샷의 선택이었다. 1번 드라이버는 골프채 중에 가장 길이가 길고 묵직한 헤드가 달린 채이다. 즉 다루기 힘들고 그 만큼 잘 맞을 확률이 떨어지는 채인 것이다. 여기에 내 실력까지 더한다면 드라이버로 또랑을 넘길 확률은 잘 해야 10% 미만. 이에 반해 아이언은 드라이버 보다 길이도 짧고 헤드 각도도 어느정도 있어 드라이버 보다는 훨씬 다루기 쉽다. 내 실력을 감안한다 해도 또랑 근처로 갈 확률은 삑사리를 제외 한다면 못해도 60% 이상…

마지막 퍼팅의 선택, 한번에 넣느냐 홀컵 근처에 붙여 두번에 넣느냐! 경사면이나 내 실력을 고려할 때 한번에 넣을 확률은 높게 잡아 20%, 공을 홀컵에 붙여 두번에 넣을 확률은 70% 이상 하지만 나의 선택은 한번에 넣는것…

나는 모든 선택에서 확률이 낮은 모험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나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고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선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하는 이번 골프 라운딩이 내기였거나 아니면 승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경기 였다면 나의 선택은 안정된 선택으로 달라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나는 이번 라운드에서 단지 달콤한 미래를 생각하며 모험을 선택을 했을 뿐이며 그 모험에 대한 댓가는 헤져드 벌타와 몇차례 퍼팅을 더 한 것으로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인 것이다. 골프나 인생이나 '만약'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그래도 만약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나의 선택이 모두 성공 했다면 나는 트리플보기가 아닌 파로 이번 홀을 마무리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잘못된 선택'은 없다. 단지 선택에는 언제나 확률이 따른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모험을 선택할 것이가 아니면 높은 확률에 따라 안정된 선택을 할것인가는 온전히 골퍼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다만 선택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골퍼 스스로 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또한 명심할 따름이다.


박진영 (보스톤라이프스토리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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