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을 돌아 '송광사'로 내려오며...
신영의 세상 스케치 719회
보스톤코리아  2019-11-18, 11:46:03 
지난 주말에는 순천의 '조계산'을 올랐다가 '송광사'를 거쳐 내려오는 멋진 산행을 했다. 한국 방문 중에 예쁜 단풍을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빛깔 고운 한국의 단풍을 만끽하고 돌아가게 되어 감사했다. 사진을 하시는 지인 몇 분을 만나 뵙고 인사를 나눈 후 그 다음 날에 또래 친구들과 산행을 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시간이 허락되면 함께 산행하자는 제안을 받고 사실 고민을 했다. 몇 달 전 다리가 아파 고생했던 생각에 어떻게 할까 하는데 산을 오르지 않는 몇 분도 계실 거라는 얘기에 사진을 담아볼 욕심에 흔쾌히 약속했다.

이른 아침 준비를 하고 픽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남의 장소에서 한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여기저기에서 또래 친구들 30여 명이 모여 버스를 타고 순천 조계산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맛있는 아침 식사로 찰밥과 무짱아찌 그리고 무생채의 맛난 음식이 담긴 접시가 앞에서 뒤로 돌기 시작했다. 처음 경험해보는 나는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감이 넘치는 풍경이었다. 또래 친구들이라 편안해서 좋고 많은 친구들은 여기저기 초등 친구들로 모인 그룹이라고 했다. 참 보기 좋았다. 서로 낯설지 않아 좋고 편안한 친구들의 모임이었다.

버스 안에서의 긴 시간을 각자 편안한 데로 눈을 붙이고 자는 이도 있고, 옆 친구랑 오손도손 이야기를 소곤거리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가서야 순천 '조계산'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마음먹었던 것처럼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담당 총무가 30여 명의 친구들에게 산을 오를 친구들과 아래에서 구경할 친구들의 숫자를 묻자 다들 산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계획했던 아래에서의 사진 담을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왕복 4시간 정도의 산행이라니 그리 무리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에 오르기로 했다.

그렇게 2시간 남짓 산에 올라가니 '조계산보리밥집아랫집'이란 사인이 보인다. 벌써 저기에 보이는 그곳에는 많은 산행팀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많은 인파 속에서 빨리 먹을 방법은 산행팀들이 4명씩 짝을 이루어 자리를 찾는 것이다. 계산대에서 오더를 마치면 보리밥집에서 고추장과 참기름이 담겨 있는 누런 양은 밥그릇과 커다란 쟁반에 갖은 나물과 김치가 담아 가져다주는 것이다. 산속 깊은 곳에서 맑은 공기와 바람과 함께 오색 빛 찬란한 단풍을 바라보며 식사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멋지고 아름다운 행복이었다.

보리밥집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2시간 정도 내려오니 저 멀리 오색빛깔 찬란한 틈 사이로 순천 '송광사'가 보였다. 빨리 달려가 보고 싶은 마음이 일렁거렸다. 11년 전 2008년 여름에 송광사에서 템플스테이 일주일을 선배 언니와 함께 보내고 왔었다. 그 십여 년이 지난 기억 속 추억이 마음을 스쳐 지나간 까닭이다. 여름에 보았던 '송광사의 뜰'과는 사뭇 다른 '고운 가을 풍경'이었다. 혼자 왔더라면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송광사의 뜰'을 만나 셀폰으로 풍경을 몇 담고 돌아갈 수 있음도 감사라고 마음을 위로했다.

이렇듯 처음 만난 친구들이 오래 만난 친구들처럼 정겹게 다가왔다. 그것은 산을 오르며 서로의 힘듦을 마음으로 격려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에서 일게다. 또한, 그렇게 산의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맛난 음식을 함께 나누며 정겨움이 서로 교감했기 때문이었을 게다. 삶이란 것이 뭐 그리 거창할 것도 뭐 그리 움츠러들 것도 없다는 생각을 아름다운 자연과 마주하며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보는 것이다. 이렇듯 삶이란 서로 작은 마음을 열어주면서 따뜻한 웃음을 주고받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서 이미 행복은 내게 와 있는 것이다.

사진을 좋아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담는 지인 심 작가님 덕분에 사진작가 몇 분을 만나고, 생각지 않은 산행을 하며 기쁨과 행복을 가득 담아왔다. 사실 이번에는 산행을 못 할 것 같은 마음에 등산화와 등산복을 준비하지 않고 한국에 왔다. 갑작스러운 산행 계획 덕분에 청바지를 입고 산을 오르내렸으며, 버스를 타고 가는 중 어느 휴게소에서 몇 친구들과 함께 내려 가격이 싼 운동화를 하나 사서 신고 산을 올랐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4시간 남짓한 산행이었기에 그리 불편함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내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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