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임어당식 생활의 발견
보스톤코리아  2019-04-15, 10:37:10 
이번에도  책이야기 이다. 다시 한번 책이야기를 꺼낼 적에 독자들께 송구한 마음이 앞선다. 남기고자 하는 욕심이 과할 뿐이고, 줄어들 생각을 않는다. 

정조임금 때이다. 삼류 연애소설류類가 시중에 퍼졌던 모양이다. 이름하여 패관잡설稗官雜說. 논어맹자를 읽어야 할 부류에서도 즐겨 읽었다고 했다. 숙직하던 대감도 몰래 읽다가 임금에게 딱 걸렸다던가. 임금은 분개했고, 엄중한 조치가 이어졌다. 반성문을 제출하라. 

책을 읽으라는 말이 들려올 적이다. 갈매기의 꿈이나  러브 스토리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많이 팔릴 때였다. 임어당林語堂의 책도 독서목록에 들어 있었다. 생활의 발견. 임어당이 쓴 책 제목이다. 책을 다시 만나 반가웠다. 아직 청소년일 적에 읽었던 기억때문이다. 세월이 훑고 지나간 내게는 혹시 뭔가 다른 느낌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다시 읽기 전, 몇개 서평을 주워 먼저 읽었다. 기억에 남는 서평이다.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좋은책.’ ‘유복한 사람의 이기적인 이야기.’ 아니나 다를 텐가. 책은 첫페이지부터 생소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거워졌던가. 책이 나를 당기는 힘이 크게 약해 졌던가. 

책이 마냥 재미없던 건 아니다. 몇마디 의미 깊던 말이 있다.  ‘교양은 지식을 통해 견식을 키우고, 행동가운데 덕을 쌓는다.’ 임어당식 견식見識이란 말이 눈을 잡았다. 귀에 익은 말은 아닌데, 교양이란 말과 같다고 해야 할 터. 

혹시 모르겠다.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이책을 다시 꺼내들고 읽을 수도 있겠다. 그땐 새삼 내 생활을 발견할 수 있을건지.  그 즈음이면 인생을 조금은 알 수있을지. 세상을 옳게 사랑할 수 있을지.  본향本鄕에 돌아갈 즈음이면, 눈에 들어 올것인지.  임어당이 좋아했다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첫연이다. 

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내 집뜰에 잡초가 무성했으리니,
어찌 돌아가지 아니할꼬.
내 마음이 육신의 종이 되었거니
어찌 헛되이 슬퍼만 하랴.
(도연명, 귀거래사)

‘… 하늘에 아름다운 구름이 떠 있다면 구름을 읽고 책은 잊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책과 구름을 다 같이 읽어라.” 임어당이 말했는데, 말을 바꾼다. 이번 봄에는 미니트맨 트레일을 걸으려 한다. 렉싱톤의 하늘과 숲이 아름다울 것이다. 숲속에서 하늘과 구름을 읽고자 한다. 정녕 생활의 발견이다. 혹시 너무 춥지 않을까 그건 걱정이다.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 (디모데 전서 2: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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