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Maine)주'의 농익은 가을에 취해...
신영의 세상 스케치 667회
보스톤코리아  2018-10-22, 11:18:41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사이 오색찬란한 빛이 반짝거린다. 10월은 뉴잉글랜드 지방 보스톤 인근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다. 물론, 해안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8월의 여름도 멋지긴 하지만 말이다. 엊그제는 한국에서 사진을 하는 동생이 보스톤에 놀러와 우리 집에서 묵고 있다. 내가 한국에 방문하면 자신의 일을 제외한 시간을 내게 하례해줘서 늘 고마운 동생이다. 한국의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 사진 출사지 안내와 더불어 서울 시내 곳곳을 그리고 가까운 북한산의 일출과 일몰을 만나기 위해 새벽 시간에도 마다하지 않고 안내해준 마음에 감사하다.

이런 모든 일이 누구나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이다. 각자의 삶에 바삐 움직이는 현대인들에게 남을 위한 배려는 더욱이 그렇다는 생각이다. 한국을 방문하면 고마운 친구나 지인들이 몇 있다. 한 해 두 해 이어진 만남이 이제는 인연이 되어 세월 속에 시간을 쌓고 그 시간이 추억이 되어 마주하면 지난 이야기들로도 넉넉하고 편안한 만남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 이렇게 사는 것이 삶에서의 행복이 아닐까 싶다. 내 형제·자매는 가족이라서 끈끈한 정으로 만나면 좋고, 공통분모가 같은 지인들은 서로의 생각을 마주할 수 있어 참으로 좋은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깊은 생각 없이 쉽게 뱉어진 지나는 인사말처럼 '우리 언제 식사 한 번 같이해요!' 이 던져진 쉬운 말로 사람 꼴이 얼마나 싱겁고 우스워지는지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이지 않은가. 이제는 이처럼 지나는 인사말처럼 흘려버릴 말들에 대해 조금은 신중히 생각해 보고 약속을 하려고 애쓴다. 나의 경험 속에도 이렇듯 쉬이 뱉어버린 약속들이 실천되지 않고 구겨져 쓰레기통에 들어간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지천명의 언덕에 훌쩍 오른 나이에도 삶에서 아직도 서투른 것들이 많고 부족한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노력하며 살고 싶다.

지난 한국 방문 중에 워싱턴에 사는 사진을 하시는 지인과 한국에 사는 사진을 하는 동생과 셋이서 제주도의 사진 출사로 며칠 함께 움직였다. 사실, 이번 10월도 함께 움직이면 좋겠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했다. 워싱턴에 계신 지인이 9월 말 갑작스러운 한국 방문으로 출사 계획이 조금 어긋날지도 모르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 10월 초에 도착했다는 전달을 받고 함께 움직이길 바랐다. 하지만 결국 그분과의 출사계획이 어긋나 조금은 서운했지만, 우리는 보스톤 집에서 출발해 메인주까지 4시간 45분 정도의 여행길을 재촉했다.

출발하는 날에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종일 내린다는 소식이다. 그래도 일정을 잡았으니 출발할 수밖에 주말이 지나면 단풍이 퇴색되고 비바람에 떨어질 것 같아 출발하기로 했다. 보스톤에서 N 95번 도로를 타고 메인을 향해 올라가며 비에 젖은 오색단풍은 더욱 짙고 선명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만 '메인(Maine)주'의 농익은 가을에 취하고 말았다. 어찌 저리도 아름다운지요? 하고 창조주에 대한 감사와 찬사가 절로 나오고 말았다. 한국에서 온 동생도 한국의 단풍이 제일인지 알았는데 어찌 이리 아름다운지 감동이라도 연신 입을 다물지를 못하는 것이다. 

메인에 도착해 그 다음날 아침 Cadillac Mountain에 오르기로 했다. 미국에서 제일 먼저 해가 떠오른다는 곳이 바로 메인의 'Cadillac Mountain'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일출은 전날 비가 내려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일출 대신 캐딜락 산에서 바라보는 아래의 Bar Harbor의 운해를 기대해볼 만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깜깜한 이른 아침에 산을 올라보는 기분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이다. 생각대로 기막힌 운해의 향연이었다. 우리가 제일 일찍 올라왔나 싶었는데, 벌써 자동차들이 몇 팍킹돼 있고 20여 명의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다.

메인의 Cadillac Mountain에서 바라다보이는 운해는 장관이었다. 그리고 내려와 Eagle Lake을 찾아 돌아보는 동안도 호수에 비친 가을풍경의 반영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온통 숲으로 이어진 메인의 작은 숲길의 오색단풍은 너무도 곱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메인의 랍스터를 먹고 하룻밤을 더 Bar Harbor에서 묵고 그 다음날 3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내려와 메인의 Portland Head Lighthouse에 도착했다. 주말(토)이라 그런지 인파들이 많았다. 그중에 하얀 등대와 빨간지붕의 하우스를 담으려고 카메라를 들고 찾은 이들이 썩 많았다. 출사 중에 '메인(Maine)주'의 농익은 가을에 취하고 말았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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