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새로워 지시라
보스톤코리아  2016-01-04, 11:37:15 
  새해가 밝았다. 한살씩 더 드셨을 테니 한해 모두 건강하시라. 근하신년! 백린선생께 병신丙申년의 유래를 들어야 하는데 그건 아쉽다. (발음 조심하시라)
  이번 겨울 광화문 글판에 올라 온 글이다. 매일 매일이 다를 것이고, 매일 매일 새로워 진다. 올해도 지난해와 다를 것이고 또 새로울 게다. 가는 세월도 아름답다.

‘두번은 없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므로 너는 아름답다.’
(광화문 글판, 2015년 겨울)

  옛적 이야기를 또 꺼낸다. 아주 오래 전이다. 어린 아내와 슈퍼마켓에 갔다. 맥주를 계산대위에 올렸다. 캐쉬어가 아내를 힐끗 쳐다보고, 아이디를 보잔다. 아내가 얼굴을 찡그렸다. 난 한편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 이렇게 어린 아내와 살고 있다니. 아내가 이젠 돋보기를 쓴다. 

  안과에 갔다. 눈이 침침해 왔고, 안경을 벗어야 글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의사가 말했다. ‘노안老眼이다. 돋보기를 써야 한다.’ ‘지금 처방해 주랴.’ 의사가 내린 준엄한 선고였다. 의사가 덛붙인 말은 내 염장을 질렀다. ‘너무 심란해 말라.’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바이포컬 안경잡이가 되었다.

  며칠 전이다. 커피를 사고자 했다. 잔돈을 미리 준비해 돈을 냈다. 캐쉬어가 망설였다. 나 또한 뜨악했다. 값이 얼마인가 내가 알기 때문이다. 캐쉬어 할머니는 일불짜리 지폐를 돌려주며 말했다. ‘시니어 디스카운트!’  아이디 보자는 소리도 없었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 화장실로 향했고, 거울앞에 섰다. 그렇게 보이나? 흰머리도 없고 주름살도 없는듯 한데. 스스로 위로하기로 했다. 그럼, 그럼. 이사람들 동양사람 나이를 제대로 볼 수 없지. 

   어느 소설가가 말했다. 남자 나이 중년이면 아버지의 죽음에 막막해 한단다. 아버지 생존때에 겪지 못한 황페함이 몰려든다는 거다. 죽음의 다음 차례가 바로 자기자신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란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새해 벽두부터 별 멋적은 이야기를 꺼내 매우 죄송하다. 헌데, 가는 세월과 늘어나는 주름과 빠지는 머리털과, 희어지는 콧털이야 무슨 재주로 막으랴. 그걸 보면, 매일 새로워지기는 새로워 진다. 못보던 흰 머리, 새치가 새로 생기니 말이다. 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선친도 탈모증세는 없었으니 물려 주신대로 여전히 머리는 성하다. 게다가 붉은색 돌던 머리카락도 이제는 그닥 더 붉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착색 되어가는가? 그런데 곱술머리는 펴지지 않는다. 여전히 구불거린다. 

  서유석이 부른 ‘가는 세월’이다. 그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불렀다.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가 있나요.’ 잡고 싶은 마음은 없다. 잡으려 한다고 잡힐리도 없다. 가는 세월이 나만 비켜가는 줄 알았다. 세월은 보스톤 겨울바람처럼 공평하다. 모든걸 훑고 지나가는 거다. 보스톤 겨울바람이 나이도 데려갔다. 그러니 가야 하는 세월이라면 가라고 내버려 둔다. 대신 날마다 새로워질 겐가. 대신 해마다 새로워질 것인가. 콧털은 희어지는데, 빨리도 자란다. 거울앞에 서서, 콧털이나 다듬어야 겠다. 베지나 말아야 할텐데. 새해 벽두에 피를 볼수는 없다. 

  올해도 새로워질 당신. 근하신년. 올 한해 더 수고할 당신. 짝짝!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고린도 후서 4: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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