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과 사회적 파장
보스톤코리아  2012-09-10, 12:02:17 
(보스톤 = 보스톤 코리아) 오현숙 기자 =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피의자 고종석(23)이 5일 광주지검으로 송치되면서 사건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충격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범죄자 신상공개와 언론의 선정적 보도, 불심검문과 사형제도 논란까지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사건 전말
지난달 30일 새벽 1시 반쯤 피의자 고종석은 나주시의 한 상가형 주택 거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7살 초등학생 A(7)양을 이불 째 납치했다. 고종석은 이후 A양의 집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다리 밑에서 A양을 성폭행 한 뒤 달아났다. 사건 당시 A양의 부모는 A양이 사라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방에서 자고 있었고, 어머니는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결국, 아침 7시쯤 A양의 어머니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A양은 실종 11시간여 만에 발견됐다.
현재 전남대 병원에 입원중인 A양은 회음부 봉합수술과 인공항문을 단 수술이 잘 마무리 됐고 심리적으로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A양을 돕기 위해 검찰과 지자체, 시민사회단체가 주거지원과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범죄자 신상공개 논란
‘조선일보’는 지난 1일 이번 사건과는 관계없는 한 시민의 얼굴을 피의자 얼굴로 보도하는 오보를 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보를 '범죄 상업주의와 언론의 무리한 특종경쟁이 빚은 참사'로 규정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아동 성폭행범•살인범과 같은 흉악범 사진을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몇 년 전부터 공개하고 있지만, 그 근저에는 '공익적인 목적' 보다는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선정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 피의자의 얼굴이 가려져 있거나 모자이크 처리된 모습으로 보도되자 인터넷에서는 "남의 인권을 침해한 사람에게 인권이 어딨냐"며 신상을 공개하라는 의견이 많았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지난 4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보도는 정당한 재판을 받기 전 여론 재판을 먼저 받게 하는 것"이라며 "억울한 누명을 썼을 경우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범인'의 진짜 얼굴을 공개하는 것도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 단계에서는 옳지 않으며 궁금하더라도 인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정적 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
이번 사건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피의자의 가족사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집 위치, 가정환경까지 상세히 밝혔다.
성폭행 피해 아동의 일기를 크게 보도하는가 하면 범인의 이동경로를 보도하기 위해 항공사진까지 동원한 상세 지도를 그려 넣기도 했다. 방송3사를 비롯해 거의 대다수 언론 또한 피해 아동 집 내부의 어지러운 모습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피해자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사생활 보호는 없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이 피해자 인권을 아랑곳하지 않고 과잉 보도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이는 언론보도의 선정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피해 어린이와 가족의 신원이 최대한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언론 자성론’을 제기하고 있다.

불심검문 논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사건 보고를 받은 직후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3일 제97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대통령으로서 정말 참담하고 송구스런 마음”이라고 재차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성폭행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인터넷 음란물에 대해서도 근절 의지를 밝히며 “국민의 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히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과 제도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지난 3일 성폭력 강력범죄 총력 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년 전 폐기했던 불심검문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10년 9월 적법절차를 무시한 인권침해로 인권위로부터 경고를 받아 현장에서 사라졌던 불심검문을 경찰이 대책으로 내놓은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치안 불안이 심각한 탓인지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는 시민들도 없지는 않지만 반대 의견이 대세였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마구잡이 식 검문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경찰이 강력범죄에 놀란 민심을 볼모로 강압적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관석 의원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는 면피용 대책에 불과하다"며 "범죄예방효과보다 국민감시와 사찰의 확대를 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불심검문 부활 조치가 "지난 2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 간의 회동에서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대책을 논의한 직후 이뤄지면서 이것이 이명박근혜의 잘 짜여진 연출 작품이라는 확신을 준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불심검문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도 지역적, 필요시에는 불심검문이 있었다”며 강력범죄를 예방하자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사형제도 논쟁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으로 아동 대상 성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실상 폐지상태로 분류되는 사형 집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여론의 법 감정을 의식한 때문인지 여야는 사형제도 존폐와 집행을 둘러싼 논쟁을 벌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지난 4일 `아동 성폭행범 사형집행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흉악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을 저지른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도 (사형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공식적으로 반론을 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다음날인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인혁당 사건'을 기억하지 않느냐. (재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무고하게 죽었다."면서 "법원 판결이 잘못돼 억울하게 사형당한 사람도 있다."며 박 후보의 주장을 공박했다.

또 그는 "사형수가 회개하도록 교육하면서 필요한 경비를 국가가 부담하면 된다. 한 마리 양을 보호하는 게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4명도 모두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사형제도 자체는 유지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집행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박 후보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포퓰리즘적인 사형제 논의보다는 현행 관련 법규를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이 흉악범죄 예방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서는 사형제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게시글에 수천개에 이르는 댓글이 달리는 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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