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판결과 더불어 헌법산책 (3)
보스톤코리아  2012-08-06, 14:00:55 
과연 무덤속의 필번이 오바마 대통령을 살려 낼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70 년전 농부인 필번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가 오바마케어에도 똑 같이 적용된다면 당연히 합헌판결이 날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를 둔 비유이다. 법률 용어를 빌려 쓴다면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인 “건강보험의 의무화, 아니면 벌금”이라는 조항이 헌법에 명시된 “ 주(州)상호간의 상(商)행위(interstate commerce)*” 로 해석된다면 오바마케어가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 이 조항의 의도는 연방국인 미국의 여러 주들 간의 상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주 상호간의 격차와 극심한 경쟁을 피함으로써 원활한 유통을 이루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국가에 불이익이 되는 경우를 방지하려는 것이다.)

드디어 역사적 대법원 판결이 발표되는 6월 28일 오전 10시가 되었다. 대법원장 로버트(Roberts)가 판결문요약을 낭독하기 시작하였다. 취재 기자들은 경쟁사보다 촌각이라도 먼저 재판결과를 전 세계에 타전하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건강보험의무화가 주상호간의 상행위 가 아니다”라고 대법원장이 읽어 내리는 것이 아닌가! 일부 기자들은 판결문을 끝까지 듣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확신하였다. 주상호간의 상행위가 아니라 면 틀림없이 “위헌결정”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시 “위헌 판결”을 타전하고, TV 에 “위헌” 속보가 터져 나왔다. 물론 오보였다. 단 몇 분만이라도 더 기다려야만 하였었다.

대법원장은 이어서 “그러나, 건강보험 의무화조항은 건강보험을 갖지 않는 선택을 할 경우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회가 과세와 징수의 권한이 있으므로 이 법은 합헌” 이라고 최종적으로 판결하였다. 드디어 미국 역사상 최초인 건강보험의 전면적 개혁법이 탄생하였다. 60 여 년 전 투르만 대통령 이래 여러 공화. 민주 양당의 대통령 누구도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던 과제가 일단은 성취되었다.

오바마케어가 생환 와중에 큰 부상도 입었다. 원래 오바마케어는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의 무료 보험인 메디케이드 가입 조건을 완화하여 가입자를 늘리려고 하였다. 따라서 주(州)정부로 하여금 이 메디케이드 확대 조항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벌칙조항을 넣었다. “확장을 이행하지 않으면 종래에 연방정부가 지급하던 메디케이드 지원금을 차단하겠다. ”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국회(연방정부)가 주정부에 이를 명령할 권한이 없다. 주정부는 이 확장조항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오바마케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전 국민 의료보험가입 달성” 에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바마케어를 살린 것은 무덤 속의 필번이 아니라, 대법원장인 로버트였다. 언론들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승자는 오바마 대통령라기 보다 바로 로버트라고 결론짓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점이다. 그간 사법부는 여러 판결에 있어 판사의 정치적 소견에 의존한 경향이 컸었다고 정치학자들은 물론 여론도 믿고 있었다. 특히 2000년도 대통령선거 개표 시에 당락이 걸린 재판에서 부시를 대통령으로 선출시킨 대법원판결 이후로 그 성향이 더욱 심해 졌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대법원장이 자신의 정치성향과 같은 4명의 다른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오바마 행정부의 역사적 실적을 폐기시켰더라면, 사법부는 한결 더 어려운 위치로 떨어졌을 것이다. 로버트는 주상호간의 상행위조항이 아닌 조세권을 이유로 합헌을 판결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판결에서 배제한 것이다. 오로지 법을 해석하는 사법부라는 인식을 높여 그 위상을 정립시켰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건강보험에 관한 마지막 선택을 그 권리를 가진 유권자에게로 다시 넘기는, 즉 선거에서 결정하게끔 한 현명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위헌을 주장하던 보수계가 합헌판결로 인하여 완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 하여서는 안 된다. 로버트가 판결문에서 “주상호간의 상행위의 측면에서는 위헌이다”라는 논리는 이들이 그간 주장하던 바이기 때문이다. 로버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헌법에 명시된 주상호간의 상행위에 대한 통제권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행위에 국한되는 것이다. 반면에 건강보험의무화 조항은 현재 상행위를 하지 않는 개인으로 하여금 보험을 사도록 하여 새로이 상행위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무화 조항은 위헌이다.”라고 명시하였다. 보수파는 헌법조항을 고무줄 늘이듯 넓게가 아닌, 되도록 좁게 해석해야 한다는 판례로 받아 들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가 무한정의 권력을 행사하는 입법을 못하게 하는 제동역활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화당은 그 기본 정치철학인 “정부의 개인권리 제한 최소화”라는 데 부합되는 판결임으로 긴 안목에서 보면 승리라고 까지 자위하고 있다. 최소한 애석상은 받은 셈이다.

합헌판결이 나온 지 2시간도 채 안되어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오바마케어의 폐기를 선거공약 제 1호로 다시 공언하고 나왔다. 18개월에 걸친 국회에서의 혈투, 그리고 2년여의 재판에서 가까이 살아난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협은 계속되고 있다. 이 위협의 실상을 다음 회에서 살펴보자.


윤희경 (보스톤봉사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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