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점(占) : 토정비결
보스톤코리아  2011-02-21, 14:23:34 
▶▶지난 호에 이어서

인간에게는 일생 중 다음과 같은 3대 중대사가 있다. 출생과 결혼, 그리고 사망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 중 결혼은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도 있고 아니할 수도 있지만 출생과 사망은 사람이 마음대로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것이다.

사람의 생명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천부의 운명이다. 그리고 그 운명의 길은 출생 시 부터 시작된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의 운명을 탓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운명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어느 시인은 인생을 이름하여 고해(苦海)라고 노래하였다. 피안(彼岸)에 이르는 인생의 항로는 험한 항로라는 것이다. 그 험한 운명의 항로를 난파하지 않고 편안히 저어갈 수 있는 행운을 사람들은 기대한다. 그러나 그 운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비밀에 속하는 문제인 것이다. 그러면 그 비밀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중국 상고시대인 전국시대의 열자(列子)는 말하기를 “사람의 운수는 생년월일시 해재정(運數生年月日時該載定)이라고 하였다. 사람의 운수는 출생한 해, 달, 그리고 난 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실려 있다고 하였다. 생년월일은 그 사람의 생의 근본인 것이다. 이지함은「토정비결」을 작성하는 데 생년월일을 따져 그 사람의 운수를 알아보게 하였으니 자연법칙에 매우 합당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토정비결」은 생년월일과 그에 해당하는 간지, 즉 태세, 월건, 일진을 각각 8, 6, 3으로 제한 다음 그 남은 수를 합하여 보고 점괘를 풀이한다.
자기의 나이에+난 해의 간지(태세)÷8= x를 상괘로 하고, 난 달+그 달의 간지(월건)÷6=X를 중괘로 하며, 생일+생일의 간지(일진)÷3=X를 하괘로 한 수를 합하여 가지고 점괘를 풀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토정비결의 점의 방법은 매우 수학적 귀납법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학자들 중에는「토정비결」에서 왜 사람의 생년월일을 8, 6, 3으로 제한한 수를 가지고 운세를 알아보게 하였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토정비결, 해제, 이을호, 참조)
앞서 말한 바와 같이「토정비결」은 주역의 원리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점책이다. 주역은 8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8괘는 6효로서 만들어 진다. 그리고 8괘를 이중으로 각각 합하여 64괘를 구성하는데 그것이 주역 전체의 설괘인 것이다.

「토정비결」에서 나이를 먼저 8로 제한하는 것은 주역의 8괘의 원리에 따른 것이고 난 달을 6으로 제하는 것은 8괘를 구성한 6효를 의미한 것이다. 그리고 생일을 3으로 제하는 것은 역(易)에 3은 3응(三應)이라고 하여 날짜 즉, 12시를 뜻한다는 이치에 근거한 것이라고 본다.

어쨌든「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은 사람의 생년월일에 따라서 그 운수를 알아보게 하였다. 그러면 이지함은 대체 어떤 인물인가. 그를 아는 것은「토정비결」의 가치, 즉 그것이 어떤 책인가를 아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안다.

이지함은 명문 한산 이씨로 고려 말기의 문신이며 대유학자인 목은 이색(李穡)의 7대손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장례원의 6품 벼슬인 사평(司評)을 지낸 형 이지번(李之蕃)에게 글을 배웠고 커서는 당대의 대학자로 기일원론으로 유명한 화담 서경덕 선생에게 글을 배웠다. 그는 화담 선생의 학식과 덕망을 이어 받아 기일원론을 주창한 화담 선생의 수제자이기도 하다.

이지함은 역학과 천문지리에 통달하였을 뿐만 아니라 산학과 술수에도 능통했다. 그의 자는 형중(馨仲)이며 호는 토정(土亭)이다. 그는 몹시 가난하여 흙으로 토굴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그 호를 토정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가 가난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천재적인 학식과 재능으로 볼 때 결코 흙으로 아무렇게나 움막을 짓고 살 사람이 아니다. 아마도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그것으로 정자를 짓고 살았기 때문에 그 집을 토정이라고 했을 것 같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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