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민들레의 귀환
보스톤코리아  2020-07-09, 16:40:08 
지난 봄이다. 집 뒷마당에 꽃들이 한창 피어 오를 적이다. 몇송이 가지를 잘라 꽃병에 꽂았다. 식탁에 얹어 놓았을 적에 그럴듯해 보였다. 문화생활을 즐긴거다. 민들레는 꽃병에 꽂지는 않았다.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 제목이다. 그 많던 민들레는 다 어디 숨었을까?  작가의 책 제목처럼 가져다 붙였다. 

해마다 봄이면, 민들레를 뽑아 내는게 일이었다. 우리집 앞마당을 말한다. 그런데 올 봄엔 전혀 손이 가지 않았다. 뽑아내는 수고를 덜었다는 말이다. 많고 흔했던 민들레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성가심은 덜었다만, 괴이쩍기 짝이 없다. 혹시 바이러스 탓인가? 그럴 수는 없을 터. 그 많던 민들레는 도대체 다 어디 갔을까?  모두 기가 죽었나? 나태주 시인이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나태주, 풀꽃에서)

우리집 마당엔 다른 풀꽃들도 자주 보인다. 토끼풀이 먼저 인데, 클로버는 용맹정진 하는 중이다. 자리를 옮겨 퍼져 가면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거다. 클로버는 꽃도 피우는데, 꽃보단 줄기이며 잎사귀이다. 네잎 클로버라 하지 않던가. 

풀이나 들꽃은 이름을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 무관심 탓도 있다. 분명 이름이 있을 것인데, 내가 모르는 거다. 참 우리집엔 그 흔한 장미는 없다. 장미는 이름을 안다. 

세상에 이름 모를 꽃은 없다 했다. 아예 이름이 없는 무명화無名花라면 그건 이야기가 다르다. 꽃이름은 인간이 지어 준 것일터. 하지만 설사 이름이 모른다 해도, 세상의 모든 꽃은 다 예쁘다. 나태주 시인을 다시 흉내 낸다. 이름 모를 꽃은 애기똥풀일 수도 있고, 붓꽃일 수도 있겠다.

이름 없는 꽃이 없듯
예쁘지 않은 꽃도 없다

나처럼 살지 않고
너처럼 피기 때문일게다

민들레를 뽑아 낼적엔 미안한 마음도 든다. 아둥바둥 살겠다고 솟아 나오는걸 매정하게 뽑아 내니 말이다.  내년엔 민들레가 귀환할 것인가.  올 여름엔 어떤 풀꽃들이 필것인가.

인생은 그 날이 풀과 같으며 그 영화가 들의 꽃과 같도다 (시편 103:1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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