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10개
보스톤코리아  2018-04-16, 12:52:38 
나我라는 단어라 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한편 가장 흔할 것 같은 사랑이란 말은 사용빈도가 낮다고 했다. 말은 곧 존재일 터인데, 한국인에게는 사랑이 아예 메마른 것인가? 그건 모르겠다.

학교적 한국사 시험시간 이었다. 오직 한 문제. ‘식민사관에 대해 논하라.’ 답안지 한장 반 가량을 빠르게 써내려갔다. 서론 본론 형식을 맞추고자 했고, 들은바 대로 매듭지으려 했다. 문제가 생겼다. 문맥상, 본론에서 결론으로 넘어갈 연결고리가 없었던 거다. 꼼수를 부릴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내 답안지 결론 첫머리를 시작하는 말이었다. 서론과 본론에 무관하게 결론은 이러저러하다고 답안을 마무리했다는 말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지난 12월, 미국 국무장관이던 틸러슨이 제안했던 말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자.’ 신문과 방송에선 파격이라고 했다. 이젠 그의 제안도 빛을 잃었다. 일이 성큼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긴 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조건 없이’는 사뭇 다르다 했다. 자기들이 필요한건 논외로 하자는 말이라 하던가. 조건이 있는 무조건無條件인 거다. 핵문제는 빼고 조건없다 해야 할까? 아무튼 그리고 아무렴, 제발 남북문제는 봄날처럼 풀렸으면 한다.

시인 김수영이 아름다운 우리말 10개를 꼽았다. 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총채, 글방,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 이 말중에 총채라는 말은 인상깊다. 아주 오래된 말이다. 먼지떨이개를 그렇게 불렀다. 마수걸이도 재미있다. 한편, 산문가 고종석도 아름다운 우리말 10개를 밝혔다.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넋, 술, 그윽하다. 나라고 가만 있을 수는 없다. ‘아무튼,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개 안되는 데, 부사副詞일색이다. 요샌 자주 옛생각에 잠기곤 한다. 세월이란 말이 머리에 가득찼는지도 모르겠다. 

시인  박재삼의 시 중에 한줄이다. 제목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제목만큼 시도 아름답다.

바람이 부는 날은
별들은 갈대로 쓸리고 있었다
강가에서 머리카락을 날리는
아름다운 사람아
(박재삼,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워라. 나 또한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다. 이 말은 입에 올릴적에 더욱 아름답다. 그러니 내가 사랑하는 한국말은 아름다움이란 단어이다. 이제 봄이니 목련도 곧 필것이다. 이 또한 아름답지 아니할 것인가?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시편 8: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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