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성경필사
보스톤코리아  2018-02-26, 10:52:17 
국민교육헌장. 1968년 겨울 한국에서 공포公布되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 로 시작한다. 왠만큼 연세 지긋한 분들은 기억할수도 있겠다. 그 즈음, 각급학교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모두 외워야 했다. 한창 암기력 좋을 나이였던 나야 큰 걱정없었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어렵지 않게 외울수 있었던 거다. 저녁 무렵이었다. 안방에 들어선 내가 멈칫했다. 내 아버지가 종이쪽지를 앞에 놓고 뭔가 열심히 공부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고 계셨던 거다. 아버지의 힘없는 물음이다. ‘너는 다 외웠느냐?’ 당시 내 아버지는 연세든 학교장이셨는데, 도저히 다 외울수 없으셨던 터. 

누구는 성경도 통째로 외운다고 했다. 물론 외울 수있는 나이는 아직 젊었을 적일때 뿐이다. 그러니, 외우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쓰는게 한결 쉽다는 말은 아니다. 쓰는 것도 어렵다. 손글씨라면 더하다. 오히려 경건한 예배의식이라 해야 할터.

몇년전이다. 인상깊은 글을 읽었다. 한국 중앙지 칼럼인데, 제목이 가상하다. ‘성경필사筆寫’. 한국엔 성경을 손글씨로 베끼는 신자들이 무려 45만명이라고 했다. 구약은 한글로 140만여자 일적에, 신약은 대략 44만자라고도 했다. 이걸 한자씩 손글씨로 적어내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무려 이백만 글자 가까이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많은 신자들이 쓰면서 읽고, 쓰면서 묵상하고 있다. 대단하다. 책이란 모름지기. 시 중에 한구절이다. 여기서 책은 성경을 말하는데, 역시 성경은 손과 발로 읽는다. 

책이란 모름지기 
나처럼 읽지 말고 
아내처럼 읽을 일이다.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손발로 읽을 일이다. 
(이현주, 책이란 모름지기 중에서)

올해 보스톤한인 교회 사순절 묵상집이 나왔다. 우리교회 평신도들이 쓴 글들을 모은 작은 책자이다. 김현지 권사님 글이 눈에 먼저 잡혔다. ‘성경완필’. 쿵하는 마음에 훑터 읽어 내려갈적에, 다시 놀랐다. 성경필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처음엔 서예 화선지에 먹을 갈아 붓으로 한자 한자 적기 시작했다. 성경 시편을 먹글씨로 베껴쓴 다음, 아예 성경전체를 옮겨 적겠다 했단다. 필사이고 완필完畢인데, 결과는 대성공! 완필하는 데 펜 150자루를 사용했다고도 했다. 결심을 온전히 실행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그의 깊은 신앙심과 열정에 깊히 머리숙인다.  

성경엔 상식常識이란 말이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믿음과 신앙은 상식으로 설명하고 상식만으로는 이해 할 수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성경완필이나 성경필사도 이와 같을 것이다. 혹자는 말한 지도 모른다. 그냥 인터넷에서 찾아 복사하면 될 일인데. 아니면 책에 다 나와 있는데, 그게 무슨 의미? 의미없다 생각하는 일도 때때로 엄청난 가치가 있다. 상식만으로는 불가해不可解하다는 말이다. 

한국에 기독교가 전파되고, 발간된 성경이 누적 4500만권이라 했다. 지난 백여년 간인데,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성경 안에는 분명 무언가 있음에 틀림없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숫자가 너무 크다. 상식을 넘어 선 것이다. 신문 컬럼 끝구절이다. ‘절대자를 향한 믿음을 찾아 때론 방황하며 자신을 던지는 인간의 모습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무엇이 있다.’ (김태익, 조선일보 만물상, 2014. 7. 14)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디모데 후서3: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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