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히 여김이 옳지 않겠나 |
보스톤코리아 2014-05-05, 12:03:57 |
피겠지, 필거야. 헌데, 피고 말았다. 와글와글 피었다. 우물쭈물하지 않았고, 뜸들이고 말고도 없었다. 한창 춥다가 날이 풀리는가 싶더니, 아니나 다를소냐. 노란 꽃잎들이 덜컥덜컥 소리내고 떼지어 터져나왔다. 내가 이럴줄 진작에 알았다. 개나리가 피었다. 개나리는 왜 개나리인가. 개나리가 나리보다 못한 꽃이라해서 그런건가. 개나리가 나리보다 못하다고 누가 불평하던가. 나리가 청초하다면, 개나리는 따뜻하지 않은가. 개나리를 삼류꽃이라 할수는 없는터. 개나리가 한심한 꽃은 아니다. 꽃이 터지기 시작한 지난 두어주週 동안 가장 많이 듣던 말이 있다. 슬픔, 절망, 분노, 충격, 경악, 그리고 노여움. 그럴수 밖에 없다. 우린 요즈음 가슴아팠고, 슬펐으며, 분하고 노여워 했다. 놀라고, 충격을 받아 숨도 제대로 고를수 없었다. 삶이 우리를 정녕 속이고 있는건가. 모든것이 아무 일도 없었는듯 그냥 지나갈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푸쉬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중에서) 제가 나온 학교는 모교라 부른다. 어머니 학교라는 말이다. 제 신앙을 키운 교회는 어머니 교회다. 제가 태어난 나라를 모국이라 부른다. 어머니. 얼마나 포근한 말인가. 얼마나 보고 싶고, 그리운 단어인가. 등에 업혀있을 적 귀를 등에 대면 들리던 어머니 목소리를 기억하는가. 그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울림일게다. 퍼지듯 낮은 어머니 목소리는 그리움이다. 못난 어머니는 없다. 한심한 어머니는 이세상에 더욱 없다. 그러니 어머니를 한심하다고 대놓고 말한다면, 망발이고 패륜이다. 신문에 나온 기사 제목이다. 딴나라기자들이 썼다면 차라리 덜 서운할게다. 일본기자인가? 중국기자 인가? 아니면 미국기자인가? 아니 한국 기자가 쓴 철없는 글 타이틀이다. 난 기사내용보다 제목이 더한 충격이었다. ‘한심한 대한민국’ ‘삼류국가’ ‘삼등국가.’ 제 어머니 나라를 한심하단다. 저를 낳아 키운 어미를 삼류라 했고, 삼등이란다. 건성 눈으로만 훑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하긴, 읽어 봐야 중언부언에 그 소리가 그 소리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누가 초라하다 손가락질 해도, 누가 삼등이라 해도, 누가 삼류라 해도 제 어머니나라 아니겠는가. 더 없이 귀한 조국이고 모국이란 말이다. 그런 조국, 소중히 여김이 옳지 않겠나. 그런 어머니 소중히 여김이 옳지 않겠나. 어머니 날이다. 카네이션을 달아야 하는데, 올해엔 차라리 개나리를 달까. 당신이 내 소중한 어머니입니다. ‘내가 너를 소중하고 귀한 존재로 여겨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 (이사야서 43:4, 현대인의 성경)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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