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회 홍하상의 일본상인 탐구 |
보스톤코리아 2013-08-26, 13:21:18 |
젓가락도 예술이다 교토의 부엌인 니시키 시장 근처에 1764년에 창업한 이치하라 젓가락 가게가 있다. 일본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젓가락 가게이고, 천황가에 젓가락을 납품하는 가게이다. 창업주인 헤이뵤에(平兵衛)는 오미(近江) 상인 출신이었다. 오미는 오늘날 교토와 맞붙어있는 시가현의 옛이름이다. 바로 그곳에서 헤이뵤에는 교토에 올라와 젓가락 가게를 시작했는데, 말년에 실력을 인정받아 교토 천황가에 젓가락을 납품하는 어용상인으로 지정되었다. 천황가에 물건을 납품하는 어용상인은 아무나 쉽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업자 중에서 가장 최상의 물건을 납품하는 상인만이 지정된다. 헤이뵤에는 어용상인으로 지정된 후 천황가로부터 이치하라(市原)이라는 성(姓)을 하사받았다. 헤이뵤에는 자신의 이름 앞에 이치하라를 붙여 이치하라 헤이뵤에로 상호를 바꾸고 이때부터 이치하라 헤이뵤에(市原平兵衛)가 이 상점의 정식 상호가 된다. 400종의 젓가락을 파는 가게 오늘날, 이치하라 젓가락 가게에서는 무려 400종이나 되는 젓가락을 팔고 있었는데 용도가 모두 다르다. 일본의 젓가락은 기본적으로 4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젓가락의 몸통이 둥근 마루(丸)형, 몸통이 네모난 사각형, 그리고 양구(兩口)형과 편구(片口)형이 그것이다. 양구는 젓가락의 양쪽을 다 쓸 수 있는 것을 말하고, 편구는 우리도 일반적으로 쓰는 한쪽만 쓰는 젓가락을 말한다. 양구의 젓가락 즉,양쪽이 모두 뾰족한 젓가락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이 젓가락은 일반인들의 경우 정월달이나 장례, 제사 때 등에만 사용한다. 정월에는 일본의 설날이 있으므로 명절날에는 양구의 젓가락을 사용한다. 또 장례, 제사 때에도 이 젓가락을 사용한다. 이 젓가락이 이런 날에 사용되는 것은 신인공식(神人共食) 때문이다. 한쪽으로는 자신이 음식을 먹고 다른 한쪽으로는 신이 먹는다는 의미가 있다. 이때 사용되는 젓가락은 버드나무로 만들어진다. 버드나무는 속살이 희기 때문에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청정한 기운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양구의 젓가락을 1년 365일 사용하는 단 한사람이 있는데 바로 일본 천황이다. 일본 천황은 늘 신의 보호 아래 있기 때문에 삼시세끼를 양구의 젓가락으로 신과 함께 식사한다. 천황이 사용하는 양구의 젓가락은 버드나무가 아닌 층층나무로 만들어진 젓가락이다. 그는 젓가락을 한번 사용하고 버린다. 매끼마다 젓가락을 바꾸는 것이다. 독살 등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천황은 모든 소모품을 한번만 사용하고 버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치하라 젓가락 가게에서도 천황이 사용하는 양구의 젓가락을 팔고 있었는데 그 가격은 생각보다 싼 개당 840엔 이었다. 여타의 젓가락이 개당 2-3천 엔, 비싼 것은 1만 엔이 넘는 것을 보면 천황이라고 해서 비싼 젓가락을 매번 사용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젓가락은 용도와 모양에 따라 수십 종으로 다시 나뉜다. 음식물을 찢을 때, 두 사람 이상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나눔 젓가락일 때, 채소를 먹을 때, 밥을 먹을 때, 생선회를 먹을 때, 튀김을 먹을 때, 콩자반이나 작은 깨와 같은 물건을 집어 올릴 때, 된장국을 먹을 때 등이 모두 다르고 길이나 젓가락 끝의 모양에 따라 또 이름이 다르다. 여기에 젓가락을 나무로 만들었는가, 아니면 옷칠을 했는가에 따라서도 다르다. 나무에 칠기를 입힌 칠기 젓가락은 1700년대 이후부터 생산 되었다. 그 이전의 일본에는 칠기 젓가락이 없었다. 칠기 젓가락은 그 디자인이나 모양새가 수려하여 귀빈접대 등에 쓰기 위해서 만든 것이기도 하지만 젓가락 자체의 강도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젓가락으로 면발이 굵은 국수 등을 먹을 때 칠기 젓가락을 사용하면 쉽게 휘어지지 않는다. 과자를 먹을 때 쓰는 젓가락은 칠기에 은박금박 등 다채로운 무늬가 많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흑문자(黑文字)라는 젓가락은 과자를 먹을 때 쓰는 칠기젓가락을 말한다. 젓가락에 고객의 이름을 새겨 넣은 젓가락도 있다. 귀빈을 초대했을 때 그 젓가락에 고객의 이름을 새겨 넣음으로써 손님을 한껏 기쁘게 해 주는 것이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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