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Legacy Status
보스톤코리아  2013-08-19, 13:47:06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뭘까? 농담을 약간 섞어 아버지나 어머니가 먼저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면 된다. 미국의 거의 모든 우수 대학들은 동문 자녀에게 대학 입학 사정시에 일종의 가산점을 부과하는 Legacy Preference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즉, 대학교 지원 학생의 부모 중 해당 학교 출신일 경우 어느 정도 우대를 해주게 된다. 그리고 이 Legacy 에 의한 특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그 영향이 상당하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Thomas Espenshade 교수의 의하면 Legacy preference 가 입학 사정시 지원 학생 평가에 미치는 영향은 SAT 에서 200 점 정도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정도로 크다고 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전(前) 학장이자 Mellon Foundation의 회장역을 역임했던 교육학자 William G. Bowen과 그의 연구진은 비슷한 조건 하의 지원 학생을 비교할 때 학교 동문의 자녀 (Legacy status)일 경우 명문대 합격률이 거의 20% 나 높아진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즉, 성적이나 점수만 봤을 때 합격률이 40% 로 생각되는 학생이라면 부모가 그 학교 출신일 경우 합격률이 거의 60%로 상승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Legacy preference 의 현상은 미국에서도 전통을 중시하고 확고한 학풍이 수립된 명문대일 수록 더욱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의 2010 년 신입생 지원 평균 합격률은 13 % 대 였다. 하지만 신입생으로 지원한 학생 중 Legacy Status 가 있는 학생의 경우 지원자의 1/3 이상이 합격할 정도로 합격률이 높았다. 프린스턴 대학의 경우, 그 차이는 더욱 커서 학교의 전체 합격률이 한 자릿수인데 비해 Legacy 가 있는 지원 학생의 합격률은 35%에 달한다. 주립 대학교에 지원할 경우에는 Legacy 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사립 대학교 중에서는 Legacy status 의 유무에 따라 합격률이 7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Legacy Preference 의 효과는 전체 학생 중 부모가 해당 대학교의 출신인 학생들의 비율에서 더욱 분명하게 보인다. 일반적으로 상위 100위 권 내의 우수 대학의 경우  총 학생 수의 10 – 25 % 가 Legacy 학생들이다. 하지만 워낙 그 영향이 크기 때문에 Legacy preference를 축소시키거나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는 일부 학교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Legacy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Caltech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의 경우 총 학생 중 부모가 Caltech 출신인 비율이 1 %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단순히 부모가 특정 대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지원 학생이 해당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만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Legacy status 를 인정하는) 명문대 출신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도 똑같은 혹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경험하기를 원한다. 그만큼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그런 부모들에게 (교육적, 심리적, 금전적) 영향을 받은 학생들 또한 좋은 내신과 시험 성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학업 능력이 뛰어난만큼 좋은 대학교에 합격 할 가능성도 많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그 영향력이 크게 때문에 Legacy preference 자체를 배제하거나 근래에 들어서 그 효과를 축소시키려는 대학교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Caltech 과 MIT 가 그런데, 이런 학교들은 지원 학생들을순수하게 학업 능력으로 판단한다. MIT 의 입학 사정관(Admission Officer) 인 Chris Peterson 은 MIT 공식 블로그를 통해 “동문 자녀 우대 정책(Legacy status & preference)을 인정하지 않는 학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만약 MIT 입학 사정실 (Admission office) 의 누구든 ‘혈통’을 들먹이며 평범한 학생을 입학시키려 한다면 그는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라고 학교의 입장을 표명했다. 


오승준 (Albert Oh)  
SD Academy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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