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
보스톤코리아 2013-07-15, 11:45:09 |
문주반생기. 양주동 선생 책 제목이다. 변영로선생의 ‘명정 사십년’과 자주 헷갈린다. 책에서 무선생 영어자통 (無先生英語自通)이 양주동 선생 영어교재라 했다. ‘선생없이 독학으로 영어를 깨칠’수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정통종합영어와는 다르지 싶다. ‘유 뱃차.’ 분명히 이렇게 들렸다. 학과 사무실 사무원의 간결한 대답이었다. 헌데, 매우 생경한 말이다. ‘유아 웰컴’이니 ‘노 프라블럼’은 그나마 알고 있었는데 웬, 사차원의 언어? 당황한 나머지 대꾸할 수 없었다. 엉거주춤 웃고, 학과사무실에서 나왔다. 영어로 인한 고난이 시작될 즈음이다. 민병철 생활영어 테입에 이말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 없다. 몇개월전 한국 신문에서 읽었다. 기자가 월탬 (Waltham)시 어느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헌데, 기자는 ‘월햄’이라고 되풀이 적었다. 과문한 탓인지, 아니면 내가 아직껏 월햄을 월탬과 구별할 수 없는 지도 모르겠다. 하긴 보스톤에 처음 이사왔을 적에, 언어충격을 받기도 했다. 우번(Woburn)을 워번으로 스스로 발음했는데, 워번이 아닌 우번이란다. 빌 브라이슨은 높지 않은 언덕을 사이에 두고도 이쪽과 저쪽이 서로 달리 발음한다 했다. 뉴잉글랜드지방 이야기이다. 월탬인지 월햄인지? 하긴 발음이 옳은지 그른지 구별코자 하는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누구는 보스톤을 배스톤으로 발음하더라. 내게 배스톤과 보스톤은 다른 지명이다. 한국 대통령은 여러나라 말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와 불어에 스페인어까지. 대단하다 해야 할 터다. 영어도 한국어도 변변치 않은 내게는 말이다. 세월이 가면 영어가 늘어야 하는데, 늘지는 않고 한국어 능력만 줄어 간다. 하긴 잊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았고, 늘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 영시는 한국시를 읽는 것과는 감흥이 다르다. 한국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일 게고, 시詩를 영시보다는 한국시로 먼저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잉글랜드에 살면서 프로스트는 놓칠래야 놓칠 수 없다. 이발소 그림 위에 있던 그 시詩다. ‘가지 않은 길’ 은 분명 뉴잉글랜드 숲길이다. 게다가 여름이 한창일 적 푸르디 푸른 숲이지 싶다. 하긴 가을에 노란 낙엽 쌓이는 길도 아름답다. 그러니,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노란 단풍잎이 시詩에 녹아 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천승걸 교수 번역이 맘에 든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갈라져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것으로 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라고 (천승걸 번역, 가지않은 길 마지막 연) 그저 한번의 선택이 갈려 버렸구나. 그 때 그 다른 길로 갔다면? 역사에는 가정법이 없다 했다만, 공상도 나쁘지 않다. 그 때 그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사랑은 다름에서 출발한다 했다는데, 가지 않은 길도 사랑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제일 잘 한건, 그 다른 길로 가지 않는 거라 말할 수 있을까. 하긴 가보지 않았으니 알아낼 도리가 없다. 비교할 수 없다는 거다. 멋적은 소리 지껄였다.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음이니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창세기 1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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