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보스톤코리아  2012-07-23, 13:56:35 
처음 자신의 카메라를 사게 되면 마치 신혼 첫날 마냥 그 놈을 잡고 잠을 잔다. 얼마나 고대하던 물건인가. 메뉴얼도 대충 보고 카메라 조작도 해보다가, 도통 무엇을 찍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집에 있는 화분도 찍어보고, 창문 너머 하늘도 찍어보고, 식구들 모습도 담아본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차분히 사진의 기초를 다진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한다. 좁은 공간에서의 기본기 탈출이 끝났다면 과감하게 카메라를 매고 거리로 나가자. 거리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와 장면이 넘쳐 난다. 촬영 전에 미리 컨셉을 생각해 보고 준비하는 것이 좋지만, 아무 생각 없이 밖으로 나가서 길을 걸어도 많은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거리에서 촬영하는 것을 ‘길거리 사진(street photography)’라고 하는데, 새로운 장르는 아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찍어오던 것을 형식적으로 구분해 놓은 것일 뿐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이 저변을 넓히면서 생겨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번 컬럼에선 길거리 사진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

길거리에서 무슨 사진을 찍는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을 용기가 없는 사람도 있다. 길거리 사진에서는 대체로 사람들이 주제가 되건 보조로 들어가건 간에, 프레임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초상권에 대한 기본 이해를 해둘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론 공공장소에서 사진 촬영은 문제가 안 된다. 다만, 상업적으로 이를 이용한다거나, 특정 부위를 집중 촬영한다던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진의 유포가 피촬영자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가져왔다면, 피촬영자가 고소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피촬영자에 대한 인격이나 재산에 대한 의도적 공격이 아니라면 대부분 고소를 하더라도 피촬영자가 승소할 확률은 없다. 초상권이 처음 나온 프랑스의 경우처럼 애완견의 경우도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예외로 해 두자.

길거리 사진 촬영에 있어 좋은 방법은, 촬영시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눈인사를 하자. 혹은 간단하게 제스쳐를 이용해 촬영 허가를 받는 것이 좋다. 신경질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프레임에서 제외 시키거나, 사진 촬영 목적을 얘기해 허가를 받는 것이 좋다. 보통은 카메라를 가리키며 괜찮냐고 물으면, 포즈를 취해 준다. 때로는 자연스러운 포즈가 필요하므로, 매 순간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것도 좋다. 즉, 스냅 샷의 정의처럼 피사체가 반응할 여유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시도해 보자. 아무래도 의식한 사진보다는 구성이나 표정이 자연스럽다.

길거리 사진을 찍다가 좋은 배경이 있으면 꼭 기억해 두자. 사진에 있어서 배경은 매우 중요하므로, 너무 사람들만 신경 쓰면서 촬영하다 보면, 배경이 정리가 안 된 사진이 많이 나오므로 주의하자. 때로는 마음에 든 배경에서 기다리다가 적당한 사람이 등장해 지나가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령 마음에 든 배경인 공원 분수에 너무 일찍 갔다면, 애들이 놀러 오기를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기다림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촬영 전 장비의 구성도 중요하다. 길거리 사진은 여러 장비를 갖고 다니기에는 제한적이므로, 렌즈의 구성만 신경 쓰면 되겠다. 2미터에서 35미리 화각이나 28미리도 촬영하거나,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할 경우엔 21미리까지도 사용 가능하다. 3~4 미터 떨어져서 좀 관망하는 위치에서 50미리를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표준 줌을 이용해 24-70미리로 괜찮고, 좀 더 땡겨서 촬영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70-200미리 도 좋겠다. 그날 촬영방향이나 개인의 사진 취향에 따라 렌즈는 선택하고, 그 렌즈의 화각을 미리 예상하여 상황에 따라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촬영 장소는 인적이 많은 공원이나 관광지 주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러 사람들이 사진기를 갖고 촬영하므로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묻어 가면 촬영이 수월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의 방향을 아직 잡지 못했다면 길거리사진을 찍어보자. 거리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고, 사회와 문화, 역사가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두려워 말고 거리에서 사진을 찍자.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email protected]


* 디지털카메라와 포토샵,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개인튜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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