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를 다녀와서 4 : 성지 |
보스톤코리아 2012-04-09, 15:09:09 |
성지 순례라고 하면 메카(Mecca)가 떠오른다. 모든 무슬림은 일생에 한 번은 메카로 순례를 떠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어서 일년에 약 300만 명이 찾아든다고 한다. 그래서 메카라는 말은 어떤 집단의 아주 중요한 장소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기독교와 유대교와 이슬람교 공동의 예루살렘을 들 수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기독교의 바티칸으로 비신자도 수많이 찾아든다.
그리스 본토와 섬들에도 기독교 성지가 많다. 바오로(또는 바울) 사도는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이후로부터 순교할 때까지 선교 여행으로 일생을 바쳤다. 신약성서 27권 중 13권이 그의 서간인데 이 서간에는 그의 선교 활동과 그의 사상 및 가르침이 잘 기록되어 있다. 예수 부활 후 그의 제자들이 기독교로 가는 길을 열어 놓았다면 바오로 사도는 이 새 종교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터키와 그리스 및 그 섬들을 세번이나 돌면서 선교를 하였고 마지막에는 시실리 섬을 거처 로마까지 도달하였다. 그러는 동안 일곱 번이나 철창 신세를 지고 유태인에게 매질도 여러번 받았고, 돌로 몰매를 맞기도 하였다. 예수가 제일 사랑했다는 제자 요한의 발자취도 찾아 볼 수 있다. 신약성서의 요한 복음과 요한 묵시록의 저자이기도 하며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말년에 모셨다고도 한다. 코린트(Corinth)는 성 바오로가 세번이나 와서 지내면서 초대 교회를 만든 곳이며 두번이나 이 공동 집단에 서간을 보낸 곳이다. 유적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는 않지만 폐허에 가보면 집회소와 시장으로 쓰이던 광장이 있고 한 복판에 돌로 쌓아 올린 높은 단이 있다. 이단을 베마라고 부르는데 바오로 사도가 유태인들 한테 끌려 올라와 재판 받은 곳이다. 다행히 코린트 시장에게서 무죄 석방을 받았다. 가장 웅장한 건물은 아폴로 신전이었는데 그 기둥들만 남아있다. 대개 신전의 기둥은 여러 개의 돌을 이어서 쌓아 올리는데 이 신전의 기둥은 한개의 돌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의 기둥은 모양이 세가지인데 (이오니아식, 도리스식, 코린트식) 그중 제일 화려한 코린트식은 이곳에서 시작하였다. 신화에 의하면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손자인 코린토스가 이 도시를 창건했고 그 자손 중 시지퍼스(Sisyphus)는 제우스 신의 미움을 받아 큰 바위를 산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도록 저주를 받았다. 돌을 거진 다 올려 놓으면 굴러 떨어지곤 해서 평생 밀어 올리다가 죽었다고 한다. 이 신화는 철학가 테일러가 인생의 뜻없는 반복과 무상함에 비교하였고 작가인 까뮤와 카프카가 자주 인용해서 현대인들에게 더 유명해졌다. 코린트는 철학자 디오게네스로도 유명하다. 알렉산더 대왕이 소원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왕의 그림자로 가려져서 앉아 있다가 "예, 해를 가리지 말아 주시오" 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로도스(Rhodes) 섬도 바오로 사도가 방문한 곳인데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린도스라는 마을에 있는 작은 항구에 성 바오로 이름으로 교회를 지어 놓았다.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로도스의 거상은 흔적 조차 없다. 이 거상은 이 섬의 주인인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상으로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려고 12년에 걸처 청동으로 약 32m 나 높게 만들었다. 항구 앞 두 방파제 끝을 두 발로 짚고 서서 들어오는 배들을 환영하면서 80년을 서 있다가 지진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800년 동안 여러군데가 부러진 채로 쓰러져 있으면서 많은 관광객의 격찬을 받다가 유태인 상인에게 팔렸다. 이 상인은 청동상을 조각내어 낙타 900마리로 운반했다고 한다. 뉴욕 항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키가 46m 인데 로도스 거상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고 제작되었다고 한다. 로도스의 조각가 세명이 대리석으로 라오코안과 두 아들(Laocoon and His Sons)을 만들었다. 이 불후의 작품은 현재 바티칸 박물관에 있고 그 모본이 이곳에 있다. 라오코언은 트로이의 성직자였는데 그리스 연합군이 만들어 놓고 떠난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넣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다가 신의 미움을 사서 바다 구렁이한테 두 아들과 함께 물려 죽는데 그 장면을 조각한 것이다. 이 작품이 발견되었을 때 바른 팔이 없어서 만들어 부쳤다. 미켈란젤로는 팔이 뒤로 제껴져 있었으리라고 주장했지만 라파엘로는 현상모집에서 앞으로 뻗은 팔을 골랐고 그 팔이 붙여진 것이다. 그 후에 뒤로 제껴진 진짜 팔이 발견되어 대치했다고 한다. 역시 조각은 조각가의 상상이 미술가보다 더 탁월함을 증명하였다. 파트모스(Patmos) 섬에는 예수의 제자 사도 요한이 신약성서의 마지막 권인 묵시록을 쓴 조그마한 굴이 있다. 에베소에서 복음을 전한 죄로 파트모스로 추방당했을 때였다. 하느님이 요한에게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처음이요 마지막이다. 본대로 기록하여라." 라고 말씀 하실때 그 목소리가 너무나 우렁차서 천정 바위가 세 쪽으로 금이 갔다. 세 쪽은 삼위(성부 성자 성령)을 상징한다. 순례자들이 숙연하게 그곳을 한번씩 만지고 지나가서 반들반들하다. 거기서 조금 떨어져 있는 해변가의 지른 듯한 절벽 위에는 요한 사도의 이름을 부친 수도원이 있다. 오래 전에 재미있게 본 나바론이라는 영화는 이 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장용복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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