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틈새로 흘러 내리는 샘물 소리는 물에 젖지 않고
보스톤코리아  2011-08-08, 14:27:48 
제가 좋아하는 한암 스님의 등골이 서늘한 말씀입니다. 소리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없으면 , 가슴이 탁 트인 빈 공간이 없으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죠.

휘영청 달빛이 호수를 뚫어도 호수는 상처 하나 없고, 앞 산에 웃고 있는 진달래를 뒷산이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하늘에 뜬 흰 구름만 유유히 흘러가네.

어떠십니까? 시원하시지요? 숫자와 소유욕에 잠기어 이런 느낌이 사라진 것 같아요. 전쟁에는 승패가 있지만 평화에는 없다고 합니다. 이것을 몰라요. 그러니까 보이는 건 나무 뿐이지, 숲을 못 봅니다. 삶에 닥치는 수많은 결단의 순간에 마음이 중정(中正)에 있지 않으면 위의 글에 있는 그 경지, 해인(海印)이 없으면 비극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지요. 현대는 이런 악순환이 소용돌이 치고 있습니다.

이것을 막는 방법이 있지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대답은 하나, ‘가난’이예요. 영혼의 성장을 위해서 절대 필요 조건이 바로 ‘가난’ 입니다. 많은 성인 성녀님들이 가난을 통해서 텅 빈 충만을 이루셨습니다. 물질적 가난을 통해서만 티없는 거울이 되고 그것을 통해서 득도(得道)를 할 수 있어요. 많이 가질수록 미련과 집착의 쓰레기와 종결이 찾아와 신음하게 됩니다. 여태까지 이를 두고 이긴 사람이 없어요.

누구나 평화를 사랑하지만 평화를 성취하는 방법이 문제입니다. 현대 경제가 끊임없는 경쟁이다보니 죽기 아니면 살기 싸움이 한창 입니다. 이건 분열, 살육, 비방, 무자비로 가는 길이지 평화를 얻기 위한 양보, 조정, 조율, 자비라는 기본 방법을 수반해야만 하는데, 다시 말해서 어둠으로 가는 길이라 봅니다.

빛을 향해서 걸어야 됩니다. 싸우지 마시고 하나의 촛불을 밝히시면 온 세상이 밝아집니다. 요는 초점이 어디에 있느냐가 문제예요.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고 한다고 하면 끝난 이야기 입니다. 현대 과학이 문명의 발전을 너무 앞서 갔기 때문에 문화는 뒷전에 처져 있습니다. 모든 것이 자동화 되는 바람에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약아지고 남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 하던 상대를 쓰러트리려고 안간힘을 보는데 어떻게 마음의 평화가 있겠습니까. 현대는 한계가 없는 욕망의 빈 공간을 메꾸기 위해 온갖 수단을 보는 동안 힘들고, 어렵고 보잘 것 없는 민로(民虜)들만 골탕을 먹고 있습니다.

누가 그들을 돌봐야 합니까? 우리가 해야 합니다. 어떻게? ‘가난’을 통해서 입니다. 잠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참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현대인의 가정 파괴 원인은 성 문란에 있다고 성모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죄로부터의 자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갈고 닦는 수양, 수도의 길로 가십시요. 가난의 축복 속에 한없이 작아져야 합니다.

하나의 꽃이 피기 위해서는 공갈, 협박은 소용 없습니다. 물, 온도, 영양분을 주고 기다려야 됩니다. 인내이지요. 그러시면 조화와 균형이 어우러진 참 평화가 옵니다. 신의 축복과 함께 말입니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금, 은 수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수저는 밥맛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촛불을 켜세요. 그러면 평화가 이슬처럼 찾아옵니다.


서일
(뉴햄프셔한인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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