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성탄절 |
보스톤코리아 2007-12-22, 22:46:12 |
조태연 (보스톤중앙교회 담임목사)
미국의 어느 한 작은 마을에는 윌리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머리가 모자라 덜떨어진 아이로 통하였다. 실제 나이로는 4학년에 다녀야 하지만, 지적 능력이 모자라는지라 2학년에 다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주변의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하는 것은 예사였다. 얼마나 많이 부모의 애를 태웠는지 모른다. 그 마을에도 성탄절이 가까웠다. 여느 교회처럼 윌리가 다니는 교회도 어린이부를 중심으로 성탄절 연극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연극을 지도하던 주일학교 선생님에게는 작은 고민이 하나 있었다. 윌리에게 요셉이나 마리아와 같은 중요한 배역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대사도 짧고 간단한 여관집 주인이 제격이었다. 밤늦게 여관을 찾은 가련한 요셉과 만삭의 마리아에게 “빈 방 없어요”라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 역이었다. 이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 이 얼마나 적절한 일인가? 예의 성탄절이 되었다. 많은 교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품위 있게 교회에 모여들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 중 화려한 옷을 입은 많은 부인들과 만면에 웃음을 띤 많은 아저씨들도 교회를 찾아왔다. 연극을 준비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긴장된 마음으로 막이 오르길 기다렸다. 연극이 시작되었다. 연극을 지도한 선생님은 연극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남루한 옷을 입은 가련한 요셉이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추위 속에서 숨을 몰아쉬는 배불뚝이 부인 마리아를 뒤에 둔 채 요셉은 다급하게 여관 문을 두드렸다. “엄동설한에 길바닥에서 아이를 낳을 수는 없지 않은가?” 더욱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주인 역을 맡은 윌리가 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그 가련한 요셉에게 말했다. 빈 방이 없으니 다른 곳에 가서 알아보라고.... 요셉은 물러설 수 없었다. “저희는 너무나 멀리서 왔습니다. 아내는 출산할 때가 되었고, 날씨는 춥습니다.” 요셉의 목소리는 추위 속에 떨리는 몸만큼이나 떨리고 있었다. 순간, 윌리는 연극의 흐름을 놓쳤다. 아무 말도 없이 마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동안을 그렇게 하였다. 제일 당황한 사람은 지도교사였다. 대사를 까먹은 줄 알고 무대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반복하여 여관 주인의 대사를 읽어주었다. “안 돼요. 빈 방 없어요.” 그래도 덜떨어진 저 윌리는 그저 멍한 모습으로 마리아만을 바라보았다. 요셉보다도 더 다급해진 선생님은 무대 뒤에서 더욱 큰 목소리로 대사를 읽어주었다. “안 돼요. 빈 방 없어요.” 윌리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선생님의 뜻대로 자기의 대사를 외쳤다. “안 돼요. 빈 방 없어요. 다른 데로 가세요.” 선생님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요셉은 크게 낙심한 채 마리아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퇴장했어야 할 윌리가 도무지 무대 뒤로 들어가질 않는 것이었다. 그저 문간에 기대 선 윌리는, 뒷모습을 남긴 채 요셉과 마리아가 사라져간 텅 빈 허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빨리 퇴장하라는 선생님의 성화는 관객이 듣기에도 시끄러웠다. 하지만 윌리의 귀에는 도통 들어오질 않았다. 그냥 그렇게 서있는 윌리의 눈에는 어느덧 산모와 아기를 향한 동정의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윌리는 소리쳤다. “요셉, 가지 말아요! 마리아를 데리고 제발 돌아와요! 빈 방이 있어요! 내 방을 쓰면 되잖아요?” 각본에도 없는 대사였다. 크게 당황한 선생님은 안절부절하였다.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하였고, 연극은 엉망이 되었다. 그러나 연극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본래 성탄절을 맞아 값비싼 옷으로 치장하고 교양 있는 모습으로 교회에 온 사람들이었다. 성탄절의 이 아름다운 사건을 멀리서 바라만 보려던 그저 그렇고 그런 ‘관객’이었다. 구경꾼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덜떨어진 소년 윌리의 돌발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이제는 윌리와 함께 크리스마스 사건의 한 주체가 되었다. 그 덜떨어진 소년의 대사가 맘 속 깊은 곳에서 공명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그들 모두는 새로이 오시는 아기 예수께 맘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진심을 고백할 수 있었다. “빈 방 있어요. 내게로 오세요!” 성탄절이 가까이 오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흠 없고 티 없는 순전한 새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들 마음에 그리고 우리의 가정과 사회에 탄생하시는 절기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이 성탄의 계절을 맞을까? 그저 옷 잘 입고 품위 있는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쳐주는 아량을 가진 구경꾼일까? 선물을 전하거나 혹은 연극을 준비하며 성탄을 축하하는 교양 있는 그리스도인일까? 아니면, 아기 예수 탄생의 사건에 직접 한 주체로 참여하면서, “빈 방 있어요. 내게로 오세요!” 고백하며 내 마음에 예수님을 모시는 참된 성도일까? 이 계절에 예수는 우리에게로 오신다. 우리들 마음의 고집을 깨뜨리고 우리들 사회의 잘못된 것을 바르게 하기 위하여 더욱 순결한 아기의 모습으로 다가오신다. 마음을 드려 진정 그를 내 삶에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성탄절’이 되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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