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바람의 아들
보스톤코리아  2024-05-06, 11:24:40 
바람의 아들. 한국 프로야구 이종범선수의 별명인데, 만화제목이기도 하다. 선수는 발이 무척 빠르다 했고, 별명치고는 인상적이다. 영어로 번역하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A son of the wind. 두어주 전 샌프란시스코 야구장 전광판에도 등장했단다. 그의 아들인 이정후선수가 출전하는 경기 개막식에서 였다고 했다. 바람처럼 빠른 가문의 영광이라 여긴다. 아들은 바람의 손자라 하던가.

바람과 구름과 비와 눈은 시인묵객들이 자주 읊었다. 우물속에서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윤동주 자화상 중에서). 더 있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중에서).  명구절인데 바람도 색깔을 머금고 있다고 했다. 차가운 밤하늘엔 파란색 바람이 슬쩍 스치며 지나간다 했으니 말이다. 

바람과 구름이라면 풍운아風雲兒란 말도 떠오른다. 바람과 구름의 사나이란 직역인데, 원래 뜻은 매우 긍정적이라 했다. 좋은 때를 타고 활동하여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라는 거다. 한국에선 김종필 전직국무총리의 별명이기도 했다. 

풍운아. 겉도는 사람이란 뉘앙스도 풍긴다.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영화 황혼의 무법자에서 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돈다는 느낌이다. 말먼지가 자욱한데, 바람의 아들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 시인 김수영이다, 그의 시 한구절인데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고했다. 

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김수영, 풀 중에서)

바람에도 무게가 있던가. 무게가 없는 것은 세상에 없나니. 바람도 공기도 무게는 있다. 가벼운 봄바람이라고도 했으니, 바람은 샛털처럼 하늘거릴 수도 있겠다. 

김종필씨는 묘비명으로 글구절을 남겼다. “나이 90살이 돼서 89살까지 잘못 살아왔음을 알겠네”. 그 역시 바람이 불면 뉘우쳤을 것인가. 90이 되서야 89살까지 잘못살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봄일테니 봄바람이 슬쩍 분다. 나역시 누워야 겠다. 방창문을 열고 스치우는 봄바람을 맞을 터. 
황홀하다. 

바람의 무게를 정하시며 물의 분량을 정하시며 (욥기 28:3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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